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왕에서 덕양까지 매일 새벽 출근하는 남자
        2008년 04월 02일 06: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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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틀 무렵부터 시작해 새벽녘에야 끝나는 힘겨운 선거운동, 더 많은 유권자들을 만나고 더 큰 소리를 내야하는 선거운동에 있어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은 절대적이다.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 표를 얻어내고 있는 각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은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제각기 ‘이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 하나를 품고 고행길을 자청해 나서고 있다.

       
     ▲화정동 길거리 유세에 나선 김기철씨(우측)가 한 노인에게 심상정 후보를 홍보하고 있다.(사진=심상정 후보 선본)
     

    고양덕양갑 지역의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 진영에도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선거구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성실하고 뛰어난 의정활동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심 후보인 만큼 선거캠프는 어느 지역보다 젊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캐쥬얼과 운동화 차림의 젊은 선거운동원 속에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올해 56살의 김기철씨는 그래서 더 눈에 띈다.

    김씨의 이력은 독특하다. 고정관념으로만 보면 심상정을 지지하는 것이 맞는지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그의 이력은 예비역 해군 중령으로 불과 3년 전 예편했다.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장교의 길을 걸어오던 그가, 어떻게 진보로 마음을 돌린 것일까?

    “전역 전에는 정말 몰랐습니다. 국민의 돈으로 월급을 받고 살았기에 국민들도 잘 살 것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전역 후 국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다 보니 정말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그 이유다.

    어려운 이웃의 모습을 보고 진보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는 전역 후 막노동도 하고 길거리 행상도 하며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을 만나왔다. 군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던 그에겐 문화적 충격이었다.

    바꿔야 되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품게 된 그는 지난해 4월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 그리고 거기서 ‘심상정’이란 인물을 처음 알게 되었다. “영세자영업자 카드수수료 인하할 때 제가 서명을 받고 다녔거든요. 심 후보님이 발의하신 법안인데 정말 이런 정책을 만들 수 있는 분이 있다는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심 후보와 직접 얘기를 나누어 본 건 아니지만 심상정의 팬은 이렇게 탄생했다.

    기대한 것이 많아 민노당에 가입했지만 그만큼 실망한 것이 많았다. 결국 9월, 민노당에서 약 5개월여의 짧은 당원생활을 마감했다. 진보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그만큼 상심도 컸지만 마음 속에 피어난 진보의 꽃을 꺾지 못했고 진보신당이 창당하고 심상정이 덕양갑에 출마하자 두말없이 달려온 것이다.

    처음에 시작했을 땐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첫차 출근에 막차 퇴근, 하루 종일 걷고 악수하고, 설득하며 처음 집에 돌아갈 때는 다리도 많이 아팠다. 다음날 ‘내가 또 나올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의심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나왔다. 물론 누가 시켜서, 월급을 줘서 그런 것도 아니다. “재미가 있잖아요, 여기는 젊은 분들이 많아서 이 분들 틈새에서 저를 끼워주는 것만 해도 고맙죠”라고 웃어보이는 그는 이제 아침 일찍 일어나다 보니 더 건강해 졌다는 ‘경지’에 까지 이르렀다.

    그는 아침 7시 10분 의왕에서 첫 버스를 타고 1시간 10여분간을 달려와 덕양구 곳곳을 누비며 주민 한 명 한 명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심 캠프에서 가장 고령인 이유로 젊은 사람들이 잘 찾아가지 못하는 경로당을 찾고 아저씨, 아줌마들을 직접 만나 심 후보의 지지를 당부하는 한편 그들의 생활고를 귀에 담아 정책팀에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다보면 종종 차가 끊어지는 일도 있다. 그럴 땐 별 수 없이 인근 자원봉사자나 당원의 집에서 하루 밤을 보내야 한다. 가족들에게 얼굴도 보여주기 어려운 김 씨, 가족들의 불만은 없을까?

    그는 “군 생활을 오래해서 떨어져 있는 것에 익숙하고, 또 없는 걸 좋아하기도 합니다”며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한다면 항상 존중하고 이해하는 분위기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의 부인도 중국어, 일본어를 구사하는 통역사로 지역 단체에서 요청하면 무료로 자원봉사를 해주고 있고 중학교 일일교사로도 봉사하고 있다.

    속된 말로 사서 고생하면서까지 심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 심상정을 얘기하면 민노당 생각을 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 분들에게 ‘심상정은 정직하다. 우리에겐 정직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득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심 후보의 의정활동은 모두가 좋아하고 인정해요. 여자들이 남자보다 못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심 후보는 그런 고정관념을 깬 사람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젊은 사람들은 바빠서…. 나 같이 한가한 사람이 해야지요”라고 쑥쓰러운 웃음을 짓는 그에게 사진 촬영을 요구하자 “후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해야지요”라며 어색하지만 다부진 표정을 보였다. 순박해 보이는 그의 진심이 덕양갑 유권자들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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