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모두는 잠재적 동성애자다
        2008년 04월 11일 0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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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욕망공화국』, 해피스토리
     

         <연재 순서>

       ① 백수, 영원한 청춘을 노래하다
       ② 우리에겐 대마초를 권해줄 친절한 어른이 필요해!
       ③ 모텔로 피서를 떠난 이유
       ④ 욕망은 웃기는 걸 좋아한다
       ⑤ 우리 모두는 잠재적 동성애자다
       ⑥ ‘어륀지’, 대한민국은 왜 영어몰입교육에 열광하는가?
       ⑦ 땅사랑 정부, 땅을 사랑한 게 죈가요?
       ⑧ 8시 국무회의, 과로내각 구성되다

    아주 어릴 적이었다. 성당의 아침미사를 나가기 위해서 나는 목욕탕에 새벽같이 갔다. 목욕탕에는 나와 때밀이 아저씨 뿐이었다. 나는 등을 밀어달라고 아저씨에게 부탁을 했다. 아저씨는 등을 밀어주었고 등에 비누칠을 해주고는 천천히 어루만졌다. 비누 느낌이 좋아서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아저씨가 천천히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나는 기분이 나쁘지가 않아서 아저씨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손가락이 비눗물에 미끄러지듯 항문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들어오자 아저씨는 후다닥 자리를 피했다. 나는 아저씨에게 어색한 미소를 보내주었다고 기억한다.

    그 후로는 그 일에 대해서 별로 생각하지 않고 살았었는데 대학을 다니면서 거기에 대한 느낌이 일종의 동성애였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대학 다닐 때는 옆집에 동성애자 두 명이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냥 서로가 열심히 서로에게 마사지 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 같다.

       
    ▲ 4월 6일, 성소수자 인권과 다양성 보장을 위한 무지개 정치 기자회견 (사진=동성애자인권연대)
     

    그냥 두 사람은 유별나게 다정히 얘기를 하고 서로 오일마사지를 해주었다. 나는 그 형들이랑 술도 잘 마셨으며 그 형들이 심부름을 시키면 잘 갔다 오기도 했다. 나중에 그 형들과 멀어지게 된 것은 그 형들 중 한 형이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할 때였다. 나는 아주 격렬히 그 감정에 저항했으며 이사를 갔다. 두 형은 미안하다는 듯이 나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오랫동안 나는 동성애에 대하여 반동적 입장을 취했던 듯하다.

    그렇지만 그 생각은 어떤 계기로 변하게 되었다. 내가 학생운동을 할 때 존경하던 선배의 집에 가서 잠을 잘 일이 생겼다. 그 선배는 정말 친했으며 유별나게 남자들만의 세계를 지켜 주었던 선배였다. 그 선배는 나의 자는 모습을 뚫어져라 새벽까지 보았다. 나는 잠에 깨다 자다하면서 그 선배의 오묘한 눈빛을 확인했다.

    아침에 물어보았다. “형 남자 좋아하지?” 그러자 형은 웃으면서 말했다. “난 인간을 좋아해.” 그 사건을 계기로 나는 동성애자들이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동성애자들이 처음에는 음성적으로 서로를 만나며 자신의 욕망을 해결할 수밖에 없었는데, 요새는 점점 자신감과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난 인간을 좋아해”

    자신의 사생활이 강제로 밝혀지고 폭로되어 상처받기 두려운 동성애자들은 사회 곳곳에 살고 있는 나의 형제, 친구, 형, 누나들이다. 나는 동성애가 나 외부에 있는 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꽃들은 양성성을 가지고 있어서 남성성이 강하면 수술이 되고, 여성성이 강하면 암술이 된다고 한다.

    생물학적 성인 섹스의 의미보다 사실 젠더라는 사회적 성이 중요하다. 사회적 성은 유동적이며 양성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 같은 여성, 여성 같은 남성이 있듯이 말이다. 더 나아가 나는 동성 간의 인간적인 교류가 성애로 발전하는 것이 양성성을 다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성은 n개로 다양하다. 트랜스젠더, 게이, 레즈비언, 가학-피학, 도착 등 다양한 성 정체성이 가능한 것이다. 하나의 성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은 욕망의 흐름을 가두어 놓는 억압적인 울타리라고 생각한다.

    PC통신 시절 때 야오이(동성애) 소설이 참 유행이었던 것 같다. 야오이물을 읽다보면 변용될 수 있는 성에 대한 상상력이 참 다양하고 인간적이라는 것을 느낀다. 야오이 소설에 감명받아 나는 친구와 키스를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환상은 환상이었을 뿐 징그러워서 침을 뱉어 버렸다. 나에게 동성애는 아직 개발이 안 된 처녀지의 영역이었나 보다. 그런 실패 이후로도 나는 나 자신을 이성애자라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이성에 대한 감정이 더 우월할 뿐 여전히 동성에 대한 영역도 계발시킬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동성애자를 타자로서 바라보지 않으며, 나의 내면에 있는 또 다른 존재로서 바라본다.

    “당신도 소수자”

    홍석천씨의 사건을 보면서 나는 미시 파시스트들이 권력과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했다. 그러나 그들도 천개의 다양한 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것임에 분명하다.

    소수자들을 억압하고 배제하는 모든 사회시스템과 분자들에 대해서 우리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당신도 소수자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권력과 미디어를 장악한 사람들은 부유하고, 건강하며, 젊고, 다수자의 입장에 선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들도 늙고, 병들고, 약한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안다면 늘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하물며 성적 소수자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수자들, 즉 여성, 장애인, 노인, 어린이, 동성애자,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정상인이라는 주류 다수자의 앙상한 논리밖에는 없다. 동정 정도의 값싼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이동시켜 그들 입장이 되는 것이 요구된다.

    나는 동성애자들이 결혼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는 동성애자 커플도 동거를 하면서 가장 가슴 아프게 느끼는 것은 결혼할 수 없으며, 정식으로 입양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동성애자들을 소수자로만 배제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가정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로 생각하고 호적 제도 등을 개혁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가족법 내에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고루한 논리들을 들이대면 반동적인 언사를 내뱉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의 아들딸 그리고 바로 그 자신 내부에 양성성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권위 있는 마초의 가면을 쓴 남성 정치인들은 여전히 가부장제의 틀 내에서 생각하고, 사회가 재생산되리라고 상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욕망의 지도는 바뀌고 있으며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욕망의 하나가 되고 있다. 나는 동성애자들이 더 밝게 웃게 되고 한 가정을 꾸리고, 아름다운 자신의 욕망을 지상에서 드러낼 순간이 만들어지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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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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