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는 돈으로 남발, 파업은 힘으로 막아
    2008년 04월 16일 10: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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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운동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자본가 정권의 노림수다." 울산 현대미포조선에 근무하는 김석진(45)씨는 노동부가 추진하는 ‘부당해고 금전보상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내에 노조 소식지를 뿌리고 고의로 잔업을 시키지 않는 상사에게 ‘바른 말’ 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해고돼 대법까지 가는 끈질긴 투쟁 끝에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지난 2005년, 8년 만에 복직돼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노동부는 ‘활력있는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해 금전보상제도를 일정한 요건 아래 사업주가 활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검토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같은 계획은 근로형태를 다양화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14일 발간된 17대 대통령직 인수위 백서에도 실렸다.

만약, 노동부의 정책이 실현된다면 김씨처럼 사측에 고분고분하지 않아 ‘괘씸죄’로 해고당할 경우 부당해고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돈’ 으로만 사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어 사실상 ‘눈엣가시’인 건강한 노조 활동은 불가능하게 된다.

김씨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사측이 해고를 남발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올바른 민주노조 운동을 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을 돈으로 말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고는 쉽게 파업은 어렵게

   
▲ 비정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 전경련 앞에서 (사진=민주노총)
 

해고는 쉽고, 파업은 어렵다. 지난 달 13일 발표된 노동부의 업무 보고를 요약하면 이같이 압축된다. 부당해고시 금전보상제 외에 노동부는 현행 3개월인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까지 확대하고 임금체계를 연공 중심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또 첨예한 현안인 비정규직법에 대해서는 "노사가 각자 입장에서 비정규직법 보완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만큼 사용기간 및 파견허용업무 조정 문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방안 등 노사간 주요 쟁점사항을 패키지로 묶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간 재계가 제시한 기간제, 파견법 등 관련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해 올해 말까지 노사정 논의 공론화를 거쳐 보완 방안을 마련해 09년에 입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어 복수노조 및 노조전임자에 대해서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노동조합 설립, 부당노동행위, 각종 신고의무 관련 제도개선 등 집단적 노사관계 제도개선은 09년에 입법화한다.

이렇듯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강화되지만,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파업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노동부는 노사 관계 핵심 갈등 요인인 공공부문개혁, 비정규직 문제, 산별교섭 문제 등에 대해 유형별로 체계적 대응방안을 마련해 불법행위 발생시 엄정 대처하겠다고 천명했다.

또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공약으로 제시했던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노사민정 협의체’ 구성과 ‘무파업 지역 지방교부세 지원’ 방안 취지를 이어받아, 노동부는 노사협력이 잘되는 사업장을 선정, 세무조사·근로감독 면제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노사민정 협의체를 추진할 예정이다.

법무부, ‘헌법’마저 어기며 이명박 코드 맞추기

이에 질세라 노동부와 경쟁을 벌이듯 법무부 또한 "최종적으로 노사간 교섭 결렬선언 후에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망신’을 당했다. 법무부 권한 밖 노동쟁의 관련법 개정을 ‘헌법’마저 위배하며 대통령 ‘코드’에 맞추느라 노동부와 상의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해 물의를 일으킨 것.

법무부는 지난 달 19일 업무보고를 통해 ‘법질서 확립에 따른 경제 살리기’를 하겠다며, ‘떼법 청산’을 공언했다. 법무부는 법질서 파괴 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 집회마다 참석해 ‘폭력을 일삼는 상습 시위꾼을 엄벌’하고, 불법파업에 대해 형사재판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함께 판결하겠다고 밝혔다.

불법·폭력집회나 정치파업의 주도자는 물론 배후조종자도 추적해 처벌하며 경찰이 정당한 공무집행을 한 경우 면책범위를 넓게 보장해 시위대 검거에 공권력을 적극 행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반면,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이 행정법규를 위반할 때 내는 각종 벌금형을 과태료로 전환해 부담을 덜어주고, 직원의 위법행위시 무조건 회사에 책임을 묻는 현행 양벌규정도 바꿔 회사의 감독상 책임이 있는 경우에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등 규제 완화에 힘을 쏟았다.

또 적대적 인수·합병이 일어났을 때 이사회 결의만으로 공개 매수자 외의 주주에게 신주를 싸게 발행할 수 있는 ‘포이즌 필’과 우호 주주에게 보통주보다 수십, 수 백배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차등의결권’ 제도를 둬 경영권 방어수단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같은 법무부의 보고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극찬’을 받아 화제가 됐으며, 재계는 "10년 숙원 사업이 하루아침에 풀렸다"고 반색했다.

여기에 경찰청도 힘을 보탰다. 지난 달 26일 난데없이 ‘경제 살리기 세미나’를 열어 논란이 되기도 했던 경찰청은 ‘백골단’을 부활시켰다. 경찰청은 지난 달 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체포전담반 신설 △가벼운 공무집행 방해도 무관용 원칙 적용 △불법시위에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 △훈방 대신 즉결심판 △불법 시위 단체에 정부보조금 지급 제한 등을 공언했다.

재계, 집단 부당 해고 규정 완화 촉구 … 앓던 이 빠지나?

"손익계산서에 의한 이 사건 사용자의 경영실적은…2006년 한해의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하였고, 주문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사용자가 이 사건 근로자를 정리해고 할 수밖에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해 대거 부당 해고를 감행해 조합원이 분신을 하는 등 논란이 됐던 기타 판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콜트악기사에 대한 중노위 판결문 중 일부이다. 근로기준법에 의해 정리해고를 하기 위한 여러 여건 중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에 대한 근거없음을 지적한 것으로써, 지노위에 이어 중노위도 같은 판결을 내렸지만 사측이 반발하고 있어 노동자들의 복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라는 최소한의 조건마저도 폐지될지 모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5단체가 지난 4일 지식경제부에 재계의 숙원이던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규제개혁 과제’ 자료를 제시해 논란이 됐다.

특히,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경영상 필요성’으로 완화하고, 해고 50일 전 노조 통보를 30일로 단축코자 하는 규제 개혁안은 ‘집단 부당 해고’와 노동시장 유연화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으로 재계가 끊임없이 요구했던 핵심 쟁점이다.

좀더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직장내 성희롱 금지에 대한 벌칙 규정 완화, 유급 주휴일 폐지, 기간제 노동자 3년 연장, 직장 보육시설 설치 폐지, 장애인 의무고용률 완화, 육아 휴직 중 사용자 거부권 신설, 퇴직금 폐지 등 사회적 약자들의 고용안정과 차별방지에 필수적인 사회적 ‘규범’마저 폐지하거나 개악한 것으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집약돼 있다.

이렇듯 노동자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것에 비례해 기업들의 규제완화는 MB노믹스를 틈타 가속이 붙어, 오는 18대 국회에서는 노동 관련법을 둘러싼 노사정간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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