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혁신 재창당 과정 시작된다"
    2008년 04월 11일 11: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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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6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민노당은 무거운 적막감에 휩싸였다. ‘혹시나’ 했던 사천이 역시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왔고, 내심 안정권으로 기대하고 있었던 창원을마저 오차범위 내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백한 총선 패배의 분위기 속에 민노당 당직자들은 식사를 위해 자리를 떴다. 박승흡 대변인은 “창원 등 지역구 쪽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비례대표는 예상보다 저조하지만 민노당의 교두보는 확보할 수 있을 수준”이라며 담담하게 얘기했지만 다소 어두운 표정이었다.

지역구-전국구 10-10석을 공언했던 민노당에게 이번 총선은 사실상 패배에 가깝다. 출구조사 결과 3~5석 정도가 전망되었고 실제 얻은 의석도 5석 이었지만 ‘6시의 5석’과 ‘12시의 5석’을 받아들이는 민주노동당의 차이는 컸다.

   
  ▲총선 다음 날인 10일 모란공원을 찾은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사진=진보정치 김철수 기자)
 

이는 역시 사천에서의 대역전승의 분위기가 컸다. “한나라당을 민노당이 잡았다”는 연호와 환호성에서 보듯 현재 민주노동당은 상당히 고무되어 있는 상태다. 더욱이 진보신당이 의석 하나 얻지 못하고 참패하자 자신들이 진보의 중심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확신도 얻은 것처럼 보인다. 강기갑 후보의 승리가 더욱 돋보이는 대목이다. 

투표 다음 날인 10일 열린 당직자 전체회의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원 부대변인은 “목표치에는 달성 못했지만 총선에 대한 소감을 얘기하고 그동안 노력했던 것에 대한 상호간의 격려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목표치는 아니어도 안도한다는 분위기인 것이다.

다음 주 혁신-재창당 준비위원회에서 행보 결정

민주노동당의 향후 행보는 다음 주 열리는 ‘혁신-재창당 준비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천영세 대표 등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10일은 비정규직, 11일 김제AI와 같은 민생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원내 재진입한 유일한 ‘민생진보정당’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이수호 혁신-재창당 준비위원장은 “이제 시작되는 혁신 재창당 과정이 중요하며 위원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선 당원부터 토론에 토론을 거듭해 내실 있는 재창당 과정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회찬, 심상정 동지가 낙선한 것은 정말 가슴 아프다”라며 “함께 민노당에 있었으면 진보의 외연을 확대할 수 있었을 것”고 말했지만 일반인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양당의 재결합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에서 논의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는 재결합에 대해 이미 싸늘해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분당이 되지 않았다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고 있지만 총선 기간 동안 ‘종북주의 정당, 낡은 진보’로 민노당을 공격한 진보신당에 대한 ‘괘씸죄’가 들어있다.

민노당 한 관계자는 “재결합은 그동안 ‘낡았다’는 말을 들어온 민노당 당원 내에서도 반발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민주노동당이 총선을 통해 진보의 중심으로 재도약했다는 당원들의 자부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민주노동당의 큰 틀에서의 행동은 진보의 외연확대, 이른바 ‘진보대연합’일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국회에 맞서기 어려운 5석이지만 유일한 원내 진보의석이라는 대표성을 바탕으로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세력을 민노당을 중심으로 하나의 틀로 만들어 보수정권, 보수국회에 대항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진보신당과의 사안별 연대 가능성도 주목된다.

천영세 대표는 10일 모란공원 참배에서 “분열된 상태에서 보수 정치세력과 맞서는 것은 쉽지 않는 길”이라며 “진보 세력의 대통합은 시대적 요구이자 당위”라고 말했다. 또한 “원칙을 정했을 뿐 아직 방법을 논의한 것은 아니”라며 “다만 진보신당을 넘어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방법에 대해서도 역시 혁신-재창당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천영세, "진보신당을 넘어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가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의 발언권이 민노당 내에서 높아지며 갈등을 일으킬 소지도 있다. 민노당의 한 당직자는 “5석의 의석만으론 원내에서 보수정당들의 다수결 원칙에 밀릴 수도 있다”며 “이를 위해선 시민사회단체 등 원외에서의 조직을 넓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의 발언권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당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민노당 내 세력과의 마찰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 홈페이지 당원토론방의 아이디 ‘월하’는 “사천과 창원의 경험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우경화가 아닌 계급의 급진화여야 한다는 사례를 보여준다”라며 “천영세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총선 직전부터 진보대연합이니 범진보연대니 이상한 말장난을 하고 있는데 우경적 재창당은 결단코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아이디 ‘마라’는 “이(대중조직에 기반한 선거승리)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고민하고 총선 이전 당의 우경화 조짐 역시 어떻게 막아낼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혁신-재창당 과정에서의 당명변경, 외부 인사들의 ‘국민평가위원회’ 등 당내 분란의 소지가 있는 안건이 많다.

한편 노조 내부가 ‘배타적 지지’를 둘러싸고 정치적 갈등을 겪고는 있지만, 민주노총의 경우 현 집행부를 중심으로 연대는 더욱 공고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당과 노조가 어려움 속에서도 재선 의원도 배출하고 농민 후보도 당선시켜 참 다행”이라며 “민노당이 분리될 때 민주노총도 많은 질타를 받아왔다. 정치참여는 앞으로 논의할 상황이지만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의 질주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용식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의 현재 방침대로라면 앞으로도 정치행위는 민주노동당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며 “곧 정치위원회가 소집이 되어 총선에 대한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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