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결과 "진보양당 모두 선방"
    "민노외 진보정당 둘 생길 수도"
        2008년 04월 11일 07: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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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병호 전 의원은 진보정치의 재구성과 관련해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에 대해 진보신당이 제대로 고민하지 못한다면 향후 민노당 외에 두 개의 진보정당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원칙 분명해야, 유연해질 수 있어

    단 전 의원은 10일 <레디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생태 등 다양한 의제들을 수용해 담아내기만 하는 것이 진보는 아니다"면서 "수많은 강줄기가 모여 바다가 되듯 새 진보정당 건설시 노동자를 정치의 중심 세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중심 세력을 만든다는 것이 마치 노동자 계급의 패권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된다"면서 "큰 원칙의 정치 세력이 형성되면 더 많은 것을 수용하고 유연해 질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다양한 세력들의 수용만 강조됐을 때는 그것이 하나의 집약된 힘으로 지속적으로 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두 진보 정당의 총선 결과에 대해 "나름대로 진보양당 모두 선방했다"고 평하며, 향후 외연 확장을 하는 과정시 두 정당의 재결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동의될 수 있는 요소들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하 노동계 측의 대응에 대해 "현장 조직이 상당히 취약하고 분당 등으로 힘이 이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민주노총이 대중 조직의 극단적 분열을 완화시키기 위해 조직 운영이나 정치 방침 등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이광호 <레디앙>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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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 지역을 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디를 다니며, 누구와 만나 무슨 얘기를 듣는가.

    = 전체 지역을 다녀보지는 못했다. 제주, 창원, 거제, 울산, 포항 등을 가려고 했는데, 시간 상 부족했던 것도 있고 거제, 창원, 울산의 경우는 선거를 치르느라 정신이 없어 만나고자 하는 이들을 보지 못했다.

    노조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당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간 현장에서 열심히 일 했지만 지금은 운동 일선에 있지 않은 사람들 등 특정화시켜 놓고 만나는 것이 아니다. 알고 지내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편하게 얘기를 듣고있다.

    지금까지 50~60명 정도 만났다.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는 자리였기 때문에 특정한 형식이나 주제없이 광범위하게 나눴는데 아무래도 시기와 상황이 그래서 그런지 당 얘기가 가장 많이 나왔다.

    얘기를 들어보니 의견이 다양했다. 분당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상당히 우려하는 등 다양한 견해들이 나왔다. 하지만 공통적인 부분은 대중들이 분당 사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한다는 점이었다.

    현장 활동가나 노조 간부들 선에서는 자기 나름의 판단을 갖고 이해하지만, 일반 대중들은 분당 사태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든 자신의 생각과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혼란스러워했다. 분당까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이해를 하는 사람들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상당히 고민스러워했다.

    특히 내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노동 운동을 하다가 당으로 들어간 사람들이거나 현장 활동을 하면서 당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런 고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총선 평가, 민주화 세력의 자업자득

    – 총선 결과가 한나라당를 비롯한 수구 보수 정당의 압승으로 나왔다. 보수 정권의 시대가 활짝 열렸는데, 이같은 민심의 선택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나?

    = 현상만 놓고 본다면 전반적으로 정치가 후퇴했다고 볼 수 있다. 정치가 보수화 쪽으로 상당히 회귀했고 사실 친박연대나,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 등을 합치면 203석으로 보수 일색이다.

    지역주의가 다시 부활했고 정치적 신념이나 정책에 상관없는 사람 중심의 패거리 정치가 다시 활개치고 있다. 지난 10년간 나름대로 바뀌어가던 한국 정치가 그 이전으로 전면 회귀한 것 아닌가 싶다.

    또 민주화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대거 탈락했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서 그간 민주화와 진보를 주장해왔던 사람들의 자업자득이라고 본다.

    노무현 정부를 탄생시킬 때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진전된 민주화에 대한 완성도를 기대하고, IMF를 경험하면서 양극화되는 사회 속에 노무현 대통령이 그래도 이회창보다는 민생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지 않겠느냐는 두 가지를 기대했는데, 거기에 대해 노무현 정부를 구성했던 중추적인 세력들 소위 말하는 개혁 세력들이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이번 대선과 총선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국민들이 뭘 바라고 뽑아줬는지 이걸 제대로 읽지 못한 자업자득이다. 이는 진보진영도 마찬가지이다. 2004년 국회 입성시 13%의 상당히 높은 지지율을 갖고 10명의 의원들이 들어갔을 때 진보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노무현이 추구하는 것보다 급진적인 사회 변화들을 너희들이 함께 만들어보라고 했던 것이었는데,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누구를 탓할게 아니라 국민들의 염원을 받아 안지 못해 나온 결과이며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얼마나 국민들이 냉철하게 평가하는지 적나라하게 나타난 것이다.

