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님, 여기서 캔맥주 까면 어떻게 해요"
        2008년 04월 04일 05: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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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구석에 놓여있는 맥주 캔, 너저분한 책상, 방송 중에 전화 받는 PD, 담배 피는 사회자, 개인 인터넷 방송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방송인데 좀 너무한 감이 없지 않다. 그래도 방송으로서 갖출 것은 다 갖추어 놓았다. ‘13번 진보신당’을 제외한 맥주 캔 로고엔 간접광고를 막기 위해 청테이프도 붙여 놨다. 특별 게스트가 초대되기도 한다.

    발랄하고 자유롭지만 속 시원한 정치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인터넷 방송의 진행자는 진보신당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진중권 교수다. 딱딱하고 험한(?) 글을 즐겨 쓰는 그가 이 방송에서는 통기타를 치며 노래까지 부르고 있다. 한 손에 담배를 들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질문을 유심히 듣는 표정은 한결 친숙하다. 고등학생들의 고민을 듣고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 진중권 교수(좌)와 조대희 PD(우)
     

    이 방송은 지난 27일부터 매일 밤 10시 웹사이트인 아프리카(www.afreeca.com/cultcho)와 진보신당 홈페이지(www.newjinbo.org)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 3명 정도가 방송을 만들고 있는데 지금까지 토요일, 수요일 딱 이틀 쉬었다.

    진보신당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이 방송은 원래 이런 형태가 아니었다. 진 교수와 함께 방송을 진행하는 조대희 PD는 “원래 몸빵은 안 할라 그랬는데 신당에서 현장이 있으면 찍고 영상 편집을 해달라고 부탁 했어요”라고 그 기원을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그런 것 보다 인터넷 방송을 해 보는 것이 더 이슈화가 되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어요”라고 했다.

    원래 진중권 교수가 매일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워낙 바쁜 선거철에 매일 다른 사람을 캐스팅 할 수가 없었고 진 교수도 진보신당의 홍보를 위해 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진 교수는 현재 방송에 대해 “대중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형식이어서 대단히 자유롭고 좋은 분위기”라며 “향후 이 방송이 총선 체제 후라도 진보신당 방송국으로 정착해서 심상정, 노회찬 같은 분들이 네티즌과 대화를 나누는 형태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방송인 만큼 에피소드도 푸짐하다. 보통 하루 방송 프로그램은 그날그날 이슈화 되는 정치권의 말들을 꼬집어보고 당원들이 올린 UCC도 평가하고, 선거 현장이나 교육과, 의료, 비정규직과 같은 이슈를 심도 있게 논의하다가 각 지역 선거상황을 전화로 들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돌발적인 네티즌과의 전화 연결이다.

    방송을 보는 네티즌이 고등학생부터 40~50대까지 다양하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열린 방송이다 보니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종한다는 한 네티즌이 들어와 남북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다가 어느 순간 “듣다 보니 내가 세뇌 당하는 것 같다”며 설득당해서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조 PD는 “진 선배는 공인이라 제 전화를 공개해서 전화연결을 하거든요, 진 선배가 유명하다 보니 첫날부터 몇백 명씩 들어와서 정말 다양한 질문들을 하세요, 수준 높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차이’도 많이 물으시고 ‘진중권씨의 이상형은?’ 같은 개인적인 질문들도 많이 하세요”라고 말했다.

    전화통화가 늘 돌발적이다 보니 진 교수도 그렇지만 조 PD의 고생이 많다. “PD입장에서는 얼른 끊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너무 사소한 질문을 하면 네티즌들도 별로 안좋아하는데 진 선배는 전화 중간에 끊는 걸 싫어하고 어떤 내용이든 다 친절하게 받아주니까 내 입장에선 나름대로 애로사항이 있죠”라고 웃었다.

    마지막을 통기타 공연으로 장식하기도 하는 이 방송은 총선 전날인 오는 8일까지만 방송될 예정이다. 하나 더, 방명록의 댓글도 발랄하다. ‘교수님 강의 준비하셔야죠. 여기서 캔맥주 까시면 어떻게 하나요?(mallo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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