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평당원 총선 후 꿈틀
        2008년 04월 13일 09: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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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운하 반대 티셔츠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의 멋진 필력을 가지신 분이 일러스트도 멋지게 만들어서 디자인 하면 좋을 것 같구요, 수익금은 이랜드 비정규직 노조에 생계비로 지원해 드리고”(ID 그냥서민)

    같은 꿈 꾸는 사람끼리 봄소풍을

    “뭐, 쇠뿔도 단김에 빼라 그랬는데, 그냥 4월 20일이나 4월 27일 정도에 적당한 장소 잡아서(서울 주변) 말 그대로 평당원 축제 함 합시다 ^^ 평가나 뭐 그런 건 나중에 하고(재창당할 때 어차피 해야 할 거니까)그냥 편하게 모여서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끼리 서로 얼굴보고 즐겁게 노는 자리 한 번 마련해 보지요 ^^”(ID 이장규)

       
      ▲진보신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 모습, 서버재창당, T셔츠, 소풍관련 글에 수 많은 리플들이 달려있다.
     

    진보신당 홈페이지는 ‘의석 제로’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패배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라는 상투적 표현을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아픔과 고통의 그림자는 많지 않다. 오히려 총선 이후 진보신당의 홈페이지는 당원 가입 러쉬 등으로로 자못 활력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활력 중심에는 평당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4월 말경 예정되어 있는 ‘봄소풍’과 진보신당, 대운하 반대 ‘티셔츠 제작’에는 많은 리플이 달리며 당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진보신당 홈페이지 ‘서버재창당 프로젝트’에도 불과 4일 만에 300여만원의 기부금이 모아져 제안자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서버재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ID ‘少楓’이 ‘서버재창당 기부금은 정치기부금이 아니기 때문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고 명시했음에도 기부금 제공이 이어지고 있다.

    4일 만에 3백만원 넘게 모아

    현재 서버재창당은 당원들의 상상력을 공모하고 있으며 4월 말경까지 모금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들은 심정적으로 1천만원 공모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4일 만에 300만원 이상을 모금한 속도로 봐서 곧 목표금액도 돌파할 수 있는 분위기다.

    평당원들이 제안한 ‘봄소풍’은 이달 말 주말경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27일 한강둔치에서 대운하 반대 퍼포먼스와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티셔츠도 현재 홈페이지에서부터 수량을 접수받고 있으며 90여개가 넘는 리플이 달리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처음 봄소풍을 제안한 마산의 이장규씨는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는 아니고 총선 마치고 평당원들이 가지고 있는 아쉬움을 달래고 새로 시작하자는 분위기를 이어가자는 취지로 제안했다”며 “그동안 고생했던 당직자, 평당원들이 편하게 모여 얘기하고 즐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당원들의 능독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진보신당 당직자들은 힘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진보신당의 한 당직자는 인터넷에 남길 글을 통해 “요즘 술자리에서는 창의적인 기획과 아이디어들이 오고 간다”며 “이것이 다 게시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평당원들의 힘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4월 10일 이후 14일까지 900여 명의 당원이 입당했다”며 “이미 조직되지 않은 수많은 신입 당원들이 중앙당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0.06%에 대한 부채감

    패배에 가까운 총선성적표를 내 놓고도 질책은커녕 오히려 지지가 더 쇄도하는 것은 진보신당에 대한 부채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당원가입도 4일 동안에만 911명(온라인 집계)이 가입했다. 진보신당 조직팀 나영정씨는 이를 ‘0.06%에 대한 부채감’으로 표현했다.

    이들의 활약이 필요하고, 반드시 국회에 진출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생활에 묻혀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못했다는 일종의 죄책감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당원가입이 조직적인 것이 아닌 개개인이라는 점도 이러한 현상을 잘 말해 준다.

    조직화되어 있지 않아 총선 운동에 소극적이었던 사람들이 총선 후 미안함에 당원 가입과 같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끼리 온라인이라는 자유로운 공간에서 만나 공감대를 토대로 소통을 하고 연대를 모색하는 것이다.

    진보신당 홈페이지 아이디 ‘은행사거리’가 쓴 글에서 이러한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는 “이번 노원구 총선 결과 보고 노원 구민으로서 더 많은 힘이 못 되어서 미안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사람이 못나서 작은 모임에도 자주 안 나가는데 늘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번에 큰 맘 먹고 가입하게 되었습니다”고 말했다.

    "국민들께 미안하다는 말 들어보긴 처음"

    이러한 현상은 진보신당 홈페이지뿐만 아닌 노회찬, 심상정 두 전 의원의 홈페이지에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 홈페이지의 글 속에는 두 의원을 국회로 다시 보내지 못했다는 죄스러움과 안타까움이 깊게 묻어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지난 17대 국회에서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가장 뛰어난 의정활동을 펼친 것으로 인정되어 왔으며 이들을 다시 국회로 보내야 한다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표차이로 낙선한데 대한 미안함이다.

    심상정 홈페이지에는 총선 이후에만 300여개가 넘는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심 전 의원에 대한 미안함을 나타내고 있는 글이다. 아이디 ‘SNU’는 "담날 학교 가서 친구들과 선배들은 니네 동네 대단하다고 약간의 놀림과 비아냥을 받았습니다"라며 "노원 사는 한 동기도 정말 동네 쪽팔려서 미치겠다고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총선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더 활동해 주길 조언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이에 대해 “유권자,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해봤어도 미안하다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다”라며 유권자들의 반응에 감동을 받은 모습이다. 

    노회찬 홈페이지에서도 총선 이후 지지자들의 성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13일 저녁 KBS에서 방송된 ‘노회찬과 상계동 사람들’의 이후 노 후보의 홈페이지, 진보신당 홈페이지 에는 수백개의 글이 달리며 개발과 교육에 묻혀 노회찬을 선출하지 못했던 한을 쏟아냈다. 

    아이디 ‘잠이안와’는 “비록 노원구민은 아니고 진보신당 지지자도 아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노회찬 의원님께 후원을 조금 해볼까 합니다”라며 “그런데 저 같은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을 한다 해도 재산이 3조6043억인 정몽준의 조카사위, 전 쌍용자동차 회장 사위인 홍정욱한테는 껌 값도 안 될 돈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네요”라고 말했다.

    "후원금 만류하느라 애먹어"

    그는 이어 “노회찬 의원님, 절대 좌절마시고 말씀하신 것처럼 이게 끝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한 일이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다시 돌아와 주세요. 계속 응원과 지지를 보낼께요”라고 말했다.

    노 전 의원은 이에대해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미니홈피 같은 데는 며칠 사이에 글을 길게 남긴 분들이 700여 명이 넘는 것 같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서 내가 공식후원금을 받을 수 없는 입장인데 후원금을 들고 오는 분들이 있어서 만류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노원 유권자들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상당히 격양되어 지지를 보내주셔서 오히려 그런 분들을 실망시켜드린 데 대해 죄송한 마음이 더 커져가고 있다”며 “힘은 많이 되지만 송구스럽다. 오늘 아침에도 지하철역에 가서 낙선사례 인사를 하는데 손은 내밀지 못하고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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