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교육주는 이명박 작전주?
        2008년 04월 15일 05: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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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이 끝났다. 한나라당 등 범보수가 승리했다. 과반수 여당이 탄생하여, 향후 이명박 정부 구상대로 국정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분야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3월 20일 교육부가 2008년 업무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대로 진행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다른 목소리는 과반수 여당의 힘 앞에 무시당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이라는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은 거칠 게 없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거침없는 교육정책 때문에, 사교육비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예측은 이곳저곳의 분석에서부터 영어몰입교육 논란 이후 각종 어학원의 학원비가 늘었다는 아줌마통신까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물론 아줌마통신을 ‘카더라’ 소식으로 무시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교육정책의 성패는 아줌마통신 뿐만 아니라 사교육업계를 통해서도 미리 확인된다. 그리고 사교육업계의 움직임은 학원가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안방에서 모니터로 볼 수 있다.

    이명박 3대 수혜주에서 사교육주만 선방

    지난 3월 28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한 지 100일되던 날이었다. 즈음하여 <머니투데이>는 “MB수혜주 100일 교육株 성적 1등”이라는 재밌는 기사를 실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 증권가에서는 공기업 민영화 관련주, 대운하와 부동산 관련 건설주, 교육정책 관련 사교육주를 3대 수혜주로 꼽았는데, 백일 동안 사교육주만 선방했다는 거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지난 28일까지 MB수혜주로 꼽혔던 테마 중 교육주가 가장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기업 민영화 관련주, 건설주 등은 급등락을 거듭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861.47(2007년 12월 18일)에서 1701.83으로 8.6% 떨어졌다.” – <머니투데이> 08년 3월 31일자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증시가 나빠진 가운데에서도 유독 사교육주만 올랐다는 것이다. 사교육주의 대표주자인 메가스터디를 보면, 2007년 12월 18일 26만원 하던 것이 당선 백일인 3월 28일에는 32만원으로 상승했다. 한창 “펀드에서 돈 빼라”나 “아직도 중국에 투자하니”라는 말들이 오고가던 와중에 일어난 일이다.

    6전 6승, 이명박 정부가 움직이면 사교육주 오른다

    물론 주가는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움직인다. 내부요인도 있고, 외부 요인도 있다. 따라서 한 두번 오르락내리락 한다고 해서 그걸 이명박 정부의 영향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교육에 대해 뭐라고 할 때마다 주가가 오르면, 물증이 없다 하더라도 심증은 충분히 간다.

       
    [그림] 메가스터디 주가 동향(07년 9월 1일~08년 4월 14일)
     

    이명박 정부 당선 이후 메가스터디 주식은 크게 보면 여섯 차례 올랐다. 위 그림을 보면, 작년 12월 18일 당선 당시에는 26만원이었다. 처음에는 떨어진다. 12월 26일 정도 되면 24만원까지 간다.

    하지만 바로 급등한다. 그 즈음 인수위가 구성되고, 새해가 되자마자 “수능등급제 폐지”, “대입업무, 대교협에 이관”, “자사고와 특목고, 알아서 설립” 등의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고교평준화가 해체되고 일류고 입시가 부활되고, 수능등급제와 고교등급제 등이 없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횡행할 때, 메가스터디 주가는 유유히 오른다.

    당선 이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처음으로 모습을 들어냈는데,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공언과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게 이명박 정부 움직임 이후 주가가 오른 첫 번째 경우다.

    두 번째는 1월 22일 대입자율화가 발표된 다음이다. 그 전까지 메가스터디는 내리막이었다. 하지만 대입자율화 방안이 나온 다음날 탄력을 받는다. 직전까지 증권사들은 새 정부 들어 주로 고교입시 분야와 영어사교육 분야의 대대적인 확장이 예상되니, 사교육주에 투자하라는 권고를 하기 바빴다.

    세 번째는 1월 30일 영어교육에 대한 이상한 공청회가 있은 직후다. 영어몰입교육이네, 어륀지네 하며 학부모의 가슴에 불안감을 잔뜩 심어놓은 다음, 친한 사람들 몇몇 불러 공청회란 걸 했는데, 직후 메가스터디는 뛴다. ‘저거들끼리 공청회’처럼, 메가스터디 등 사교육과 친한 게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3월 6일에는 중 1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봤다. 11일에는 초등학생들이 그랬다. 그 전에 삼성 크레듀M은 발빠르게 두 차례 모의고사를 봤고, 메가스터디는 뒤늦게 초등학생반을 선보인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실시된 교육정책이 전국단위 시험이었는데, 그 덕을 사교육이 톡톡히 봤다. 메가스터디 주식도 꾸준히 30만원대를 유지한 가운데 오름새다. 이게 네 번째다.

    일제고사 이후 메가스터디 주식은 떨어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교육부가 살린다. 3월 20일 교육부는 이명박 정부 교육공약을 충실히 실행하는 방향으로 업무계획을 보고한다. 그리고 마침 그 때 메가스터디는 다시 오른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총선 이후다. 총선 기간 동안 오르락내리락 하였는데, 여당의 승리로 선거결과가 나온 다음에 오른다. 4월 14일까지 3일 연속으로 상승세다. 14,600원 올랐다. 증권회사들도 한 몫 거든다. 총선 이후 건설, 금융, 미디어 등과 더불어 사교육주가가 각광받을 예정이라고 보고서를 내놓는다. 모두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미칠 영향이란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사교육과 너무나 친한

    당선 이후를 보면, 여섯 차례다. 하지만 작년 10월 9일 교육공약을 발표한 이후까지 포함하면 일곱 번이다.

    물론 우연일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과 메가스터디 주식의 등락이 우연히 겹칠 수도 있다. 주가의 변동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두 번도 아니지, 여섯 일곱 번이면 생각해봐야 한다. 그것도 떨어지던 메가스터디 주식이 반등하는 지점에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앉아 있으면 “둘이 정말 친한가 보다”라고 인정해야 한다.

    이쯤 되면,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에 대해 머리 아프게 분석할 필요가 없다. 언제부터인가 필자가 그랬던 것처럼, 메가스터디, 크레듀, YBM시사닷컴, 대교, 웅진씽크빅 등을 살펴보면서 대입자율화든 일류고 부활(고교다양화)이든 방과후학교든 미친 영어든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어떻게 될지 가늠하는 게 편하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학교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을 ‘사교육주가 두 배, 교육희망 절반’으로 불러야 할지 모른다. 물론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분들은 ‘사교육비 절반’에 대해 강한 신념과 자신감을 보여주겠지만, 향후 5년간 그 분들만 그럴 것 같다. 특히, 증시나 사교육업계는 사교육경기 부양으로 이명박 정부에게 감사패를 증정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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