• 부자 자식 우아하게 일류대 보내기
        2008년 05월 02일 12: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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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터졌다. 속 터질 일이. 이번엔 외국인학교다. 참 가지가지 한다. 이명박 정부가 28일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외국인학교 규제완화안을 내놨다. 그런데 그 내용이 무시무시하다. 큰 놈이다.

    지난 3월에 있었던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때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그때 이런 내용이 있었다.

    (해외소비 국내전환) 서비스산업의 고급화, 관광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해외소비의 국내전환 및 관광객 유치를 확대할 수 있도록 분야별로 서비스수지 개선 대책 마련
    (교육) 외국 교육기관 규제 완화(과실송금 허용 등) 및 외국인학교 설립주체 자유화(외국인→국내법인), 외국인학교 내국인 입학요건 완화(현행 해외거주 5년→3년) 추진

    그것에 이번에 구체화됐다. 아래는 그 주요 내용이다.

    (외국교육기관의 국내 설립을 적극 지원)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운영과 관련된 규제를 대폭 완화(’08.12.31일까지)하고 유치 노력 강화
    – 외국교육기관의 과실송금을 허용
    – 초중등학교에 대한 내국인 입학비율을 재학생수의 30%로 확대
    – 설립주체를 외국인에서 일정요건을 갖춘 국내법인으로 확대
    – 내국인 입학자격을 해외거주 5년에서 3년으로 완화
    – 내국인의 상급학교 진학 및 외국인의 국내대학 진학을 위해 일정요건(국어·국사 등 일부 교과목을 운영) 하에서 학력 인정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자, 좋다. 외국인학교다. 외국인학교가 필요하단다. 그런데 내국인이 간단다. 여기서부터 나라 교육이 미쳐 돌아가기 시작한다.

    외국인학교에 왜 내국인이 가야 하지? 좋다. 일단 넘어가자. 국내대학 진학을 위해 국내학력을 인정해준단다.

    외국인에게 외국교육 시켜주는 외국인학교에 왜 국내학력을 인정해주지? 이 정도면 미쳐도 단단히 미친 수준이다. 뭐, 또 일단 넘어가보자.

    설립주체를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으로 확대한단다. 내국인이 외국인학교 운영? 글쎄, 또 넘어가고.

    외국교육기관의 경우 과실송금을 허용한단다. 돈을 벌어 그 이익을 송금하란 얘기다. 즉, 다시 말해 학교사업으로 돈을 벌어도 좋다는 얘기다. 외국교육기관은 경제자유구역 내에 생길 외국계학교를 의미한다. 경제자유구역에서부터 학교 돈벌이가 시작되면 곧 일반 외국인학교에도 파급될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것들을 정리해보자. 이름이 외국인학교 혹은 외국교육기관이다. 이름 때문에 헷갈리니까 편의상 특수학교라고 이름을 바꿔서 정리해보자.

    1. 특수학교설립 규제 대폭 완화
    2. 미국에 3년 이상 거주한 한국인이거나(외국인학교) 돈 많은 한국인이(외국교육기관) 그 특수학교에 입학
    3. 이익을 내는 학교이므로 당연히 학비는 초고가(이익과 상관없이 외국인학교는 기본적으로 연간 수천만 원대가 필요함)
    4. 외국인과 함께 특수 교육 받음.
    5. 그러나 국내학력 인정. 특별전형 등으로 손쉽게 국내 일류대 입학. 나이 어린 친구들은 특목고, 자사고도 선택 가능.
    6. 국내법인, 즉 꼭 교육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아무나 심지어는 사교육업체도 특수학교설립 돈벌이 가능.(경제자유구역에서부터 시작되는 방식)

    그러니까, 한국 공교육 체제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별천지 초고가 학교를 전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연히 국내 서민들과는 상관없는 소리다. 미국에 다녀올 수 있고 고액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만을 위한 기획이다.(일반 외국인학교는 미국에 다녀오면 입학,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계 학교는 돈만 많이 내면 입학) 그들과 일반 한국인을 완전 분리하겠다는 발상이다.

    부자 자식들끼리 특별전형으로 우아하게 대학 가기

    일반인의 자식들이 박 터지게 입시교육 받으며 경쟁에 치어 바보가 되어갈 때 그들만 우아한 특수교육을 받게 된다. 그리고 나서 학력은 똑같이 인정받는다. 뿐인가? 특별전형과 영어경쟁력으로 일류대는 더 쉽게 간다. 아주 점잖게 표현해 ‘엿같은’ 상황이 그려진다.

       
      ▲인천과 서울에서 입시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송도국제학교의 조감도. 금년 가을 개교 예정이다.
     

    그런데 왜 이름이 외국인학교일까? 한국의 부자들은 이제 일반적인 한국인이길 싫어하나 보다. 이명박 정부는 그것을 권장하는 것 같다. 상위 5%의 국민들이여 당신들은 이제 외국인이니 마음껏 한국인을 배반하시오!

    공교육은 기본적으로 국민공통교육이다. 부자와 일반 서민이 전혀 다른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 국민공통교육은 사라진다. 진짜 귀족사회가 된다. 외국인학교가 이명박 정부의 꿈대로 활성화된다면 한국 공교육체제를 뿌리째 뒤흔들 뇌관이 될 것이다.

    외국교육기관의 내국인 입학비율이나 해외거주 요건 같은 것은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입학비율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고 해외거주 요건은 학교마다 다를 수 있다. 완전 귀족학교는 해외거주 요건을 좀 길게 잡고, 열등 귀족학교는 한 일 년쯤으로 잡을 수 있겠다. 등록금도 귀족성에 따라 약간의 차등이 생길 것이다. 중요한 건 일반외국인학교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계학교건 엄청난 돈이 든다는 사실이다.

    외국인학교라는 이름은 거짓이고 진실은 ‘초자사고’다. 초자사고, 일반자사고-특목고, 서민일반고-실업고. 국민교육 해체의 상이다. 민주공화국도 해체된다. 지금까지는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기를 쓰면서 잔업철야하고, 가정파탄 감수하면서 맞벌이해 정말 잘 되면 특목고 수준까지는 맞춰 줄 가능성이 있었다면, 외국인학교는 그런 가능성조차 잘라버린다.

    한국인이여 축하한다! 당신과 우리들이 낳은 자식은 이제 죽었다 깨나도 외국인학교를 나온 검은머리 외국인들의 종복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명박의 나라가 현실화된다면 말이다.

    그들은 입시경쟁을 겪은 일반 국민을 획일화되었다고 비웃으며 창조적 지식이 요구되는 고위관리직을 독차지할 테니까. 그날이 오면 전 국민이 모여 잔치판이라도 벌려야 할 것 같다. 죽창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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