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핀란드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08년 04월 04일 04: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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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째 어슬렁거린다. 글 주문을 받은 후, 자료를 뒤적였던 게 죄다. 연초에 방영된 모 방송국의 ‘꼴찌라도 괜찮아’ 프로그램을 괜히 또 봤다. 스크린에서 한국과 핀란드의 아이들을 보는 내내 눈물이 난다. 이 땅의 교육정책가와 교육학 교수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싶다. 마감시간은 다가오는데, 마음은 쉬이 다스려지지 않는다. 그렇게 몇 시간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애꿎은 담배와 커피만 닦달한다.

핀란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작년 말부터 주요 언론에서 다루고 있고, 정부출연 연구소에서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내용은 ‘환상’ 그 자체다. “이런 나라가 정녕 세상에 존재했단 말인가”라는 부러움 섞인 탄식이 절로 나온다. 하긴 교육학 교과서에 써있는 모든 게 실현된 국가이니 오죽 할까.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딛고 있는 한국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도대체가 말이 안 된다. 이런 나라를 어떻게 그동안 모를 수 있었던 말인가. 아무리 한국이 책 따로 현실 따로 나라이긴 해도 너무한다. 교육전문가라고 거들먹거리기 바쁜 교육정책담당자나 교육학 교수들이 넘쳐나는데, 핀란드교육이 왜 이제야 소개되었는지 기도 안 찬다.

그래서 중요한 게 남아 있다. 핀란드 교육은 어느날 갑자기 뚝 하고 떨어진 게 아니다. 40여년 간 교육개혁을 한 결과다. 1960년대까지는 2MB 정부가 꿈꾸는 ‘귀족학교/ 서민학교’ 체제였는데, 1968년의 법 제정으로 한국식으로 말하면 ‘평준화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한다.

1970년대에는 평준화하고, 80년대에는 수준별 교육과정을 없애고, 90년대에는 학교자치와 교육과정 자율화를 하고, 2000년대에는 학교 간 격차를 해소하면서 평준화를 내실화했다. 이 모든 것의 출발은 1963년의 의회 결정이다. 혁명으로 대학평준화를 이룩한 프랑스와는 달리, 핀란드는 의회가 결정했단다. 총선 공약이었고, 그걸 실천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충분히 알려진 것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러운 핀란드’가 아니다. ‘부러운 핀란드가 되기까지 핀란드가 걸었던 길’이다. 당연히 1963년의 의회 결정이 무슨 이유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각양각색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아야 한다.

한국의 무한이기주의 보수세력이 지금도 평준화를 해체하기 위해 혈안인데, 귀족학교/ 평민학교 체제였던 핀란드는 비슷한 경우가 없었는지, 그걸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럴 때 핀란드로의 길(평준화운동)을 불여튼튼 걷을 수 있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핀란드의 평준화(종합학교화)는 1972년부터 본격적으로 현실화한다. 한국의 고교평준화는 1974년에 실시된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후 두 나라는 정반대의 길에 서있다. ‘이렇게 하면 된다’와 ‘이렇게 하면 곤란하다’로 갈린다.

도대체 핀란드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교육희망>에 같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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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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