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 모닝, 기아가 안 만든다고?
    정규직 없는 공장이 늘고 있다
        2008년 04월 28일 04:51 오후

    Print Friendly

    노동운동의 질곡이자 우리 사회 모순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 정권에 이어, 보다 높은 강도로 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를 위한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정규직이 아예 없는 공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고통의 중심에서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만들어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력과 자본의 억압과 통제라는 압도적인 힘에 눌려있는 한편 정규직 노동자와의 ‘분절’로 인한 고통도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정규직,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단결을 통한 문제 해결 이외에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 별도로 존재하기 어렵다. 특히 정치적이 우군 세력이 대단히 미약한 조건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안은 조직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투쟁을 중심에 놓고, 다양한 정책 대안과 홍보 전술을 마련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레디앙>은 118주년 노동절을 맞아 비정규직 문제의 실상과, 비정규직 정규직 단결을 어렵게 하는 현실을 현장의 사례를 통해 짚어보고, 1사1조직 운동 등 대안적 조직화 방안의 의미와 실천운동 현황 등을 알아보는 글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1. 정규직 없는 공장 이야기
    2. 거리에선 비정규 철폐, 공장에선 차별인정?
    3. 정규직노조에 비정규직 가입운동 벌이자

    기아자동차 모닝공장의 경우

    충남 서산의 한적한 시골길에 있는 ‘모닝’ 공장은 요즘 ‘대박’이 터졌다. ‘모닝’이 올해부터 경차로 분류된 데다 고유가로 인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4월 14일 기준으로 누적계약대수는 63,000대인데 출고차량이 28,784대에 불과하다.

    주문하고 3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기아차는 부족한 엔진을 현대차 인도공장에서 역수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잘 나가는’ 모닝공장 생산라인에 정규직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믿을 수 없겠지만 ‘0’명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라인은 13개 업체 85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로만 채워져 있다. 모두 1년 계약직이다. 동희오토 소속 150여명의 정규직은 품질관리, 생산과정 체크 등 사무관리직으로 현장을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모습 이면에 감춰진 모델들의 애환처럼, 광고포스터 뒤에는 차를 만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숨과 고통이 은폐돼 있다.
     

    이 공장은 기아자동차 공장이 아니다. 기아차와 자동차부품업체인 동희산업이 공동 출자한 최초의 자동차 외주공장이다. 회사 이름은 동희오토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자동차는 기아자동차 이름을 달고 팔린다.

    시골 마을에 자동차공장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주민들은 너나없이 기뻐했다. 울산처럼 공업도시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꿨다. 군대를 막 제대한 20대 후반의 젊은이들은 ‘정규직’인 줄 알고 이 회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것은 ‘헛꿈’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원한 비정규직’이었다.

    영원한 비정규직, 법정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

    이들의 월급은 얼마나 될까? 2007년 법정최저임금은 시급 3,480원. ‘모닝’ 공장 1년차 노동자는 이보다 20원 많은 3,500원이었다. 2년차는 3,550원 수준이었다. 이 공장 설립과 동시에 입사해 만 5년을 근무한 노동자들이 주야 10시간 노동에 주말 특근까지 온 몸이 파김치가 되도록 일해서 받는 연봉이 2천2백만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끔찍한 노동강도다. ‘팔팔한’ 청춘들인데도 1~2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85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 중에서 2003년부터 5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채 100명이 되지 않는다. 저임에 장시간 노동과 살인적인 노동강도 거기에 덧붙는 비인간적인 대우….

    이를 조선일보가 “기아차 화성공장의 생산성 2배”라는 기사로 치켜세운 이 곳은 1980년대, 군부독재의 폭압과 어용노조 또는 무노조 시절의 공장 그대로다. 자본에게 세상은 진보했는지 몰라도 이곳 노동자들에겐 그렇지 않다.  

    자본이 노리는 또 하나는 바로 ‘노조의 무력화’다. 회사는 2004년 3월 하청업체별로 일제히 기업별노조를 만들었다. 2005년 9월 4일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를 결성했지만 노동3권은 사실상 박탈되어 있다. 파업을 하면 원청회사는 하청업체와 계약을 파기하면 되고, 하청업체는 노조원과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STX중공업의 경우

    선박용 저속디젤엔진을 생산하는 STX중공업에도 생산직 노동자 중에 정규직이 한 명도 없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노동부 창원지방노동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 감독관은 생산 공정에 정규직은 몇 명인지, 하청업체가 몇 개 있는지, 하청노동자는 몇 명인지를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

    기자가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한참 후 담당 감독관은 정규직은 506명(계약직 27명 포함)이고 26개의 사내하청업체에 1,840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본사까지 포함된 인원이었다. “506명은 사무직과 관리직일 테고, 현장에 생산직이 한 명이라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그것까지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28일 STX중공업에 전화를 걸어 생산공정에 정규직이 있는지 묻자 한 직원은 “잘 모르겠다. 관리감독도 있을 수 있고, 현장에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6개 하청업체 1,840명의 하청노동자들이 STX중공업 공장에서 배 엔진을 만들고 있는 것이고, STX중공업은 하청업체를 70명 규모로 잘게 쪼개 ‘관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금속노조 마창지역금속지회 소속 한 노동자가 이 하청업체에 들어갔지만 노동조합을 만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노조를 만들었다가는 업체를 폐업하고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도루코 문막공장의 경우

    ‘정규직 없는 공장’은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식칼과 커터날을 만드는 도루코 문막공장에서 일하는 정규직은 사무직뿐이고 ‘칼가는 노동자’들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7년 전인 2000년 도루코는 생산 공정을 4개로 나눠 팔았다. 부강, 원흥, 혜성, 선교라는 4개의 업체에 10여명씩 나눠 모두 비정규직으로 만들었다.

       
      ▲금속노조는 올해 초 원주에 있는 도루코 문막공장 앞에서 300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인 가운데 ‘직장폐쇄 및 부당해고 철회 도루코비정규지회 파업투쟁 승리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아침 7시 50분에 일을 시작해 밤 8시까지 꼬박 12시간을 넘게 일하고, 때로 밤샘노동을 해서 받는 월급이 120만원이 되지 않았다. 이 노동자들은 작년 10월 14일 금속노조에 가입했고 회사에 교섭을 요청했지만 도루코는 “우리 직원이 아니”라며 교섭에 나오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4월 전북 군산에 선박블록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2007년 460명, 2008년 200명 등 총 660명의 연수생을 모집했다. 2010년 선박건조 도크시설을 갖춘 제2조선소를 완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8만톤급 20척을 생산하고 6,500명의 고용효과를 유발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660명은 모두 연봉 2천만원인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다. 현대중공업은 만 1년이 지나면 정규직 응시 자격을 준다고 하고 있지만 군산지역 노동자들에게는 ‘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들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자본에게 사내하청은 ‘도깨비 방망이’

    자본에게 사내하청 노동자는 도깨비 방망이다. 정규직 대비 40~50%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면 그만이다. 학자금 등 복지후생을 포함하면 30% 수준이다. 무엇보다 업체 계약해지와 폐업을 통해 ‘해고의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정신 나간’ 하청노동자들이 ‘행여나’ 노동조합을 만들라치면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다. 교섭 요구에 대해서는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그 뿐이다. 엇갈린 판결을 내리고 있긴 하지만 법원도 대체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꿩먹고 알먹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수준이 아니다. ‘1석(石) 10조(鳥)’다.

    ‘정규직 없는 공장’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118주년 노동절, 노동권을 박탈당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한숨과 절망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