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 천국은 신공안 정국 함께 온다
        2008년 04월 16일 11: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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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김재진 조직국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지난 해 7월 광양항 허치슨지회 노조 설립 신고를 위해 광양시청에 갔다가 시청 직원들의 직무유기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져 고소에 휘말렸으나, 이후 시청이 고소를 취하해 마무리된 사건이었다.

    일단 잡아 넣고 보자는 검찰

    그러나 검찰은 고소 취하 여부와 상관없이 수사를 계속해 지난 2006년 현대 하이스코 해고자 복직투쟁시 경찰에 상해를 입혀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집유기간에 있으면서, 또 광양시청 공무를 방해하는 등 법질서를 무시했다며 다시 기소했다. 

    김 국장과 결혼을 약속한 김현주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교육선전국장이 "일생에 단 한번 뿐인 결혼식을 치를 수 있게 불구속으로 재판받게 해달라"며 탄원서를 냈으나, 지난 11일 재판부는 김씨를 구속했다. 결혼을 9일 남겨둔 날이었다.

    기각 사유는 ‘도주 우려’였다. 김씨는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는 상식적이지 않은 판단을 법원이 내렸다"면서, 결혼식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결혼식 날 하루 나오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양가 부모님과 동료들과 함께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5일 충북 청주경찰서는 작년 11월 공사 현장 사무실 집기류를 파손하고 불법 집회를 벌인 혐의로 이용대 건설노조 충북건설기계지부장 외 3명을 구속했다.

    사측이 단체 협약을 이행하지 않아 촉발된 사건으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해 잘 마무리됐으나 검찰이 구속 수사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노조와 원만히 해결됐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건설노조 이영철 조직쟁의 실장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해 원만히 해결된 사안이어서 보통의 경우 구속수사까지는 가지 않는다"면서 "이명박 정권에 편승하는 정치적 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사전 경고용 구속 수사"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이후 국가 폭력 기관들의 노동자에 대한 구속 등 대통령 코드에 맞추기 위해 알아서 기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위 사례처럼 이미 지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뒤늦게 기소를 하고 있으며 노조는 이를 ‘숨죽이고 있으라’는 대노조 협박성 공권력 행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지난 해 12월 26일부터 최근까지 구속된 노동자는 24명에 이른다. 구속노동자후원회 이광열 사무국장은 "예년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서로 협력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눈치를 보는 ‘정권 초기’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많은 수치"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노동자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기도 아닌데, 상당수가 이미 마무리 된 오래 전 사건에 대해 검찰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구속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면서 “노조에게 사용자에 대해 파업하고 대들지 말라고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노골적인 사용자 편들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법과 원칙’은 사측에게 가면 ‘자율’로 전환된다. 지난 2월 14일 충남 아산 경찰서는 정원영 금속노조 충남지부장 외 6명의 노조 간부를 작년 경남제약 정상화 파업에 참석해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충돌이 발생하기 전 용역경비들 및 사측이 노조원들에게 행사한 폭력을 고발한 것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 외 노조 및 각 사회단체들이 코스콤, 한국 타이어, 이랜드, GM 대우등에게 제기한 여러 불법 행위에 대해 정부는 ‘자율’을 강조하며 개입하지 않고 있다.

    사용자 폭력 행위는 모른 척

    실제로 새 정권이 출범한 지 2주 만에 발생한 코스콤 비정규직 지부의 강제 철거 사태에서 보여준 용역업체들의 불법과 폭력에 대한 정부의 방관은 현 정부에서 공권력이 향후 어떻게 행사될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또 ‘떼법 문화 청산’을 공언한 법무부 또한 업무 보고 시 파업 등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의 원인이 되는 불법파견 등 사용자 쪽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같은 ‘이중 잣대’는 기아차 파업 문제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바쁠 뻔했는데 다행이네"라며 쟁의 문제를 ‘형사문제’로 보는 이 대통령의 인식과 ‘코드’를 같이하며 노동 현장 곳곳에서 적용되고 있다.

    “현수막을 펼치거나 구호를 외칠 시 기자회견이 아닌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처벌하겠다”

       
      ▲ 사진=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난 7일 민주노총 부산본부 최승환 선전부장은 한반도 대운하 반대 ‘기자회견’을 하며 경찰측으로부터 이같은 경고를 받았다. 현행 법률상 기자회견은 집회가 아니기때문에 집시법에 따른 처벌대상이나 신고의 대상이 아니다.

    만약을 대비해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까지 확인받은 회견이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해 15분 정도 가량 진행된 이날 회견에서는 경찰서장까지 출동해 해산을 종용하고, 1개 중대 120여명의 전투경찰이 현장을 에워쌌다.

    선관위도 인정한 기자회견에 경찰서장까지 출동 호들갑

    이어 15일 6.15 시민단체들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30분간 경찰과 실랑이를 하느라 회견은 3분 만에 끝났다. 이날도 경찰은 “현수막을 펼치거나 구호를 외칠시 불법집회로 규정한다"면서 기자회견 해산을 촉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심지어 시청에 진입하려고 했던 장애인 단체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최 부장은 "경찰 측이 우리에게 불법집회 근거라고 제시한 것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한 다른 단체에게 적용하지 않은 건 모순"이라며 "이명박 정권과 코드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공권력이 법을 과도하게 해석해 적용하고 있다. 부산에서 활동한 지 십여년만에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부장은 "사실상 이명박 정권 하 경제 개발을 위한 법과 원칙의 주 적용 대상은 노동계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다른 진보세력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정권과 코드가 완전히 다른 노동계의 발언이 원천봉쇄 당할 것이라는 판단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고 전망했다.

    헌법으로 보장된 집회 시위는 물론 기본적인 기자회견마져도 봉쇄당하는 신공안정국이 도래한 것이다. 경찰청이 18대 국회에 제출할 집시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십여 년 만에 처음 겪는 상황’이 노동 현장 곳곳에서 재현될 전망이다. 또 이같은 불길한 징후는 사회 곳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신공안 회귀 뚜렷 

    야당 의원의 유세 현장, 한반도 대운하 반대 교수 모임, 민가협의 목요 집회, 인문 사회 과학 서점 등에 경찰들이 방문하는가 하면, 13년째 이어오고 있는 인권영화제가 상영관을 잡지 못하고, ‘민중’, ‘통일’ 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화 사업들이 불허되는 등 ‘신공안 회귀’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경찰청이 제시한 집시법 개정안은 이같은 ‘신공안법’을 망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집회·시위 현장에서 쇠파이프와 죽창 등 폭력시위 용품을 그저 갖고있기만 해도 형사처벌되며, 시위 참가자의 복면 착용을 금지하고, 시위 소음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또 주최 측이 집회 신고시 준법 집회를 약속하고, 이를 근거로 평화적 집회를 보장하는 양해각서(MOU) 작성을 의무화하며, 금지 통고된 집회를 강행할 경우 현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는 처벌 조항을 더욱 강화키로 했다.

    이 내용 중 상당수는 지난 17대 국회에서 기업 법안을 심의 의결하는 산업자원위원회에서 논의됐으나 인권 침해 등의 이유로 사회적 논란만 빚다가 폐기된 것들이다.

    특히, 이같은 ‘신공안법’은 정부와 ‘대척점’에서 강력한 춘투를 준비하고 있는 노동계를 가장 먼저 ‘표적’으로 조준하고 있어 향후 노사정관계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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