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좌파들 커밍아웃하다?
        2008년 04월 12일 02: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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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어있던 강남좌파들이 집단으로 커밍아웃한 것일까.

    진보, 보수진영 모두의 관심에서 벗어난 선거구인 서울 강남에서 진보정당 소속후보들의 득표가 10%를 넘는 ‘사건’이 벌어졌다. 강남구을 선거구에 동시 출마한 진보신당 신언직 후보와 민주노동당 김재연 후보는 각각 5.2%와 4.9%를 득표했다.

       
     ▲서울 강남구을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김재연 후보(왼쪽)와 진보신당 신언직 후보(오른쪽)
     

    두 후보의 지지율은 해당 지역에서 소속정당의 정당명부 득표율보다도 높다. 스타급 후보가 출마한 지역이 아니고서는 진보정당 소속 후보의 득표는 정당에 대한 지지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후보 개인의 인지도가 정당 인지도보다 낮고, 당선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신언직, 김재연 후보 모두 총선 출마 직전까지 뚜렷한 지역 활동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성과는 허투루 지나치기 어렵다. 비록 두 후보로 분산되기는 했으나 합쳐서 10%도 쉽지 않은 결과인데, 하물며 다른 지역도 아닌 ‘서울 강남’에서라면 말이다.

    부천에서 지방의원을 지냈고 여러 차례 우수의원으로 선정 될 만큼 의정활동도 충실히 한 최순영 의원(부천시 원미구을)이 9% 득표에 그친 것을 생각하면 ‘비상식적’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에서 강남구 을선거구는 강남권의 지역들이 그렇듯이 한나라당의 공성진 의원이 63%의 지지로 당선됐다. 통합민주당의 최영록 후보는 애초 광진구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실패한 뒤 지도부에 의해 이 지역에 ‘전략공천’된 후보다. 그는 18.7% 득표에 그쳤다.

       
     

    한나라당 공성진 후보는 물론 민주당 최영록 후보까지 지역의 표심을 잡기 위해 ‘종부세 폐지’를 중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종부세 폐지’는 강남권에서 공약이라기보다는 후보의 자격요건에 가까웠다. 그러나 당당하게 종부세 폐지에 반대하고 재산에 대한 과세를 옹호했던 후보들에 10%가 넘는 강남주민들이 지지의사를 보낸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한나라당의 공천이 당선과 마찬가지인 강남권의 특성이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 강남구의 과거 선거 결과를 분석해 보면 이 지역이 한나라당의 아성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절대로 한나라당 후보는 찍지 않는 반골집단이 일정 수준 존재한다.

    이 집단이 과거 몇 차례의 선거 경험을 통해 강남구에서는 민주당 후보에게 던지는 표가 어차피 사표라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한나라당 성향의 투표가 민주당 외에 진보정당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거부감이 덜해졌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강남권의 다른 지역인 서초, 강동, 송파구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견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위의 강남권 선거결과는 보면 정당에 대한 지지는 강남구를 포함해 모두 엇비슷한 모습이다. 후보에 대한 지지율도 강남을 제외하면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신언직, 김재연 후보의 득표는 지난 2004년 총선에서 강남구 갑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했던 차봉천 후보(공무원노조 초대위원장)의 3,405표와 비교된다. 그뿐만 아니라 2002년 대선 당시 강남구 전체에서 권영길 후보가 얻은 표보다도 더 많은 표를 강남구 을선거구 한 곳에서만 기록했다.

    또한 두 후보의 득표는 투표자수가 이번 총선과 비슷했던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강남구에서 광역의회 비례대표와 기초의회 비례대표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강남구 전체에서 얻은 지지에 육박한다.

       
     

       
     

    지난 선거를 통해 본 ‘강남좌파’의 최대치는 지난 2002년 총선 때 정당명부 투표 당시 22,239명(9%)이다. 신언직, 김재연 두 진보정당 소속 후보가 보여준 득표는 강남구을만 고려하더라도 이 수치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정당에 대한 득표와 후보에 대한 득표는 다르며 강남권에서 진보정당 소속 후보는 5%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다른 강남권의 진보 후보들은 5%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편 두 후보의 지지율 합계가 10%를 넘긴데 비해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정당 지지율 합계는 6.2%에 그쳤다. 일부가 창조한국당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이지만 단정짓기 어렵다. 강남구에 존재하는 200~400표 정도의 사회당 고정표는 대부분 진보신당으로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정당명부 투표에서 사회당을 선택한 강남유권자는 84명이었다.

    신언직, 김재연 두 후보가 거둔 성과는 개인적인 기록이나 진기한 이벤트 정도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흔히 진보의 무덤이라고 여겼던 지역에서 진보의 반란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현행 지방자치체 선거제도가 개혁되지 않는다면 강남의 진보 10%는 평생 갈 곳 없는 투표가 될 것이다.

    진보세력은 지역에 실체로서 존재하는 진보적인 유권자들의 의사가 어떻게 선거에 의미 있게 반영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진보신당의 경우, 전국적으로는 수도권을 비롯한 광역대도시에서 지지가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대도시 안에서도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민주노동당보다 진보신당의 지지율이 높은 현상을 보였다. 이는 교육수준이 높고 매체에 대한 접근도가 높을수록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에 대한 관심이나 진보신당에 대한 인지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진보신당이 ‘중간계급의 진보정당’으로 고착화될 위험성을 내보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재창당을 선언한 진보신당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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