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하면 더 많이 죽는다"
        2008년 04월 25일 1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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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8명이 산재로 사망하고 300명이 산재 사고를 당합니다. 그렇게 1년이면 2500명이 산재로 사망하는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30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산재로 사망합니다."  김지희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이같이 외치고 다닌다.

       
    ▲ 김지희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 (사진=매일노동뉴스 제공)
     

    수은중독으로 문송면군이 15살에 사망한 지 20년, 원진레이온 산재가 발생한 지 20년을 맞이했건만, 지금도 한국에서는 ‘이유’ 없이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삼성반도체 노동자가 백혈병에 걸리고, 이천에서는 냉동창고 화재로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노동자 건강권 쟁취의 달을 맞이해 안전한 일터, 과로사회 추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전국순회투쟁(4월21일~28일)에 나선 김지희 위원장은 24일 <레디앙>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노동자들의 건강권 쟁취 투쟁을 국민과 함께하는 주요한 투쟁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일하다가 죽는 비상적인 일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전 국민적으로 확산시키겠다"면서 "우리가 침묵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이미 피할 수 없는 싸움은 시작됐다"면서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한편, 포항, 창원, 부산 등을 순회한 민주노총 전국 순회단은 이후 여수(발암물질 백혈병), 광주(자살하는 병원 노동자), 대전(한국타이어), 청주(산재은폐, 현대건설), 이천(화재 참사) 등을 돌고, 산재추모의날인  오는 28일에는 ‘산재추모의 날 촛불 문화제’를 진행한다.

    산재 추모의 날은 태국 케이더(Kader) 장난감회사에서 1993년 4월 화재가 발생할 당시 노동자들이 인형을 훔쳐갈지 모른다는 이유로 회사가 밖에서 문을 잠궈 188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한 후 이 사고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 밝히기’ 행사를 가진 계기로 생겨났다. 이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는 매해 4월을 산재사망자를 추모하는 달로 정하고 노동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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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순회가 반환점을 돌고 있는데, 시민들이나 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오전 7시 공단을 시작으로 지역내 가장 사람들이 많이 가는 시장이나 식당가 터미널 등지를 자전거로 순회하면서 유인물도 배포하고 집회도 하며 저녁에는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동부의 통계 자료를 근거로 하루에 산재로 8명이 사망하고 300명이 사고를 당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통계가 똑같다. 그만큼 산재가 일상적이고 사람들이 건강권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유인물을 받지 않고 지나가려 하는 시민들도 이렇게 통계를 말하면 "정말 그렇게 많이 죽느냐?"면서 깜짝 놀라며 귀를 기울인다.

    노동자 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산재하면 큰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만 잠깐 관심을 가질 뿐 이러한 사고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지 잘 모른다. 또 현장 조합원들조차도 건설이나 제조업이 아니면 아직 내 문제나 내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지역 순회가 이번에 처음이어서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의미에 공감하는 지역 동지들이 함께 해주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각 지역에 자생적인 연대 회의틀이 만들어지는 것 등을 통해 큰 힘을 얻기도 했다.

    – 올해 건강권 투쟁의 구체적인 주 의제와 이슈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길다. 그만큼 노동 강도가 높은 것인데, 이에 맞서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과로사회를 추방하기 위한 전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하다가 죽는 비상적인 일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전 국민적으로 확산시키고자 한다. 일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노동 강도를 높이기 위해 강요된 자본가의 논리이다.

    반드시, 개악된 산재법을 전면 개정해 죽은 이들을 기억하고 산자들을 위한 투쟁을 벌이겠다. 또 제조업이나 건설업에서만 산재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다른 현장의 노동자들에게도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선물하는 것 등의 사업 등을 통해 산재의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려내고,  자신의 사업장에서 건강권을 쟁취해내는 투쟁을 만드는 활동을 조직할 예정이다.

    – 노동자의 안전이나 건강권 문제가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고용안정 및 다른 문제 등으로 인해 노동 의제의 주된 이슈로 제기되기보다는 사후 약방문일 때가 많은 것 같아 아쉽다.

    단순히 한 조직 사업이 아닌 민주노총 조직 전체의 사업으로 지도부가 의지를 가져야 된다고 계속 요구할 예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부터는 처음으로 지역 순례를 시작했고 일선의 활동가들에게도 노동자들의 건강권 쟁취 투쟁의 정당성과 절박함에 대한 인식을 교육 등을 통해 확산시킬 예정이다.

    고용안정도 최저임금도 노동자가 사망해버리고 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단순히 노동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한 가정의 생존 문제이자 국민의 건강권 문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침묵하지 말고 각 산업 현장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같은 노동자의 건강권 쟁취 투쟁은 국민들에게 지지받는 정당한 투쟁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 국민과 함께 하는 주요한 투쟁으로 만들겠다.

    – 개악된 산재법에 이어 재계, 이영희 노동부 장관 등이 산업 안전 규제 완화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의료 제도 또한 상업화되는 등 노동자 건강권 확보에 우려스러운 지점이 많은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 목숨은 우리 스스로가 지키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침묵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이미 싸움은 시작됐고 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공공부문 민영화, 물가 폭등, 교육, 의료부분 상업화 등 어느 것 하나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부분이 없다. 크게는 공공부문과 연대해 투쟁을 준비하면서 산재법을 개정하고 투쟁을 위한 조직화에 적극 나서겠다. 지금은 구호나 의지로 돌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조직화된 투쟁으로 공세적이고 적극적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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