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상층-탈중앙 진보적 저항 벨트를
        2008년 04월 02일 07: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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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지식연구회는 시장권력에 휘둘리는 한국 지식사회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 공동체의 상을 모색하기 위한 젊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모임입니다. 대안지식연구회는 이를 위한 실천의 일환으로 ‘정치-사회비평’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레디앙>은 대안지식연구회가 주 1회 발표하는 정치-사회비평을 게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성원 기대합니다. 정치-사회비평은 지행네트워크 홈페이지(http://www.jihaeng.net)에서도 볼 수 있으며, 메일링 리스트 서비스도 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적의 패착에 의존하는 정치’의 재연

    한동안 이번 총선은 한나라당이 ‘독식’할 것이라고 대다수가 예측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이른바 밑바닥 민심인 민도(民度)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한 달 전에 비해 25%포인트가 하락한 51.8%,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여당 견제론에 의해 추월당한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지지율 하락은 반대당의 적극적인 대안의 조직화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명박 정권의 잇따른 패착(敗着)에 기인한 것이다. 이른바 적극적인 지지자의 동원이 아닌, ‘부정적인 반사 이익’에 기초한 지지율의 확대인 것이다.

    보수 정치세력, 우리와 ‘다른 세계의 사람들’

    ‘고·소·영’이란 유행어를 만들 정도로 이명박 정권의 초기 행보는 일반 대중들과 거리가 먼 것이었다. 청와대와 내각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관련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재산 형성 과정의 문제점, 표절 논란, 병역 기피 문제 그리고 탈세 등은 이명박의 ‘성공 신화’에 대한 잠재적인 기대를 지니던 이들에게는 충격이었다.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보수 정치세력에 대해 어렴풋한 인식을 갖던 대중들은 이 과정을 통해 ‘상위 5%에 해당하는 이 자들은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사는구나’라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감지하기 시작했다. 바로 대선 시기와 다른 보수 정치세력에 대한 ‘체감도’가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은 이미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 시기 한나라당에 의해 비판되고 제기되어온 사안들이다. 한나라당은 과거 자신이 던진 돌이 ‘부메랑’이 되어 뒤통수를 맞고 있는 셈이다.

    보수양당의 공천혁명? ‘좋은 정당’의 길과 거리 멀다

    한편 이제 곧 다가올 총선은 ‘의회’의 정치적 대표자를 뽑는 선거라기보다, ‘후보 검증’으로 대표되는 ‘공천 선거’로 비추어지고 있다.

    초기 민주당 박재승에 의해 주도되던 ‘공천 쿠데타’는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계파 간 지분 분할이라는 용두사미로 전락했다. 한나라당도 높은 현역의원 탈락율을 내세웠지만 친박 연대 및 공천 비리 및 부적격자 문제로 ‘총선후 후폭풍’이 가시화된 상태이다.

    보수양당이 추진한 ‘공천 개혁’은 개별 인물의 도덕성에 기초한 ‘인물 교체’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우는 현역 의원의 ‘교체율’ 자체가 개혁 공천의 잣대가 될 수는 없다. 이처럼 양당의 상황은 시민사회의 불만과 이해를 매개하는 ‘좋은 정당’의 가능성과 현실 정당간의 ‘거리’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권력의 亂’으로 비화되고 있는 보수 정치세력의 분화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명박 정권을 필두로 한 지배 블럭의 균열이 초기부터 눈에 띤다는 점이다. 이미 2007년 대선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한국 사회 보수정치세력의 ‘분화’는 이미 예견된 현상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계보의 숙청’과 이재오 등 소장파의 난(亂)에 대해 형님의 손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불거진 지배블럭의 갈등은 향후 보수 정치세력의 분화를 가속화시킬 징후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분화가 정책이나 이념에 기초한 것이 아닌 ‘국가권력과 당내 권력’을 둘러싼 성격을 띄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서민 배제 정치’의 향연이 될 4.9총선

    이런 일련의 과정은 4.9 총선이 여전히 시민사회의 균열은 선거과정에서 의제-정책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특정한 의제에 대한 배제가 의식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체포전담반(일명 백골단)’ 부활, 전기 충격총(테이저건) 사용, 시위예상자 사전검거, 참가자 즉결심판 강화, 경찰의 면책권 보장 등 반인권적 법안, 이랜드와 코스콤 등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대선 시기 적극적인 지지 동원을 위해 내세웠던 한반도 대운하, 매년 7% 경제성장을 통한 60만개 일자리 창출과 신혼 부부 주택 12만호 공급 등은 ‘공약’에서 사라졌다.

    이는 특정 의제에 대한 배제와 집권당에 불리한 의제의 배제가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진보 정치세력마저 ‘%의 정치, 지구당 선거정치’에 함몰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사회운동 진영의 수동적인 대응이다. 총선 구도가 ‘공천 선거’로 진행되는 와중에도 사회운동 진영은 적극적인 의제 설정을 통한 대립선을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교수들과 일부 야당 진영에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반대 여론을 공론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2년 대선의 경우 상징적이지만 ‘부유세’ 등을 통해 대립 지점과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현재 모습은 사회운동을 포함해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공히 지역구를 통한 선거운동에 몰입된 상태이다. 이는 여론조사라는 ‘%의 정치’ 혹은 ‘지구당 선거 정치’로 사회운동이 함몰되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대중 스스로 조직가가 되는 ‘탈상층-탈중앙의 진보적 저항 벨트’가 희망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안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비록 지지율은 감소 추세이지만 대중은 세계화와 1류 국가, 고용이 동반되는 성장, 저비용-슬림화된 정부에 대한 막연한 기대 심리를 여전히 갖고 있다. 이것이 현재 대중 이데올로기이다.

    이러한 시장주의와 성장론 등의 가치가 함축된 것이 한반도대운하 사업이다. 사회운동 진영은 대운하의 비현실성에 대한 지적에 그쳐서는 안 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지역-환경-문화-고용을 잇는 진보적 저항 벨트를 통해 대운하의 가치에 대항해서 형성해야 한다.

    바로 대운하 건설 예정 라인과 지역을 따라 지역 사회운동과 시민단체, 노조, 지식인과 대학이 지역적 연대의 망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대중이데올로기에 대한 ‘역전’을 시도해야 한다.

    성장과 시장주의 가치에 대항하는 진보적 저항 벨트는 2002년 총선 시민연대와 같은 상층 조직, 엘리트 그룹이나 여론을 이용한 이슈 파이팅 방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서울 중심의 중앙 조직의 지침에 의해 움직이는 형태여서도 곤란하다.

    진보적 저항벨트는 반성장, 반세계화, 반시장 등의 가치를 ‘지역 차원’의 연합적 운동을 통해 구현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위에서 아래로의 동원이 아닌, 지역 사회운동의 이슈를 사회운동과 각급 운동 조직의 연결해서 대중의 힘에 기초한 기획이어야 할 것이다. 아직 그들만의 선거가 아닌, 대중이 스스로 조직가가 되는 대중정치의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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