       
     
     

    –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그것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를 하고 있는 건가? 국민들이 현 정권에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 민생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한나라를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의 좌파적인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계속 제기되면서, 국민들이 노무현 정권이 보여준 경제는 아닌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오래 못 갈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과연 서민들이 기대하는 경제적인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갑자기 경제가 호전될 수 있을지,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그런 막연한 기대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중 기대 오래 못가

    – 50%에도 못 미치는 투표율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 정치적 불신이다. 정치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지 않다. 이번에 보면 정책은 완전히 실종되고 지역주의 패거리주의 등이 주요하게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제대로 선거를 바라보면 정말 짜증스럽다. 

    최근 언론과 인터뷰를 할때 18대 의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을 사장성어로 하면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고 말했다. 국민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뜻인데, 우리 정치 현실에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정치인이 되는 것이 무슨 권위나 명예, 권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누리는 부나 명예를 같이 나눌 수 있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의 정치적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 과반 의회 시대를 전망해 달라. 특히, 노동 정책에 대한 전망과 노동 쪽의 대응 방향과 관해서 얘기 해 달라.

    = 상당 기간은 노동 쪽에 대해 노골적인 희생을 강요할 거라고 보여진다. 어쨌든 지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경제 정책들은 규제를 완화시키는 등 노동조합이 수용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갈등이 유발될 수 밖에 없다.

    노동 쪽에 대해서는 상당히 강압적인 조치들이 취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코스콤 사태가 뭘 의미하는지 예측해 볼 수 있다. 이 정부는 정책의 중심을 최소한 중상류층이나, 상류층에 기반을 두고 있어 정책을 실현하려면 이에 가장 강력하게 저항하는 노동 쪽부터 우선적으로 제압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 대응할 수 있는 노동 쪽의 현재적 상황은 취약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민주노총 내에서 이명박 정부와 관련된 대응 방침이나 방향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자세히 모르지만 현장 조직이 상당히 취약한 가운데 분당 문제까지 겹쳐 그나마 조직 내 남아 있던 힘도 이완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저런 요인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해나가기에는 여의치 않을 것 같다. 이 문제는 다른 것 보다 가장 시급하게 민주노총에서 대응 준비를 해야한다. 총선 직후 이명박 정부가 자기 정책들을 입안하려고 할 때 정면으로 노동계와 부딪칠 요소가 많은데 아직 준비가 안돼 있는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즉각적인 대응 준비를 해나가야 하며 우선적으로 내부 힘을 규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현장 조직력을 단 시간에 복원시키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실질적으로 해나갈 주체들인 현장 간부들의 마음과 의지를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다. 이 역할에 민주노총이 바로 착수했으면 좋겠다.

    진보정당도 후퇴했다

    – 민주노동당이 지역구 2석, 정당 득표 5.68%를 얻었고, 진보신당이 0석, 2.94%를 얻었다. 이같은 진보진영의 총선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지난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두 당이 합쳐 지난 2004년도에 받은 13%만 받으면 성공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번 두 당의 정당 지지율은 8% 수준으로, 지난 총선 득표율을 훨씬 밑돌아 전체적으로 진보정당 역시 후퇴했다.

    민노당의 경우는 5% 전후의 득표율을 예상한 바 있었는데, 예상했던 수치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진보신당이 민노당보다 더 잘 나올거라거나, 4~5석 정도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바닥 민심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진보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얻은 건 지금 상황으로 보면 적게 나온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두 당 모두 선방했다. 진보신당의 경우 지역구에서든 비례에서든 의석이 한 석도 안 나온 것은 아쉽다.

    사실 노원이나 덕양에서 1만 표만 더 받아도 비례도 되고 지역구 의석도 생길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아쉽다. 하지만 전체적인 지지율로 봐서는 크게 실망스런 문제가 아니며, 그 정도는 감수하고 했던 것 아닌가 싶다.

    – 강기갑, 권영길 의원의 당선과 심상정, 노회찬 의원의 낙선에 대해 어떻게 보나?

