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대공황 온다!”
    2008년 04월 17일 03: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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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4월 15일에 단위학교 자율성 확대와 지방교육자치 내실화를 위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처럼 이번에도 역시 3단계를 두고 있다. 1단계 탈규제부터 시작해 3단계까지 가면 완전히 ‘학교단위 자율경영체제’가 확립된다.

여기서 ‘경영’이란 말은 내가 임의로 붙인 말이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가 발표한 글에 정식으로 쓰여 있는 말이다. 근본적으로 기업경영과 학교운영을 혼동하고 있다. 이명박 교육정책의 뿌리가 되는 김영삼 교육정책에서 이미 학교운영을 기업 경영자처럼 할 것을 주문했었다.

대신에 학생과 학부모는 철저히 소비자가 된다. 교육을 소비자와 경영자가 있는 곳으로, 즉 시장으로 바꾸려는 기획이 지난 15년간 완강히 추진돼왔다. 이명박 정부가 그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이와 관련해 교과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교육에서 ‘경영’이라니…

“구체적인 규제 지침들이 폐지됨으로써 일선 학교의 운영 방식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긴 하지만 포괄적 장학지도권의 폐지는 우리 교육사에 유례없는 역사적 대사건이라고 봐야 한다.” – <연합뉴스>, 2008. 4. 15

   
▲ 4.15 발표에 항의하는 교사들 (사진=전교조)
 

가히 혁명이다. 국가가 공교육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방기하려 한다. 김영삼 정부 당시 국가가 금융에 대한 관리감독을 포기한 후 나타난 결과가 IMF 경제파탄이다. 김영삼 정부는 자유화라는 미명 하에 교육감독 포기도 기획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제 이명박 정부가 실행에 옮기려 한다. 이 결과는 공교육 파탄일 것이다.

이런 자유화 정책은 시장에서 각 개별주체들이 알아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그리고 그런 개별주체들의 이익을 다 합치면 그것이 곧 공공선이라는 믿음에도 근거하고 있다.

IMF 사태를 보자. 당시 우리나라 재벌들은 김영삼 탈규제 공간을 맞이하여 곧바로 이익극대화에 돌입했는데 그것은 과대투자 과당경쟁이었다. 우리나라 금융자본도 역시 곧바로 이익극대화에 돌입했는데 그것은 과대차입 과다대출이었다.

그 결과 공공선이 무너진 것은 물론이려니와 각 개별주체들마저도 철퇴를 맞았다. 상당수 중견 재벌과 종금사들이 퇴출된 것이다. 과연 개별주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능력이 있는가? 과연 개별주체들의 이익의 총합이 공익일 수 있는가?

개별주체들에겐 이익을 극대화할 능력이 없거니와, 개별주체 이익의 총합이 공익이 아니란 점도 이번 총선을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상위 5% 이외엔 모든 국민에게 손해만 끼치는 급진자유화 세력에게 표를 몰아준 것이다. 당장 집값 올라갈 기대에 취해. IMF 사태를 초래한 재벌과 금융자본들의 근시안적인 이익추구와 닮은꼴이다.

삼성의 이익은 삼성자동차가 아니었다. 그런데 삼성은 자기 마음대로 해서 외형을 불리는 것이 자기들 이익인 것으로 착각했다. 그 결과 기아가 무너졌고,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그 와중에 IMF 사태의 신호탄이 되는 홍콩 페레그린 증권사의 ‘Get out of Korea, now!’ 보고서가 나왔다. 그 결과 삼성자동차도 망했으며, IMF 사태의 여파로 재벌규제가 심해져 그에 대한 대응을 하다 요즘 이건희 회장 부자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과당경쟁에서 공황으로

교육에 대해서 국가가 관리감독, 규제를 포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IMF 사태의 경과와 똑같다. 당장 과당경쟁, 과대투자, 공황을 야기하는 버블이 발생할 것이다.

각 개별주체들은 자신들의 진정한 이익을 추구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 국가의 퇴각으로 각 개별주체들은 알아서 ‘자살’하게 된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입시 과당경쟁, 사교육비 과대투자 경쟁에 나설 것이다. 공급자인 학교도 역시 입시 과당경쟁, 입시경쟁에의 자원 과대투자에 나설 것이다. 그 결과는 당연히 입시성적 버블 공교육 공황이다.

거의 대부분의 관리감독 규제가 순차적으로 사라질 계획이기 때문에 무엇무엇이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열거하기가 힘들다. 한 마디로 학교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새벽별 보기 보충수업이든, 달 뜰 때까지 보충수업이든, 방과후 입시교육이든, 우열반 편성이든, 상상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런 것을 일컬어 ‘단위학교 자율화’라고 한다. 김영삼 정부 교육정책의 목표였다. 자율엔 당연히 책임이 따른다. 자율화에 책임까지 붙이면 ‘단위학교 책임경영’이 된다. 이 역시 김영삼 정부 교육정책의 목표였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이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의 교육파탄이 왔다.

책임을 묻는 주체는 시장, 구체적으로는 소비자다. 소비자는 자율경영하는 학교들을 평가하며 자신들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학교를 선택하게 된다. 그 만족도란 입시성적 극대화다. 아이들을 24시간 가둬 놓고 사육한다 해도 일류대, 일류학과에만 들여보내 주면 만족도는 급상승한다. 대신에 학교는 죽는다.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인간성도 죽는다.

이명박의 무작정 혁명

난 그동안 한국 기득권 세력을 일컬어 급진자유화 세력이라고 해왔다. 지금의 행보를 보면 그것이 틀린 것 같다. 이 정도면 ‘급진’이 아니라 ‘혁명’이다. 가히 혁명적 자유화 세력이다.

국가폭력을 기반으로 한 무정부주의에 가까운 혁명적 자유화의 엄습.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3대 정권 때만 해도 기획과 현실성 사이에서 머뭇머뭇하는 기미가 보였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맹목돌진적인 자유화 실현이다. 한국 구체제의 전면 해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초중등 교육 부문에서 보면, 공교육 해체, 학교 살해다. 이제 학교는 스스로도 입시경쟁에 더욱 몰두하게 되겠지만, 소비자들의 등쌀 때문에도 더더욱 입시경쟁에 매몰되게 될 것이다. 원래 학교는 입시교육하라고 만든 곳이 아니다. 학생도 입시경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입시경쟁만 하다가 학교고, 학생이고 모두 죽게 된다. 국가경쟁력도 파탄 날 것이다. 딱 교육판 IMF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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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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