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지 무시하다가 보복 당한다"
        2008년 04월 20일 04: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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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10월 말 제10차 람사르 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람사르 총회는 당사국간 논의를 통해 지구 차원의 습지보전 상황을 평가하고 공동의 정책을 개발하는 중요한 국제 환경회의로서 매 3년마다 대륙별 순환 원칙에 의해 개최된다.

    우리나라 창원에서 개최되는 제 10차 람사르 총회는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 을 주제로, 약 165개의 당사국이 참가해 8일간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 람사르 총회는 환경올림픽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지구 환경인들의 최대 축제이다.

       
     
     

    강 하구를 비롯한 다양한 습지에 대한 현명한 이용과 보전을 위해 다양한 주체들이 정보를 나누고 람사르 습지의 가치를 알리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정부의 대표들뿐 아니라 습지관련된 활동을 하는 NGO들이 포럼, 전시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함께 하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람사르 총회가 개최되는 경남지역의 우포늪이나 주남저수지의 생태적 가치는 전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환경유산이어서 람사르 총회를 통해 더욱더 보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러한 세계인의 축제에 우리 국민 모두가 협력해  습지에 대한 인식확대의 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 사회는 지금껏 우리 문화 속에서 익숙하기만 했던 습지의 기억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습지의 가치를 알리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의 NGO들이 습지를 보전하기 위한 시민운동에 주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다양한 형태의 습지와 함께 그 속의 인간과 생명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있는 곳이 한국의 습지들이다.

    강과 하천을 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과 지혜, 갯벌과 바다의 풍요로움을 거두는 어부들의 이야기, 늪 혹은 둔벙과 저수지에 얽힌 지명과 삶의 흔적들, 그리고 다양한 습지에 살고 있던 생명들의 어우러짐을 듣고 보노라면 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우리의 자연에서 소박하지만 숭고한 아름다움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거창하게 국제적인 습지 관련 회의가 아니더라도 습지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은 반성해야 할 점이다. 습지는 한마디로 말해 다양한 형태의 물 순환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이르는 말이다. 물은 빛과 공기와 함께 생명들이 나고 자라고 자연으로 되돌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에 습지는 생명의 순환이 펼쳐지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람사르 총회에서 습지 보전가치를 알리는데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물을 매개로 한 건강한 습지의 생명력이 인간사회의 풍요로움을 떠받치는 기본적인 바탕이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한국의 람사르 총회가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을 주제로 선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한국사회는 최근 연안습지의 대재앙을 겪었다. 태안 기름 유출사건으로 서해 연안의 수많은 습지 생명체를 잃었다. 습지의 건강을 잃으면서 서해주민들은 건강은 물론, 생존권마저 위협 받았다. 다행히 전국의 10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과 지역주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옛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완전히 복원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매우 아이러니한 사실은 정부든 국민이든, 항상 잃고 나면 후회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태안의 습지 파괴 사건은 결코 씻을 수 없는 우리 역사의 상처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습지의 생명은 인간의 생명이다’라는 관계를 충분히 공감한 사건이기도하다. 

    이제 이러한 환경재앙은 더 이상 안된다. 국민들에게 습지에 대한 인식증대라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기에는 그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람사르 총회가 개최되는 경상남도의 자치단체장이 한반도 대운하 찬성 발언을 하면서 한국사회가 또 술렁이고 있다.

    태안 연안습지 파괴의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한국사회에서 첨예하게 논란이 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문제를 람사르 총회가 개최되는 경상남도 자치단체장이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내 습지 보전과 습지 개발사업에 대한 입장이 지속적으로 대치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제 10회 람사르 총회는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어찌해야 하는가? 한반도 대운하 문제로 람사르 총회가 파행으로 가야하는가? 아니면, 찬성측이든 반대측이든, 서로 입장을 절제하고 람사르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세계인들의 습지 보전 축제의 장으로 준비해야 하는가?

    지금은 서로의 입장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어떤 방법이 국익을 위하고, 습지 보전을 위한 현명한 판단일지 깊히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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