    = 강기갑 의원의 당선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여당 핵심 실세를 꺾었다. 강기갑 의원은 사실 2004년 총선 이후부터 바로 지역 정치 사업을 열심히 했고 그게 상당한 토대가 됐다.

    한나라당 2012년 대선 전력과 맞물리면서 친박 움직임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는 가변적 요소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강 의원이 그간 지역 활동을 열심히 했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은 것이라는 점이다. 

    권-강 당선 큰 의미, 노-심 낙선 큰 아쉬움

    권영길 의원의 당선 또한 진보진영에서 한 석이라도 당선되는 것이 중요한 거라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 당락에 대한 전망은 서로 상반됐다. 한쪽은 어렵고 한쪽은 당선시킬 수 있다고 했는데 후자의 판단들이 주효했던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또 당내에서는 권 의원에 대해 아주 극단적으로 상반된 평가가 있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인지도 등 다른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 같다.

    심, 노 두 의원이 떨어진데 대해서는 상당한 아쉬움이 있지만 선전했다. 정치는 날로 먹을 수 없다. 정치는 뿌린만큼 거두는 게 정상이다. 사실 노원이나 덕양에 뿌리지 못했다.

    지역구도 늦게 선정되고 또 창원이나 울산처럼 일상적인 당 활동이 있던 것도 아니고 정말 단기간에 순전히 개인적인 인지도나 의정 활동에 기반해 조직도  없이 치른 선거였는데, 거의 당선에 육박했던 것은 상당한 성과이다. 결과가 아쉽지만 받아들이고 중요한 것은 그 토대를 어떻게 잘 발전시켜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 급조된 총선용 과도정당으로서의 진보신당이 선전을 했다는 평가를 내린 것 같다. 

    = 선전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민노당보다 득표를 더 많이 할 수도 있다고 얘기했던 사람들의 본심조차도 사실 분위기를 고무시키기 위한 것이지 실제 객관적인 요소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구조였다.

    – 민주노동당의 분당 또는 분화에 대해 비판과 우려를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특히 대중조직의 정치적 분열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총선 과정에서 그런 우려가 일부 현실로 나타난 것 같다. 향후 이명박 정부와 싸울때도 내부 단결을 저해하는 요소가 없지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 우려했던 만큼 큰 충돌이 없어 다행이다. 후보들이 일부 겹친 부분은 있는데,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구였지, 조직된 대중들을 대상으로 정면 충돌한 부분은 없다. 거제같은 경우 노동자의 거점 도시로 정면으로 부딪쳤으나 그 이외에는 특별하게 충돌한 곳은 없다.

    진보양당 큰 충돌 없어 다행, 앞으로는?

    문제는 앞으로도 그럴 거냐인데, 지금 상태로라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정면으로 부딪칠 수 있는데, 그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 없다. 다만 대중 조직의 극단적 분열이라든가 대립 등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라는 특수성을 기반으로 노동 운동을 발전 시켜나가되 정치 활동 문제는 열어놓고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노동조합이 정치적 활동까지 지금처럼 획일적으로 강제시켜 나가려하면 상당히 격앙된 대립이 나올 수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다.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진보정치 세력과 대중 조직이라는 두 개의 축이 필요한데, 불가피하게 당은 분당까지 왔지만 민주노총이 그렇게 가는 것은 맞지 않다.

    민주노총이 갖고 있는 중요성 이런 것을 고려해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내부 감정 대립이 격화되는 것은 막고 완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는 조직 운영이나 배타적 지지방침 등을 다 포함해서 하는 얘기이다

    – 진보 양당이 다시 합쳐야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총선 후 재창당 또는 진보대연합 등 외연 확장을 얘기하고 있는데, 위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망은 어떤가?

    – 일단 두 당이 합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두 다 동감해서 같이할 수 있으면 가장 바람직하지만 모두가 다 동의될 수 있는 그런 요소들이 현재로서는 없다.  양쪽 다 당연히 외연을 확대시켜나가겠지만 그게 둘이 만나는 과정이기보다는 경쟁으로 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본다.

