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북해야지 ... 친미하나?"
    By mywank
        2008년 04월 16일 04: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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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노당은 16일 오전 10시 반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4.9총선 이후 진보진영이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원로 및 진보진영 대표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는 18대 총선 전인 지난달 26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행사이다.

    간담회에는 천영세 민노당 대표, 이수호, 윤금순, 정성희, 박승흡 비대위원, 권영길, 강기갑, 곽정숙, 홍희덕, 이정희 당선인을 비롯해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가 참석했다.

    또 강정구 평화통일연구소 소장,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정광훈 한미FTA범국본 공동대표, 노중선 4월 혁명회 상임의장, 한도숙 전농 의장, 김덕윤 전여농 회장, 권오헌 양심수 후원회 회장, 박순희 천주교 전국연합대표, 고관철 한국장애인자립생활 센타 연합회 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 민노당은 16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4.9총선 이후 진보진영이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마련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천영세 대표는 18대 총선결과를 진보진영 원로들에게 설명하며 “지난 총선하고 대비해 반타작만 했고, 총선은 역시 숫자로밖에 얘기할 수 없다”며 “앞으로 당은 당대로 과감한 혁신을 하겠고, 문을 활짝 열고 더 큰 바다로 노를 저어 재창당의 길로 가는 큰 밑그림과 방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권영길 당선인은 분열된 당을 통합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권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가장 어렵게 부딪힌 문제는 당의 분열”이었다며 “당이 분열되지 않았으면 아마 민노당이 교섭단체도 거뜬히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권 당선인은 또 “정말로 반성하고, 통합에 몸 바치도록 하겠다”며 “이런 국민들의 갈망과 절절한 염원으로 이번 18대 총선에서 재선 의원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이번 총선결과와 민노당의 향후 진로에 대한 진보진영 원로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진보진영 원로들은 민노당이 추구하는 본연의 ‘색깔’에 더욱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또 진보진영의 분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오종렬 진보연대 공동의장은 “사람들이 민노당에 대해 ‘데모당’이다, ‘민주노총당’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이런 말에 대해 움츠러들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나무라니까 물러선 것이 결국은 규정받아버리는 것 같고 자꾸 물러서면 밟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 의장는 “요즘 민족 문제로 시비가 붙고 있지만, 우리가 죄인인양 전근대인인양 생각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친북당’, ‘종북당’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우리 생존을 위한 조국통일이라는 방향으로 나가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희 천주교 전국연합 대표는 “70년대 노동현장에서 노동현장을 분열시켰던 그 모습을 민주노동당 안에서 보면서 분노했다”며 “노동자 농민 서민들은 가진 자들에게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 좀 배웠다는 자들에게도 당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표는 “민노당을 ‘친북당’이라고 하는데 친북이 맞다”며 “우리가 통일하자고 하는데, 그럼 친북해야지 친미해야 하나”고 반문했다.

    다음은 오늘 간담회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내용이다. 

                                                               * * *

    천영세 민노당 대표 = “올해 들어 지금까지 ‘죄송하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인사를 쉴 새도 없이 한 것 같다. 비단 저뿐만 아니라, 주요 당직자 분들도 다 그랬을 것이다 여기 들어오다가 만난 오종렬 의장이 ‘겨우 5석 얻어 놓고는 뭐 대단하게 승리한 당수처럼 그렇게 얼굴에 활기가 차냐’고 농담을 했다. 지난 총선하고 대비해 반타작만 했다. 총선은 역시 숫자를 얘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이 저희뿐만 아니라, 전체 진보진영에 함께 하고 있는 어르신들, 각 조직의 대표자분들의 심정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보수정치세력의 우위라는 엄혹한 정세 속에서 진보정치세력이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당은 당대로 과감한 혁신을 하겠다. 그리고 활짝 열고 더 큰 바다로 노를 저어 재창당의 길로 가자는 큰 밑그림과 방향을 내놓겠다. 또 전체 진보진영의 책무이자 시대와 역사의 요청이라고 보기 때문에 적어도 오늘 함께한 어르신들과 각계 지도자들께 와주십사 요청 드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

       
    ▲ 민노당 권영길 당선인과 강기갑 당선인. (사진=손기영 기자)
     

