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놔주시죠”
    2008년 04월 28일 06: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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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기자와 술자리에서 부산시의회 김영희 의원이 화제에 올랐다. 그는 나에게 “김 의원은 보수적인 시의회에서 유일하게 진보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한나라당 일방 독주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시의원입니다. 절대로 그만두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건 시민들에게 죄를 짓는 일입니다”라며 사퇴 불가를 몇 번이나 강조했다.

어느 출입기자의 말

그가 이런 얘기를 한 배경은 김 의원이 당적은 민주노동당이면서 진보신당 후보의 선거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선전을 기원한다는 덕담도 건네고 진보신당에 대한 지지 입장도 공공연히 밝혀 왔던 사람이라 만약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 탈당하는 순간 비례대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의원직을 승계할 사람도 없기 때문에 시의회에는 진보정당 의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김 의원은 진보신당이 만들어지기 전에 내던 특별당비를 진보신당이 창당되면서 동결시켰다. 김 의원의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의원은 그 기자가 얘기한 대로 유일한 진보정당의 시의원 몫을 희생하면서 탈당을 감행하는 게 옳은 것인지? 다른 한편 진보신당의 입장을 갖고 민주노동당 당적을 유지하는 게 ‘정치적 도의’에 맞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가운데 마이크 잡은 사람이 김영희 의원(사진=민주노동당)
 

이 경우 가장 좋은 해법은 민주노동당에서 당적을 정리해주는 것-출당처리-이다. 탈당과 달리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서 김 의원이 어떤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도록 방치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김 의원이 고민하는 ‘정치적 도의’는 김 의원의 몫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몫이다. 두 가지 문제를 분리해 놓고 생각해 보자.

왜 민주노동당 몫인가

우선, 정치적 소신이 다른 사람을 억지로 묶어두는 건 도의가 아니다. 그리고 한나라당 일방 독주의 시의회에서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하는 진보적 시의원을 버리는 것도 도의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당연히 김의원의 당적을 정리해주는 것이 도리다.

김 의원의 고통은 위에서도 언급했듯 ‘의원직을 버릴 것인가?’ ‘정치적 소신과 다른 당에 억지로 볼모잡혀 있을 것인가?’하는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방치하는 게 비의(非義)다. 따라서 진정한 정치적 도의는 민주노동당이 발휘해야 할 몫인 것이다.

만약 민주노동당이 이 문제를 대승적으로 풀지 않는다면 김 의원, 혹은 김 의원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비례의원들은 공공연히 출당을 요구해야 한다. 이런 행동이 도의, 혹은 신의를 저버린 짓이냐고? 예컨대 조폭간의 사적 의리를 버리고 국민에 대한 더 큰 신의를 추구하는 것이 비난받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마찬가지로 그것이 사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보적 대의에 대한 고민인 이상 비난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실리적으로 따지더라도 비례의원들이 공공연히 출당을 요구하며 ‘반당적 행동’을 하게 되는 상황이 유익할 것도 없다.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내부 갈등의 뇌관을 안고 가는 것에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다시 한 번 민주노동당의 대승적 결단을 바란다.

                                                  * * *

* 현재 부산시 김영희 의원과 같은 입장에 처해 있는 광역시 의원은 경북의 김숙향, 울산 박이현숙 의원과 마산시 이옥선 기초의원, 경주 합천의 박현주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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