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을 놔주시죠"에 대한 변명
        2008년 04월 30일 02: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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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모든 사람이 진리라고 받아들이고 묵과한 것이 내일 거짓으로 판명될지도 모른다. 들에 단비를 내려줄 구름으로 믿었던 것이 한갓 견해라는 이름의 연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나듯 말이다 – 헨리 쏘로우

       
     
     

    공자의 제자 자로가 그의 스승이 존경해 마지않는 정치인 관중에 대해 불사이군(不事二君)하지 않고 새로운 주군을 받든 신의가 없는 자라고 혹평했습니다. 그러자 그의 스승 공자가 관중을 위한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말인즉 관중의 배신은 개인이나 조직에 대한 사소한 약속이라는 의미의 ‘량'(諒: 양해한다고 할 때 쓰는 말로 ‘헤아린다’ ‘타산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을 버린 것이고 오히려 공동체를 위한 참된 약속 ‘신'(信)을 따랐다는 겁니다.

    공자는 얕은 꾀(?)로 량과 신을 구분하고 있는데 량은 사적 의리이며 신은 공동체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필자가 앞에 쓴 글, 「그들을 놔주시죠」의 모티브가 이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필자의 의견을 궤변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사실 섣부른 논리 전개와 어설픈 비약으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로와 같은 단순 명쾌함으로 해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필자의 문제의식은 민주노동당 부산시의원인 김영희 의원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당(민주노동당)으로부터 마음이 떠나 있어 민주노동당의 이름으로 시의원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정치 도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진보신당에 마음을 두고 있으면서도 민주노동당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량’에 대한 고민이라면, 한나라당 일당 독주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유일한 진보 의원으로서 인민에 대한 소임을 다하려는 것은 ‘신’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량을 지키기 위해 신을 버린다? 저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진보신당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정파의 논리를 앞세우면 그때부터 여러분들이 지적하듯 량과 신은 뒤바뀔 것입니다.

    사실 필자의 견해는 거기서 그쳤어야 했습니다. 민주노동당에게 당적을 정리해주라거나 말라거나 하는 건 분명 과도한 얘기였고, 온갖 억측과 비난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지가 있는 얘기였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민주노동당이 알아서 할 문제입니다.

    여러분들이 지적하듯 필자 글이 진보신당의 이해득실을 고려한 지극히 정치공학적 논리가 아니냐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순수하게 정치공학적인 접근만 했다면 제 앞글의 말미에 비친 것처럼 김 의원이 공공연히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거나 활동을 함으로써 민주노동당이 당적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하라고 했겠죠.

    필자의 글은 저의 의도와 무관하게 공학적 접근에 서툴기 때문에 제출된 토론문입니다. 어쨌든 본의 아니게 여러 비례의원들의 명예를 손상시킨 점과 레디앙 독자 여러분의 미감을 심각하게 훼손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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