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권과 전면전…6말~7월초 총력투쟁"
        2008년 05월 01일 09: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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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벌의 나라를 만들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보폭에 맞춰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계속되는 기업편향 발언으로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절을 맞았다. 민주노총은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118주년 노동절 기념대회를 열고, 이명박 정부를 ‘반민중 정부’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사진=김은성 기자
     

    민주노총은 이날 대회에서 ‘사회공공성 지킴이’를 발족하고 노동기본권보장 및 공공부문사유화 저지 등을 골자로 한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요구안의 주요 내용은 △비정규직법 전면재개정 및 특수고용 노동3권보장 △산별교섭 법제화와 단체협약 적용 △친재벌정책 중단 및 일방적FTA 추진 반대 △공공부문 사유화와 구조조정 중단 및 금융 공공성확보 △한반도대운하 사업 중단 등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대정부 직접 교섭을 추진하고, 오는 5월 24일 공공부문 시장화 저지 공동투쟁을 비롯한 본격적인 대중행동에 돌입한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준비된 대회사 대신 즉석 투쟁사를 통해 6말~7초 총력투쟁을 통한 정면돌파를 천명했다.

    이 위원장은 "어제 이영희 노동부장관이 근로기준법이 노동자를 너무 많이 보호해 규제에 해당하니 근로기준법을 완전히 풀어해치고, 임금인상을 2~3년에 한 번 하겠다며 큰 선물을 줬다"면서 "이영희 노동부관은 즉각 사퇴하라. 저는 이제 그들을 파트너로 상대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제 민주노총만이 이명박 정부에 맞서 투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시민연대 주체세력들, 민중세력들을 규합해 단결투쟁하자"면서 "오늘을 계기로 한 가닥 가졌던 희망을 버리고 동지들과 함께 이명박 정부에 맞서 정면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는 연대사를 통해 "이제는 민중의 건강권, 교육권,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을 힘차게 벌여야 한다"면서 "개선보다는 개악을 저지하고, 전진보다는 사수하는 투쟁이 될 것이다. 작은 차이를 넘어 단결투쟁, 연대정신을 이어 통큰 단결 속에 노동자 정당 민주노동당이 항상 최일선에서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늘로 투쟁 100일을 맞은 알리안츠 생명보험노조 전대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만약 이명박과 이영희 노동부장관이 입을 다물지 않는다면 사무직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나 정권을 바꾸는 투쟁을 하겠다"고 했으며, 코스콤 조합원은 "우리는 단결이라는 가장 큰 힘을 갖고 있으니 끝까지 해보자"고 호소했다.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이제는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조직화하지 못한 대가를 받을 것이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보호 차원이 아니라 그들을 정규직화해야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다"면서 "단결하지 못하는 진보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단결을 압박해야 된다"며 진보 양당의 재결합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는 본대회 후 대학로에서 종로를 거쳐 청계천까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민과 함께 하는 거리 행진을  진행하고, 청계 광장에서 정리 집회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이날 집회는 별다른 마찰없이 평화적으로 치러졌으며, 경찰도 과거 차벽을 설치하고 전투경찰을 전면에 배치하는 것과  달리 교통경찰을  중심으로 11개 중대를 배치했다. 

    또 경찰은 이날  "제118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흥겨운 축제 한마당이 되시길 바랍니다”라는 전단지와 폴리스라인 준수와 이를 지키지 않을 시 받게 되는 처벌조항을 담은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배포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행진에 모처럼 연휴를 맞은 시민들은 호기심어린 시선을 던지는가 하면,  더러는 교통 체증에 짜증을 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영세사업자가 많이 모여있는 도로변에서는 "민노당이다", "역시 민노당밖에 없다"며 격려를 보내기도 했고,  멈춰선 버스가 답답해 내리는 시민들 중 일부는 삿대질을 하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외동아들이 학비가 없어 휴학중이라는 김모(50)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를 이해할 줄 알았는데, 요즘보면 정말 혼란스럽다"면서 "대학을 졸업해도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이상한 비정규직으로 취업이 될까봐 걱정된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살기에는 자꾸만  세상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시민들의 관심이 느껴졌는지  행진을 마치고 난 후,  공공서비스노조 이영원 위원장은 "걸어오면서 시민들의 눈빛을 유심히 살펴봤다. 뭔가 달라지고 있다"면서 "우리가 힘을 모으면 뭔들 못하겠는가.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선봉투쟁을 자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행진 중인 대회 참가자들.
     

    이날 행사는 1만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큰 이탈없이 행사 끝까지 대부분의 조합원이 함께 했으며 진보신당 심상정, 노회찬 공동대표도 참석했으나, 발언을 하지는 못했다. 

    한편, 노동자들의 날에 정부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등과 함께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25개 단체를 불법 폭력 시위단체로 규정하는 ‘선물'(?)을 줬다.

    이는 최근 행정안전부가 2008년도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사업 선정을 위해 불법 폭력 시위 단체에 관한 자료를 경찰청에 요청해 얻은 것으로, 만약 불법 시위단체로 실제 지정될 경우 ‘불법 폭력시위를 한 단체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보조금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이명박 정부와 노동계 사이의 긴장은 한층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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