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의 몰락, 같은 결과 다른 의미
    2008년 04월 16일 11: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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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사한 결과를 가져온 두 나라의 총선

한국 사람들에게 이탈리아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탈리아가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반도라는 지리적이고 지정학적 유사성 이외에도 성격이 급하고, 놀고먹고 마시는 거 좋아하며,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는 것까지도 두 나라가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러한 외견상 보이는 점들 외에도 이탈리아와 한국을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비교하면 공통점이 많다.

제 2차 세계대전 전후에 미군정 기간을 거쳤으며, 기민당 정권의 출범이나 이승만 정권의 출범이 많은 면에서 유사하고, 짧은 기간에 경제적 기적을 이루었다는 역사적 유사성을 공유한다.

정치적으로는 지역에 기반하여 혈연이나 학연 및 지연 등에 얽매이는 정치문화가 있으며, 왜곡된 정당 정치와 부정부패한 정치가의 수준에서도 그러하고, 정치적 효율성과 관료의 권위주의적 색채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매년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하는 부패지수에서 한국과 이탈리아가 40위 전후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며 순위 싸움을 벌이는 사실을 비추어 보면 너무나 비슷한 점이 많다.

이런 이탈리아와 한국이 2008년 4월에 그것도 며칠 차이를 두지 않고(한국은 9일에 이탈리아는 13~14일 이틀간) 총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함께 치렀다. 지난 4월 19일에 치러진 한국 총선의 경우 집권 여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와 함께 집권당을 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탈리아 역시 프로디(Prodi) 내각 해체에 이어 실시된 총선에서 이미 두 번이나 수상을 역임했던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연합정당이 승리함으로써 집권당이 바뀌는 결과를 가져왔다.

   
▲ 선거운동 마지막날 인터뷰 중인 베를루스코니
 

또한 지난 총선에 비해 저조한 투표율과 두 국가 총선 이슈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경제살리기’였다는 점을 보면, 외형적인 선거 행태까지도 너무나 닮은꼴이었다. 더군다나 비록 역사적 배경이 다르긴 하지만 좌파정당들(이 부분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이탈리아의 경우 민주당(구 좌파민주당)을 좌파정당으로 분류할 수 없고, 한국의 경우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유럽의 좌파정당으로 분류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는다)의 몰락과 약세 현상이다.

더군다나 지난 총선에서 상대당의 지지층이었던 이들이 이번 선거에서는 베를루스코니와 북부 분리주의 정당에게 투표한 점도 한국의 경우 열린우리당에 투표했던 지지층들이 그 연장선에 있는 통합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거나 반대표를 던진 점 등은 정치문화의 속성과 투표행태의 유사성까지 함께 해석할 수 있는 것이었다.

총선에서 승리한 두 나라의 집권 여당 앞에 산적한 현안과 과제 역시 만만치 않은 것들이라는 점도 이번 총선에서 두 나라의 정치적 선택 결과의 너무나 동질적인 모습이다.

2. 2008년 이탈리아 총선 결과 분석

많은 사람들은 유럽의 주요 국가 중에서 정치적 안정성 기반이 가장 약한 국가로 이탈리아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탈리아는 1948년 국민투표에 의해 의회 중심의 공화국 체제를 결정한 뒤 2006년까지 재임한 수상의 평균 기간이 약 9개월 정도에 이를 정도로 1년 이상의 정부가 지속된 경우가 별로 없었던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2001년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중도 우파 정당이 승리 한 뒤, 베를루스코니라는 정치인이 무려 5년 동안 장기집권 한 것이 예외였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난 1월 23일 프로디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의 부결로 실시된 이번 총선은 베를루스코니의 승리가 이미 예견되었을 만큼 여론조사나 여러 상황에서 중도 좌파연정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선거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총선 투표율에도 반영되어 최근 총선에서 가장 낮은 80.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그림에서 보듯 최근 선거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은 보인 것은 유권자들이 아프카니스탄 파병 연장 안을 통과시킨 중도좌파연정의 정체성에 대한 실망과 프로디 총리를 실각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법무장관 클레멘테 마스텔라 장관이 자신과 아내의 부패 스캔들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고, 마스텔라가 속한 기독교민주당이 보수적인 교황과 교황청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함으로써 투표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발 세계경제의 침체에 따른 경제적 위기에서 이탈리아 역시 자유롭지 못함으로써 경제회복과 경기부양을 위해 기업가 출신 베를루스코니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자 했던 유권자들의 선택 결과였다.

   
 
 

   
 
 

   
 
 

   
 
 

   
 
 

   
 
 

이번 이탈리아 총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실로는 두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움베르토 보시가 이끄는 북부동맹(Lega Nord)의 부활과 1921년 그람쉬와 테라치니 등에 의해 창당된 이탈리아 공산당(PCI)의 등장 이후 줄곧 순수 공산당 운동을 지향했던 좌파정당의 몰락이다.