    양당 재결합, 불가능하고 바람직스럽지도 않아

    이후 상황은 상호 자기 발전을 만들어 나가는 수 밖에 없다. 그 과정 속에서 서로 수용의 폭이 확대될 수 있는 그런 요인들이 커지는 과정이 되면 그때 가서 다시 만나는 것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지금은 거의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또 갈라선지 얼마 되지도 안았는데, 이후 아무런 명쾌한 해명없이 다시 만날 수 있는 요소가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 선거 과정에서 진보 양당은 대중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차병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거 막판에 들어가면서 진보신당이 ‘북한’ 문제에 대한 차별화 시도를 한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정책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지역에 다니면서도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북한 인권문제는 충분히 얘기할 수 있지만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 아무리 진정성을 갖고 있어도 선거 때 얘기하면 정치 공세와 비슷해진다. 북한 인권 문제는 차분하게 다뤄나가야하는 문제이다.

    종북, 친북 문제는 분당의 요인이 됐을지 몰라도 그게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창당의 주 요인은 될 수 없다. 민노당의 이번 선거 결과가 그 정도 나온 건 사실 종북 친북 문제가 국민들에게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는 걸 말해준다. 

    그간 일을 같이 하면서 경험 속에서 나온 문제제기로서의 정당성은 있지만, 그 문제가 신당 창당 과정의 핵심이 된다든가 주요 이유로 가는 건 신당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소리만 요란한 공존은 곤란

    – 재창당을 진보의 재구성이라고 흔히 표현된다. 이념과 정책 재구성, 주체를 재구성 등이 중요할 거 같다. 주체 재구성 관련해서 민주노총에 비판적이거나 노동자 계급 정당으로서의 지향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세력과 이를 강조하는 세력이 진보신당이든 다른 이름이 되든 같은 정당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의 지혜로운 공존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 어려운 얘기이다. 다들 어떻게 해야 되느냐 고민한다. 우선 첫 번째는 혼란스러워하는 대중들에게 명쾌하게 제시해줘야 한다. 분당이 된 과정에서 나온 얘기들에 대해 대중들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대중들에게 이러이러 해서 불가피하게 헤어졌다고 얘기해야 하는데, 그것이 종북과 친북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이것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가 현장의 주요한 고민이다. 당을 만든다는데 어떤 당을 만들 것인지, 똑같은 당을 만든다면 왜 헤어졌는지, 당을 만드는데 어떤 사람들이 같이할 것인가 등 세 가지 고민들이 공통적이다.

    생태 등을 얘기하는데 진보의 의제를 다양화시키고 그것을 폭넓게 진보정당이 수용하고 새로운 역할을 충실히 하자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용만을 강조하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그릇 안에 20개의  구슬을 넣는다고 하자. 구슬을 그릇 안에 다 담을 수는 있는데, 만약에 이 구슬들이 다 제각각 굴러다니면서 부딪치기만 하면, 소리만 요란하게 날 뿐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진보라는 것이 이렇게 새로운 그릇 안에 구슬을 담기만 하면 다 되는 건가? 그건 아니다. 예를 들면 수많은 강줄기들이 바다에 흘러가는데 바다에 들어가면 더 이상 강물이 아니다. 수많은 냇물과 강물이 바다에 들어가면 바닷물이 된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중심 세력을 만든다는 것이 마치 패권주의적 발상이고 주장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원칙을 분명히 한 정치 세력이 형성되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수용하고 더 많이 유연해 질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제각각 수용만 강조됐을 때 그것이 집약된 힘으로 지속되기는 힘들지 않은가 싶다.

    노동자 중심성은 여전히 중요

    바다가 강물을 용해시켜 바닷물로 만나게 하는 이런 큰 힘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어쨌든 우리 사회에서 집단화된 단위 구성으로 본다면 여전히 난 노동자라고 본다. 노동자를 정치의 중심으로 세워내고 노동자들이 더 많은 것을 표현하도록 만들어내야 다.

    이렇게 중심의 힘이 있으면 원칙도 훼손되지 않으면서 가장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면 이 부분에 대해 대부분 동의했다. 이런 점들이 앞으로 고민돼야 할 것 같다.

    – 재창당이든, 대연합이든 같이 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이 있어야 될 것 같다.  

    = 진보신당 창당대회 때 보니 반자본주의 기치를 내걸었던데, 반자본주의는 반신자유주의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 아닌가? 반신자유주의의의 경우 자본주의의 한 유형으로서 그 체계를 얘기할 수 있지만 반자본주의는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것을 보고,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가치로 봐가지고는 민노당보다는 진보신당이 우리 사회 변화에 대해 근본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받아들였다.

