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양정례를 욕하는가?
        2008년 04월 15일 07: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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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18대 최연소 국회의원. 양정례 당선자를 두고 요즘 말들이 많다. 멋진 당의 멋진 후보를 두고 왜 이리 말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1. 친박연대, 당 이름부터가 얼마나 멋진가?

       
     ▲ 14일 오전, 친박연대 당선자 대회에서의 양정례 당선자
     

    당 이름 짓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다. 공화, 민주, 한국, 자유, 노동, 통일, 진보. 정당명으로 쓸만한 단어란 단어는 다 나와버렸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국민중심당 – 나름 참신한 작명이지만, 기존 당 이름을 피해서 짓다보니 이름만 봐서는 당이 지향하는 바를 전혀 알 수 없다(지향하는 게 없어서 그렇게 지은 걸 수도 있다).

    올 초 문을 연 진보신당 역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신당’이란 이름을 달아야 하지만, 그냥 진보당으로 가자니 조봉암의 진보당이랑 똑같고, 민주를 붙여 민주진보당으로 가자니. 이미 동일명칭의 정당이 대만이 있다. 어휴

    그에 비하면 친박연대. 정말 신선한 작명이다. 그 동안도 없었고 앞으로도 다시 나오지 않을 가능성 높다. 친박나라당, 친박노동당, 친박공화당, 친박민주당 이런 거 생길리 만무하지 않은가?

    신선하기만 한 게 아니라 모임이 지향하는 바가 한눈에 쌈박하게 들어오기까지 한다. 박근혜 팬클럽 이상도 이하도 아닌 당의 정체성을 한 단어로 잘 보여주고 있다. 오죽하면, 소속후보가 금품을 살포하다 걸렸는데도 당규가 없어서 징계조치를 못하겠는가(근데 정당도 아닌 양반들이 왜 비례대표는 냈는지?).

    내가 철이 없었다면야 "이게 당이냐 팬클럽이냐" 하며 욕을 했겠지만. 내 눈에 붙어있던 사대주의를 털어내고 나니 이제야 사리분별이 된다.

    스키마스크 쓰고 다니던 멕시코의 농민 게릴라 사파티스타에 우린 그 얼마나 열광했던가? 사파타 장군의 뜻을 따르는 사파티스타는 되고, 박정희 장군(박근혜)의 뜻을 따르는 친박연대는 왜 안 된단 말인가? 영감님들의 거침없는 상상력이 무려 14석을 만들어 냈다. 대단하다. 역시 정치는 상상력의 싸움이다.

    2. 국회의원 선거는 엘리트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국민대표를 뽑는 선거다

    국회의원이 뭔가? 국회의원은 국민대표일 뿐이다. 엘리트를 뽑을 거면 선거는 왜 하나? 시험봐서 1등부터 299등까지 뽑지. 서민 대표, 비정규직 대표, 농민 대표가 국회에 가야 한다면, 당연히 반대쪽에 있는 부모 잘 만난 애들 대표도 국회에 가야 하는 거다.

    마찬가지로 전국 수백, 수천의 성추행인의 대표도 국회에 가야 하는 거고, 전국에서 각종 돌잔치 칠순잔치 진행에 수고하는 레크레이션 강사 대표도 국회에 가야 하는 거고. 뭐 그런 거지 뭐.

    여튼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제 정당은 필히 나를 주목해야 한다. 그 동안 파마머리 한 사람을 대변하는 의원은 하나도 없었다. 나도 국회 한 번 가야겠다. 전국 5백만 파마인들을 대표해서 국회 한 번 가야겠단 말이다. 기존정당은 도대체 뭘하는 건가? 파마인 대표로 어여 나를 추대하지 않고? 파마인들의 권익을 위해 이 한 몸 불사르겠다.

    3. 양정례씨야 말로 친박연대의 정체성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사람이다

    양정례씨보다 친박연대의 정체성을 제대로 표현하는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부모의 후광. 젊어서 도대체 뭘하고 살았는지 모르겠으나 어느날 갑자기 정치에 뛰어든 거. 그리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재산까지, 이거이 바로 친박연대의 정체성 아닌가? 게다가 친박연대의 이상을 표현한 헤어스타일까지(친박연대 당선자 모임사진을 보라)!!! 정치정당이 자당에 부합하는 후보를 비례대표1번에 냈는데 이게 무슨 욕할 일이란 말인가?

    결론 : 양정례 까지 말자

    부모후광으로 정치하는 사람이 처음이 아니지 않은가? 양정례씨만 못살게 굴 일이 아니다. 선거구가 봉건영주의 영지가 아닐진데, 아버지 선거구 물려받아 국회의원 된 사람도 쌔고 쌔지 않았나? 글구 양정례를 사퇴시키면 뭘 할 것인가? 그럼 의원직은 친박연대 비례대표 9번에게 돌아가는데?

    여튼 여러가지로 정말 기대되는 18대 국회다. 그간 글쓸 게 없어서 힘들었는데 김장을 잔뜩해놓고, 광에는 연탄을 그득 쌓아둔 기분이다.

    양정례는 누구?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18대 최연소 국회의원.

    처음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쯤 되려나? 관심없어서 모르겠다.)’ 여성회장이란 경력을 내세웠다가, 진짜 박사모 여성회장이 “양씨가 회원으로 가입한 사실조차 없다”고 강력 반발하자. 박근혜 지지모임인 ‘새시대 새물결 여성청년 간사’라는 경력을 제시했다.

    아니 팬클럽 회장한테 공천을 해줘도 이상하다 할 판에, 새 시대 새 물결은 또 뭐란 말인가? 게다가 회장도 아니고 여성청년 간사라니. 정치권에서 직책 길수록 별 볼일 없는 거 모르나?

    새시대 새물결 회장은 이 양반 엄마란다. 이 엄마는 건풍건설이란 회사의 사장이자 양정례씨가 사회복지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착실하게’ 쌓아온 건풍복지회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학력에 관한 문제는 정치권에서야 이미 흔하디 흔한 얘기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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