    권영길 경남 창원을 당선인 = “살면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민주노동당도 그랬고,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다. 가슴앓이를 굉장히 많이 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가장 어렵게 부딪힌 문제는 당의 분열이었다. 창원에서 ‘너희는 너희 복을 스스로 찼다’, ‘차려놓은 밥상을 너희가 찼다’, ‘무슨 면목으로 선거를 하려고 하냐?’란 말을 많이 들었다. 분열되지 않았으면 아마 민노당이 교섭단체도 거뜬히 넘을 수 있을 것이다

    민노당이 서민들이 기대를 저버렸다는 것을 굉장히 극복하기 어려웠다. 수습하기 위해서 선거과정의 3분의 2를 노동현장에 다녔다. 할 말이 아무 것도 없었다. 정말로 반성한다. 통합에 몸 바치도록 하겠다. 그런 진정어린 호소도 거센 비판에 부딪힐 때도 있었다. 여러분들을 비롯해 정말로 전국에서 진보정당의 희망을, 민노당의 희망을 새로운 씨앗을 뿌려야 한다는 이런 갈망과 절절한 염원으로 재선 의원이 됐다. 모든 분들과 함께 정말로 새 모습으로, 지혜를 가다듬으면서 하겠다”

    강기갑 경남 사천 당선인 = “감사드린다.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많은 기운들이 전국에서 사천으로 모여들어서, 승리를 일궈냈다. 제가 똑똑해서도 아니고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4년 동안 오로지 제 할 바를 열심히 했을 뿐이다. 이것 하나 재산이었는데, 주민들께서 이걸 좋게 평가해 주셨다. 4년 내내 의정보고회는 충실하게 했다. 의정보고회 농사가 상당히 잘 적중한 것 같다. 선거 때만 반짝하지 않겠다고 주민들에게 이야기했던 게 한나라당 공천과정에서 나온 경쟁후보와 딱 맞아 떨어지면서,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민노당 후보도 당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면, 표가 벌 때처럼 모인다는 것 느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격차를 오차범위로 올려놓으니까 전국에서 기운들이 쏟아져 오는 것 느꼈다. 이제 민노당도 당선이 가능하다는 근사치만 끌어올리면, 사천만이 아니라 가능성을 찾아 헤매는 표들이 가짜 설탕 꿀에 가는 게 아니라, 진짜 꿀인 민노당으로 몰려들 것이다”

    홍희덕 비례대표 당선인 = “정말 감사드린다. 저는 해마다 해고되고 그러면서도 굴하지 않고 자치단체의 온갖 궂은일을 하는 노동자들 조직하고 투쟁하던 사람이다. 2000년도 처음 노조를 만들고 탄압도 많이 받고 온갖 투쟁을 했는데, 그 당시에는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 없었다. 그 당시에 한나라당, 민주당 지역 국회의원도 찾아갔다. 백방으로 뛰었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에 민주노동당이 생겨 우리가 직접 뽑은 국회의원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후로 저부터 당에 가입하고 조합원들을 당에 가입시켰다.

    지난 대선 때도 조합원들이 철저하게 복무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이런 얘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우리 민주연합노조처럼 했으면 이렇지 않았을 것 아니냐?’라고 말이다. 당도 갈라지는 모습 보고 힘들었다. 어떻게 국회 내에서 소수가 힘을 발휘하겠나 하는 우려도 많다. 앞으로 현장에서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힘으로 막아내야겠다”

    곽정숙 비례대표 당선인 = “1번에게 주는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당 안에서 또 저와 함께 일을 하겠다고 적극 추천했던 장애인계 동지들, 가족들 500만 장애인계에서 주시하고 손을 잡고 있어, 굉장한 부담감과 힘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하겠다. 좋은 조언과 풍성한 소통으로 장애인 권리 확보와 정책 마련해 나가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부족한데 이렇게 이 자리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이정희 비례대표 당선인 = “밖에서 보다가 안에 들어와 보니까, 당이라는 조직이 쉽게 굴러가는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즉 땀과 눈물로 만들어가는 조직이라는 것을 느꼈다. 4년 동안 많이 배우면서 해야할 것 같다. 일하는 사람들이 지혜롭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

    5석이 크지 않지만, 지역에서 두 석이나 당선됐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큰 힘이다. 또 어떤 방향으로 가야 살 수 있느냐를 가르쳐 줬다고 생각한다. 결코 많은 의석이 아니지만, 좋은 기회다. 진짜 대표야당이 된 상황이고, 민노당에 기대와 힘이 모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진보진영이 참패를 했다. 또 젊은층이 보수화 되고 무관심해지는 문제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 간담회에 참석한 진보진영 원로들.
     

