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시 국무회의, 과로내각 구성되다
        2008년 04월 23일 04: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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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시에 국무회의를 한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과로정부라고 할 정도로 국민의 삶의 리듬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똑딱거리는 제도적 시간 속으로 사로잡으려 하고 있다. 보다 빨리 해야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이루어진 8시 국무회의와 같은 그의 국정철학은 느림과 여백의 삶-시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 찰리 채플린의 <Modern Times>는 ‘산업사회와 사적 기업, 행복을 추구하면서 휴머니티 살리기’를 이야기한다. 그 첫 장면은 시계로부터 시작한다.
     

    아침출근과 잠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는 할 말이 많다.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 소문난 지각대장이었다. 어머니는 깨우다 지쳐 날 내버려 두었고 나는 정신없이 학교 갈 시간을 넘을 때까지 잠을 자고 있었다. 아이들이 등교할 때 즈음해서야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는 학교로 향했다.

    난 소문난 지각대장, 그러나 …

    그러나 중학교, 고등학교 통틀어 한 번도 학생선도부에게 걸려본 적이 없었다. 지각생을 잡는 시간이 끝나고 기합을 다 받고, 청소 다 하고, 선도부나 학생이나 아침 조회를 하러 들어가고 나서 한참 뒤에야 나는 혼자서 정문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너무나 느리게 걸어오는 모습에 담임선생님은 한숨을 쉬며 나의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 보았다고 한다. 담임선생님도 완전히 포기했었기 때문에 나의 늦은 등교시간과 관련해서 특별한 체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시절 동안 늘 아침 시간이 무거웠다.

    세상에서 어려운 일 중에서 아침에 일어나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 성적이 그렇게 떨어지는 편은 아니었다. 새벽 3시까지 공부를 했고 늘 라디오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혼자 있는 밤 시간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의미였고, 가치 있는 시간들이었다.

    누구나가 생체리듬이 있듯이 나도 생체리듬이 있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새벽형 인간이었고 새벽이면 모든 일들을 초인적으로 해내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새벽에 조용한 분위기에서 혼자서 눈뜨고 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느껴보지 못한 포만감을 주는 것이었다.

    학교시절을 통틀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거부해 왔던 나에게도 사건이 생겼다. 군대에 가게 된 것이다. 군대 시절은 졸음의 연속이었고 사람들은 나에게 고문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군대에서 서서 자는 법을 배웠고 걸어가면서 자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나의 생체리듬과 다른 규정된 시간대에 똑딱거리듯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복학을 하자 나는 예비역으로 동아리 생활을 시작했다. 동아리에서는 8시 출근하고 아침조회를 하겠다고 자율적으로 결정을 했던 것 같다. 나는 예비역으로 이미 생활리듬이 잡혀 있다는 자신감에 그 학습동아리의 스케줄에 동의를 했다.

    그러나 당시에 나는 컴퓨터와 인터넷, 게임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너무도 바쁘고 짧았던 것 같다. 정말 컴퓨터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었고 인터넷의 바다는 너무도 많은 정보와 지식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으레 오후가 돼서야 학교에 가곤 했던 것 같다. 도로 새벽형 인간이 된 것이다. 사실 그런 사이클이 나의 체질에도 맞았던 것 같다.

    아침형 인간과 새벽형 인간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은 교수님으로부터 선물 받았던 유일한 책이다. 교수님이, 이 책이 발매되는 순간 나의 얼굴이 떠올라서 샀다고 한다. 나를 위해 발간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친필 사인까지 하셔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교수님의 얼굴에는 무엇이랄까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듯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생활의 사이클을 바꾸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아침형 인간이 되리라는 다짐으로 새벽 4시에 잠들려는 순간 더 커피를 마시고 견뎌서 하룻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저녁에 일찍 잠을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날 저녁에 잠을 잤으나 너무 오래 자는 바람에 새벽형 인간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래서 아침에 친구와 운동 약속을 했다. 그렇게 세 달을 운동을 같이 했다. 친구에게는 비밀이지만 나는 운동을 하기 위해서 아침까지 밤을 꼬박 새고 새벽에 나와서 운동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신선한 공기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겠지만 나에게는 달밤에 체조 정도였다고 할 수 있다.

    어떤 학자가 하루에 잠을 한 시간 안자는 것으로 계산해 보니 인생에서 어마어마한 시간을 더 사는 것이라는 것을 계산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학자는 하루에 한 시간을 덜 자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생활리듬이 엉망이 되어서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적당한 잠과 적당한 수면은 우리의 삶에 필수적이며 잠을 줄여서 일하거나 공부하거나 활동한다는 것은 삶의 리듬을 깨뜨리는 잘못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8시 국무회의를 하겠다고 하면서 공무원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장관들이 8시에 국무회의를 하면 하급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로 8시 이전에 출근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국가주의가 조장한 똑딱거리는 시간은, 시간을 해방시키고 자유 시간으로, 삶-시간으로 온건히 자신의 것으로 쓰려는 대중들의 욕망과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에게는 모든 시간을 자신의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활동으로 쓰려고 하는 욕망이 있다. 그래서 출근시간이나 퇴근시간과 같은 똑딱거리는 시간이나, 감옥, 군대, 학교, 병원 등의 똑딱거리는 시간을 넘어서고자 하고 있다.

    노동운동과 시계

    보다 많은 자유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은 노동자운동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으로 의제화되었고 주5일근무제를 현실화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더 많은 노동시간이 단축되어 일자리를 나눌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하며, 자유 시간을 해방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획들이 필요하다.

    자유 시간을 소비나 미디어에 뺏겨서 의미와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바리케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와 인터넷 등에 포섭된 시간을 가족들과 대화하고 가치 있는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삶-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 계획이 말이다.

    근대 초기 노동자들은 파업시기 때 시계를 부수어 버렸다고 한다. 정말 지긋지긋하게 삶을 포획하고 있는 지배 장치였던 시계를 말이다. 그러나 현재의 ‘과로내각’은 국민에게 8시부터 일과를 시작할 것을 요구하며 지배 장치로써의 시계를 들이대고 있다.

    그것은 대중들이 갖고 있는 해방의 시간에 대한 욕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대중들은 더 많은 자유시간과 더 많은 삶-시간을 욕망한다. 그러한 욕망을 읽지 못하는 과로정부는 똑딱거리는 시간의 노예들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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