    – 진보신당은 그렇다고 해도, 논의할 수 있는 대상들과 공통으로 만들어내는 기준이 필요한 것 아닌가?

    = 나는 분당 이후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본다. 열심히 총선 준비도 하고 선거도 치르고 당이라는 형식도 만들었지만, 만약 당을 새로 만들어야 된다면 완전 백지에서 새로 시작하고 접근했으면 좋겠다.

    어쨌든 민노당을 떠나온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모두 역사적 짐을 지고 있다. 우리가 진보정치 발전을 위해 분당할 수밖에 없는 그런 정당성이 있다 치더라도, 결과에 따라 모든 것이 평가되고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분열주의자, 파괴주의자 안 되려면

    예를 들어 민노당은 잘 되는데 진보신당의 시도가 좌절된다면 역사는 우리를 분열주의자라고 평가할 것이다. 두 개 진보정당이 서로 경쟁하다 공멸하면 한국에서 진보정치의 싹을 자른 세력으로 평가될 거다. 그렇기 때문에 나온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성공시켜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어야한다.

    성공시키지 못하면 역사적 평가를 냉혹하게 받을 것이고, 물론 나도 이 짐을 지고 있다. 새로운 진보정당건설은 모든 것을 백지에서부터 냉철하게 보면서, 현재와 미래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 백지부터 시작한다는 걸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신당을 해산해야 한다든가 하는 뜻은 아니다. 백지에서 출발하자는 것은 여기까지 온 과정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평가의 대상이다. 냉철한 평가의 토대 위에 현재를 진단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진보정당을 만드는 데에는 제각각 각자의 상이 있을 것인데, 진보정치 재구성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은 민노당 외에도 있다. 진보신당 안으로 들어오라는 식이 아니라 같이 한번 정말 제대로 진보정당을 새롭게 만들자는 식이어야 한다.

    지금 얘기되고 있는 것을 보면 사회당, 환경운동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논의되고 있는데 나는 노동 쪽 영역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본다. 노동 쪽 영영을 어떻게 확대시키는가가 내가 볼 때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의 경우에도 진보신당에 들어와야 된다 말아야 한다는 식의 접근 방식이 아니라 정말 노동자 정치 세력화가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같이 고민하며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조건들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노건추와 내 생각이 비슷하다

    – 예컨대 ‘백지부터 시작하는 진보정당을 준비하는 논의 기구’ 같은 단위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 그런 방법도 있고, 노동 쪽과 적극적으로 고민을 모색할 수도 있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방식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기존의 틀을 어떻게 넓힐 것인가이다. 정말 전체의 그림을 새로 그려볼 것인가? 그려져 있는 그림의 모양을 바꾸려면 훨씬 더 힘들다.  차라리 백지를 갖다 놓고 그림을 그리는 게 더 쉽다.

    – 향후 어떤 형태로든 진보신당의 실질적 창당 과정에 관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 내가 주요하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를 어떻게 확대시킬 수 있는가가 하는 점이다. 지금 민노당 내에서 참여하고 있는 노동 부문과  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동자 정치 세력화에 대한 재논의를 함께 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외 나머지 세력들이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모여 얘기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쉽지는 않지만 분명한 건 해야 된다는 점이다. 이게 제대로 안 됐을 때 새로 만들려고 하는 진보정당이 어떤 상이 될른지 모르겠지만 그 토대는 상당히 취약할 것이다.

    – 진보신당 내 혁신파가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위해 추진하는 ‘노동자정당 건설추진위원회(노건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쪽과 얘기는 하고 있나?

    – 구체적으로 얘기를 한 건 아니지만 지금 노건추 사람들의 고민 방향은 나와 큰 차이는 없다. 그 안에서도 모두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또 그런 문제 인식이 아직은 공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까지만 확인이 됐다.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중요하게 보고 이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 신당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중요하게 보느냐 안 보느냐가 정말 중요한 관건이다.

    또 노동자 정치 세력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은 여타 노동자 세력이나 그룹들이 어떻게 이번에 하나의 형식과 구조를 갖고 함께 논의를 만들고 실질적으로 그렇게 나갈 수 있느냐 이 두 가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노동쪽을 만나보면 어찌됐든 이런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하는 것 같은데, 신당을 만들어 나가려고 하는 다른 부분들은 진보신당을 마치 노동자들의 패권 정당화하자는 것이냐는 식으로 보는 것 같아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다. 