    오종렬 진보연대 공동의장 = “이 자리를 빌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민노당에 대해 ‘데모당’이다, ‘민노총당’이다 혹은 ‘안 되는 걸 억지로 떼쓰는 당이다’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하지만 이런 말에 대해 움츠러들지 말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에서 결의했으니 ‘민주노총당’이 아닌가. 전농에서도 노동자와 똑같이 민노당 주역되겠다고 들어오지 않았나. 그래서 민노당은 ‘민주농민당’이 맞다. 또 ‘민주빈민당’이다. 이를 위한 전략을 좀 더 개발해야 할 텐데, 나무라니까 물러선 것이 결국은 규정 받아버리는 것 같다. 자꾸 물러서면 밟히는 것이다. 민주노총과도 좀 더 혈맹관계를 강화했으면 한다.

    지금 현재 민족문제로 시비가 붙고 있다. 기라성 같은 문학계․학술계 지도급 인사들이 민족문제를 전근대적인 것처럼 융단폭격을 하는데 진보진영에서 대응을 못하고 뒷걸음질치는 것을 보고 슬펐다. 우리가 죄인인양 전 근대인인양 생각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또 ‘친북당’, ‘종북당’ 이래서 자꾸 위축되는데, 우리 생존을 위한 조국통일 이라는 방향으로 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걸 정책토론 장에서 폭 넓게 개발해야 한다”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 = “너무 무거운 마이크가 온 것 같다. 솔직히 고백하다. 민주노동당이나 이런 쪽에 한번도 거들어주질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소가 부산으로 되어있어, 부산까지 내려가서 투표를 해야 하는 비용을 치르면서도 투표했다. 민노당의 ‘노’만 보고 찍었다”

    박순희 천주교 전국연합대표 = “분당사태를 보면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왜 노동자․농민․서민들은 가진 자들에게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 좀 배웠다는 자들에게도 끝없이 당해야 하나. 70년대 노동현장에서 노동현장을 분열시켰던 그 모습을 민주노동당 안에서 보면서 분노했다. 이것에 대해서 각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민노당을 ‘친북당’이라고 하는데 친북이 맞다. 우리가 통일하자고 하는데, 그럼 친북해야지 친미해야 하나.

    유권자의 눈동자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을 사천에서 실천했다. 국민들에게 유권자들에게 하루하루 일상적으로 잘해야지 선거 때만 되면 인사 꾸벅하고 손잡고 하는 것은 국민들이 식상해 있다. 민노당은 지금부터 구체화해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유권자와 국민들한테 진솔하게 하는 일상적인 조직운동을 펼쳐가자”

    고관철 한국장애인자립생활 센타 연합회 회장 = “예전에는 독재나 그런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서 장애인들이 낄 수가 없었다. 장애인, 소수자는 보이지 않았던 사회운동이었고 누구보다도 더 차별받고 더 숨죽이면서 눈물 흘렸던 시대였다. 그런데 이제는 곽정숙 대표도 있고, 장애인과 소수자에 대한 부분이 많이 향상된 것 같다. 이런 것은 사회가 발전됐기 때문인 것 같다.

    사회가 보수화됐다는 것은 결국 미래의 가치와 미래의 대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다양한 계층과 계급과 요소들이 이 사회에 있다. 옛날처럼 양단으로 칼질해서 나눌 수 있는 사회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이런 다양한 자주적 계층들이 자신들의 삶을 자주적으로 개척하겠다고 나서면, 민노당이 나서서 그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배종렬 평통사 상임대표 = “한국사회는 지금 일본사회보다 보수화되기 쉽다. ‘종북주의’ 어쩌니 말해도, 100년이나 일본군과 미군이 우리를 점령하고 있다. 계급운동만 해서는 안 된다. 미군 내보내는 평화협정 시안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민노당도 미군 몰아내고 평화협정 실현할 수 있도록 부탁 드린다”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 “평군이 전국의 조직을 통해서, 극우세력을 두드려 부시는데 역할을 해야겠다”

    배우 권병길 씨 = “여러분들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삼보일배를 할 때면, 언제 저기까지 가나하고 답답해했는데, 여러분들이 역사 발전을 위해 한 길을 가고 있다. 비록 길이 멀고 험준하고 닥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러분들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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