특히 뛰어난 공산주의 이론가이자 행동가인 베르티노티가 이끄는 공산주의재건당(Rifondazione Communista)의 후신인 좌파-무지개당을 비롯하여 노동자공산당 등이 전패함으로써 제 16기 의회에서 이들의 모습을 한 사람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좌파 정당의 몰락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적으로 이탈리아의 정치적 성향이 오른쪽으로 한 칸씩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이념만으로 유권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적 분위기가 그대로 선거에서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편으로 좌파정당들에게 보내는 국민들의 경고라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특히 지난 15년간 이들 정당들의 유효득표율이 8~9%에 달했지만, 이들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에게 그다지 특별한 정치적 결과물들을 보여주지 못한 정당에 대한 책임론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시적 지지 유보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좌파정당이 몰락한 반면 북부동맹의 부활은 눈에 두드러진 표심의 변화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득표율과는 무관하지만 분리주의 운동을 주창하는 정당들이 대거 등장했다(표 1 참조).

지역과 주별로 새로이 결성된 이런 정당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으며, 북부동맹의 부활은 향후 이탈리아의 정치 풍향계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최근 베를루스코니가 중심이 되어 전개되고 있는 대통령제와 연방제로의 전환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할 내용이다. 또한 북부를 중심으로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서 이탈한 중산층들이 베를루스코니보다는 북부동맹을 선호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베를루스코니가 승리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원동력과 지지층은 남부 지지자들의 변심을 들 수 있다. 지난 2006년 총선에서는 이들 남부 지역에서 좌파민주당(현재의 민주당)을 지지했던 많은 남부인들이 이번 선거에서 베를루스코니를 지지했다는 점은 베를루스코니가 37~38%의 지지율을 획득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베를루스코니의 정당인 포르짜 이탈리아(Forza Italia)와 민족연합(Alleanza Nazionale)이 2007년 11월 18일 합당하여 탄생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이지만,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남부 지지자들의 변심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3. 다른 결과 다른 의미

4일의 시차를 두고 실시된 한국과 이탈리아의 이번 총선을 통해 투표 행태와 결과에 대해 많은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결과를 통해 두 나라의 선거문화와 정치적 수준에 대한 몇 가지 다른 의미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투표율의 차이이다. 한국의 경우 46%라는 절반도 안 되는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이탈리아의 경우 80.4%라는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 총선에 비해 3.2%포인트가 하락한 수치이기는 하지만 유권자들의 정치참여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다는 점과 대의제 민주주의의 대표성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경우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야기하는 대표성의 정당성 문제와 확연하게 다른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둘째, 투표 행태와 성향의 차이이다. 한국의 경우 보수화되는 투표 성향이 뚜렷하고 지역별로 한 정당에게 집중되는 후진국형 선거문화가 존재하는데 반해, 이탈리아에서는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춘 두 개의 정당이 분명한 정책과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한국의 경우 경제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결보다는 국회의원 권한 밖의 공약-예를 들면 수도권의 뉴타운 개발 공약과 같은-을 내걸거나 박근혜만 나부꼈던 선거라는 측면이 강하지만, 이탈리아의 경우 국가의 정책 전반에 대한 내용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심판을 받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점에서 두 나라의 선거문화와 정당 수준의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셋째, 정당제도의 구조적 변화의 문제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일찍이 불완전한 양당제 체제를 유지했던 대표적 국가였다. 좌우에 거대 정당을 중심으로 수많은 군소정당이 양극에 몰려있는 형태를 띠었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그러한 구도가 두드러지게 허물어지고 있다.

특히 자유인민당과 민주당의 양대 정당의 가능성을 분명하게 각인시켜준 선거로, 향후 이탈리아의 정당 체제가 양당제로 굳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오히려 안정적이던 양당제 구조가 균열의 조짐을 보이면서 다당제 체제로 전환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예상이 가능할 정도이다.

선진당이나 친박연대 등의 등장이나 각 선거구별로 수많은 정당과 후보자들이 난립한 것은 다른 총선에서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비례대표제의 안정적 실시는 다음 총선에서 절대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정당의 등장과 함께 여러 지역당과 군소정당이 공존할 수 있는 다당제로의 전환이 가능하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넷째, 투표성향 보수화의 질적 차이이다. 이번 총선에서 외형적으로 보면 양국 모두 보수적 투표행태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경우 보수적 성향의 국회의원이 정족수의 2/3를 훌쩍 넘었지만, 이탈리아의 경우 여전히 좌우의 득표율에서는 일정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좌파정당이 몰락하긴 했지만, 이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공산주의 재건당이 분열되어 좌파-무지개당을 비롯하여 노동자공산당 등으로 분당된 이유와 가톨릭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탈리아에서 교황이 이들 정당에 대한 거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투표 결과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제 총선은 끝났다. 승리한 정당에게는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에어프랑스와 합병 문제에 처한 이탈리아 국영항공사 알리탈리아(Alitalia) 문제와 캄파냐 주의 쓰레기 처리문제 등은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국가 대사이다.

더군다나 총선 승리 요인이 침체에 처한 이탈리아 경제위기의 회복정책에 대한 기대감이었다는 점 등은 베를루스코니 정권의 앞날이 그리 탄탄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금 이탈리아 신문에서 읽은 기사에서 베를루스코니는 북부동맹의 정부구성 배제와 소득세 감면 정책을 즉시 실시할 것이라는 보도를 접하면서, 어느 나라나 정권을 획득한 자들의 오만은 너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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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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