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직 만들어주는 게 사회봉사다”
        2008년 04월 15일 02: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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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회장의 대법원 재판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법원 앞에서 들고 있을 피켓을 만들고 보도자료도 썼습니다. 우리는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10일 새벽 6시, 아산시청 앞에 비정규직 해고자 4명이 모여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서초동 법원 앞은 이른 아침 출근하는 법원 직원들로 북적였습니다. 우리는 대법원 각 문으로 흩어져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900억을 횡령한 정몽구 회장은 반드시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얘기를 차를 타고 지나가는 판사들이 꼭 봤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개가 웃을 판결, 바로 잡아줬으면…”

    배임과 횡령 액수가 50억 이상이면 5년에서 무기징역이라는데 900억원을 횡령한 정몽구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내린 고등법원.

    사회적 약자 곁에서 땀 흘리며 배우는 사회봉사가 아니라 불법을 저지른 사람에게 ‘도덕 경영’에 대한 강연을 하라니, 정말 개가 지나가다 웃을 판결을 대법원이 바로 잡아 주길 바랐습니다.

    고등법원에서 면죄부를 받은 정몽구 회장은 사회공헌기금을 낸다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해비치’라는 사회공헌위원회를 만들며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무기징역을 살아야 할 범죄자가 무슨 사회 공헌을 한다는 것인지 정말 웃기는 일입니다.

    정몽구 회장이 매년 출연하겠다고 했던 1,200억원은 현대차 1만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수 있는 돈입니다. 정규직화는 고사하고, 현대차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소고발, 가압류, 해고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집 안에서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을 탄압하면서 무슨 사회공헌을 얘기하는지.

    10일에 이어 정몽구 회장의 재판이 있던 11일에도 새벽 6시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오전에 2시간 시위에 이어 점심시간에도 2시간 동안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지나가는 많은 분들이 우리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 주셨고,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정몽구 회장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도 재판장에는 들어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법원 판결 소식에 왠지 모르게 뿌듯

    오후 4시 경 기자를 통해 대법원에서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해 환송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희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우리 바람대로 돼 기분은 무지 좋았습니다.

    저는 2005년 3월 3일 현대차 아산공장에 하청노동자로 입사했습니다. 광진산업이라는 업체에서 100여명의 동료들과 자동차 자제를 운반하는 일을 했습니다. 주야간 10시간에 토요일과 일요일 특근까지 한 달에 400시간을 일했고, 130~140만원을 받았습니다. 힘들었지만 아내와 아이,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12월 말 현대차는 광진산업과 계약을 해지하고 남명이라는 회사로 업체를 바꾸면서 우리의 근속기간을 모두 없애는 근로계약서에 서명하게 했습니다. 사내하청 노동자는 현대차 근로자라는 법원의 판결에 근속기간 인정이 중요한 근거로 작용하자 회사가 이를 없애려는 시도를 한 것이었습니다.

    여태 해왔던 관례와 합의서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근속을 무조건 포기하라고 하더군요. 85명 정도 되는 우리 조합원들은 그렇게는 할 수 없다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하였고 우리는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2008년 새해가 되어 처음 출근 하는 길, 할 말이 없었습니다. 원청회사인 현대차 관리자 300명 정도가 입구를 봉쇄하고 있었습니다. 항상 사용자성을 부인하는 원청은 이럴 때는 꼭 자기들이 나섭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장에 들어가서 일하려고 했는데 원청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려가며 폭력을 휘두르면서 저희들을 모두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많은 부상자가 속출하였고요. 끝내는 5명이 근로계약을 거부당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노동조합을 탈퇴한다는 조건을 가지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원청은 우리 5명에게 고소 고발 가압류 등 할 수 있는 짓은 다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같이 했다가 두 명이 먹고 살려고 떠났고 세 명이 남아 서로에게 의지하며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출근 선전전을 하면서 컨테이너 박스 사무실에서 100일 넘게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조합원 가입을 받고 있고 올해 임금인상 투쟁 때까지 최대한 노력할 것입니다.

    6월에 10여개 업체 계약해지 흉흉한 소문

       
     
     

    공장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아산공장에 15개 업체 1,200여명의 노동자가 있는데 6월 쯤 10개 이상의 업체가 바뀐다는 소문입니다. 이걸 알고 비정규직들이 같이 싸워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아산공장이 전체 다 일어났으면 이겼을 수도 있었는데…. 비정규직이 조직력이 좀 약하잖아요. 비정규직이 조직력이 되어서 멋있게 한 번 붙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돈 있는 사람들 비정규직을 하찮게 생각하죠. 우리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원하는 건 소박합니다.

    가족들하고 먹고 살라고 다니는 건데, 정년 될 때까지 마음 놓고 일하게 해달라는 겁니다. 그런데 왜 우리를 해고시키고 괴롭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현대자동차 협력지원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복직시켜주고 싶어도 본사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본사에 대해 직접 투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몽구 회장을 상대로 계속 투쟁을 할 겁니다. 끝까지 쫓아다니며 괴롭힐 겁니다.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고등법원도 이해하리라 믿고 싶습니다. 법의 정당성과 존엄성을 보여주기를 고등법원 담당 판사에게 바랍니다. 우리도 계속해서 정몽구 회장이 법의 심판을 받을 때까지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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