    민노당 우측으로 갈 것, 신당은 왼쪽으로 가야

    – 민노당 말고 또 두 개의 진보정당이 더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 지금 이 시기에 노동자 정치 세력화 문제에 대해 제대로 같이 고민하지 못한다면, 그 시기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상당히 힘들어지는 것이다.

       
     
     

    – 진보진영이 이번 총선 결과를 교훈 삼아 어떤 원칙과 방향, 자세로 임했으면 좋겠는가?

    = 민노당이 재창당의 형식을 밟을 텐데, 아마 좀 더 대중적이어야 된다면서 우측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근데, 새로 만들어지는 당도 그렇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나는 두 당이 이같은 방향으로 경쟁을 하면 정말 소모적이고 의미도 없으며 대중들을 혼란스럽게만 만들 것으로 본다. 특히 새로 당을 만드는 사람들이 그렇게 방향을 잡는다면 분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

    새로 만드는 정당과 민노당이 이제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야되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난 민노당을 처음 만들 때도 정파 연합당이라는 말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때도 난 계급적 대중정당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런 용어를 사용한는 것이 마치 계급 노동자들의 패권적 의식이나 사고로부터 나온 것으로 받아들여질까봐 조심스러운데, 정치적 개념으로 정리해 본다면 새로 만드는 정당은 계급적 대중 정당이 돼야 한다.

    원칙은 원칙대로 세우되 때로는 유연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진보정당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노동자들을 폭넓게 진보정당의 중심으로 세워낼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그런 사업을 집중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

    – 노동자 계급정당의 구체적 모습을 설명해 달라?

    = 두 가지이다. 하나는 당의 중심 활동 부분에 노동자 계급을 세워내는 것이다. 그게 없이 말로만 하면 구호는 되겠지만 실제 계급적 정당으로 갈 수 없다. 핵심은 양으로만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사회적 정치적 의식을 갖고 당의 정치적 활동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심적인 당 사업에 역할을 배치해야 한다.

    또 사회적 개혁 의제와 정책들을 급진화시킬 필요가 있다. 무상 교육, 무상 의료 얘기는 하지만 지금 우리가 내놓은 정책은 국방비를 줄이고 부유세를 늘린다든지 해서 교육비를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받는 서민들에게는 상당한 혜택이고 중요하다. 이런 것들을 해내는 것만해도 상당히 힘이 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은 노동자 서민들에게 혜택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자본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근데 우리는 아직 그런 프로그램까지 얘기를 못하고 있다. 정책에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 급진화시키는 게 설득력 있고 자본의 힘을 약화 시키는 핵심이 될 것이다.

    지난 4년간 나도 당도 좌충우돌 

    – 지난 4년간 의원 활동을 압축해서 설명한다면 어떻게 말씀하시 겠는가?

    =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당도 그렇고 좌충우돌했다. 17대 국회 활동에 대해 당도 나도 일관된 방침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 사실상 뚜렷하지 않았고, 사안별로 대응이 주가 됐다. 무엇을 시작해서 만들어내고 그 성과를 어떻게 당과 진보정치에 기여할지 뚜렷하고 분명한 기준이 없었다.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

    = <레디앙>이 그간 사실 진보신당의 기관지라는 평도 있었다. 사람들이 그리고 있는 진보정당의 상이 다르고, 나 역시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진짜 어느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럴 때일수록 <레디앙>이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자기 역할을 충실히 했으면 좋겠다.

    민노당 만들 때 보수 정당들이 생각이 다르다고 헤어졌다가 이해관계가 같으면 다시 만나 이합집산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노당은 진보정당으로서 노동자 국민을 대변하며 백년가는 정당 정당다운 정당을 만든다고 말했는데 8년만에 당이 분화가 됐다. 한나라당보다도 수명이 더 짧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노동자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불신해 차있고 좌절해 있다. 지금 다시 한 번 추스려서 그들을 정치적 주체로 세워내지 못하면 상당한 정치적 손실이다.

    또 어렵게 추슬러서 했다고 치더라도 똑같은 반복 학습을 거친다면 노동자 내 정치 세력화 애기는 더 이상 꺼내기 어렵다. 지금 만드는 진보정당은 정말 제대로 된 진보정당으로 만들어줘야 하고, <레디앙>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한다.

    – 우회적 표현이었지만, <레디앙>에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를 한 것 같다. 고마운 마음으로 경청하겠다. 긴 시간 인터뷰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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