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와 똑같아지려는 게 아니다"
    By mywank
        2008년 04월 02일 01: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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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노당 여성위원장 출신인 진보신당 이선희 비례대표 후보와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대담에서, 진정한 ‘성 평등’은 단지 수평적 비율 혹은 숫자적인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지배적인 사회구조를 바꾸는 데 있다는 점에 뜻을 같이 했다.

    또 군 생활을 한 남성에게 주어지는 보상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효성 없는 ‘군 가산점 제도’ 대신 장병들에 대한 복지향상과 제대 후 실질적인 보상이 이를 대신하면 된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 이어 이전에 비해 여성운동은 활성화되었지만, 정계 관계 학계 시민단체로 분산된 힘을 유기적으로 모아, 더 큰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이미경 소장은 “진보정당이라고 내세웠으면, 거기에 걸맞는 ‘여성주의 정치’에 대한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선희 후보는 “’일단 정치권에 들어가면 기성정치 논리에 매몰되게 된다”며 “초창기 민노당 시절, ‘여성주의 정치’에 대해 기성정당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진보정당에서도 다르지 않게 나타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국회의원이 되든 안 되든 간에 ‘진보’와 ‘여성주의 정치’가 무엇인지, 앞으로 진보신당 내 여성 부분에서 핵심과제로 벌여나가고 싶다”며 “만약 국회의원이 되면 ‘성 평등 국회’를 만들고, 입법과정에서 성차별적인 제도들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도 여성을 대상으로 발생되는 범죄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시각, 이에 대한 처벌문제 등도 이야기되었다. 두 사람 간에 대담은 1일 오후 3시 반, 합정동에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의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다음은 대담의 주요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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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중심의 사회적 인식

    이선희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 – 여성, 아동 범죄 문제로 요즘 기자들이 상담소를 많이 찾는 것 같다. 아까도 상담소에 기자들이 많이 왔던데….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 사회적으로 충격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언론, 정치인들이 관심 갖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관심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앞으로는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지만, 반짝 관심보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역사는 결국은 용기 내어 말하는 피해자들의 힘에 의해서 바뀌는 것 같다. 그분들의 목소리들이 우리 사회를 바꾼다.

       
     ▲ 이선희 후보
     

    이선희 –  며칠 전에 ‘안양어린이 살해사건’의 범인이 검거되었을 때 정말 충격적이었다. 범인의 만행도 끔직했지만, 특히 이 문제를 다루는 언론보도에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이에 대한 별도의 대변인 논평까지 썼다. 계모 밑에서 자랐고 결혼을 전제로 사귄 여성들에게 몇 번의 실연 당한 경험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어린아이가 자신을 모멸적으로 바라봐서 죽였다는 게 범행의 직접적 동기라는 대목이었다.

    범인도 ‘사이코패스’지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 특히 언론은 더욱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싶다. 그런 끔직한 범행의 살해 동기가 단지 여성과 아동에게 있다고 보도하는 시각은 매우 잘못되었다.

    이미경 –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예전에 ‘유영철 사건’ 때도 그랬다. 언론들이 범죄자들의 입을 빌어, 그런 말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그동안 남성중심의 인식에 바탕을 둔 잘못된 보도 관행들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이선희 –  1989년 캐나다의 어느 대학에서 레즈비언 동아리 사람들만 골라 죽인 살인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레즈비언 활동에 왜곡된 시각을 가진 남성의 응징이었다. 여성과 아동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범행이 손쉽다는 이유 때문이다. 언론 뿐만 아니라,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내가 이유가 있어서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부터 잘못되었다고 알았으면 좋겠다.

    여성 대상 범죄 처벌 문제

    이미경 – 저는 이런 문제에 대해, 지금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켜져, 제대로 처벌받았으면 좋겠다. 추가적으로 더 좋은 보완책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동안 이런 문제에 대해서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정부는 준비된 상태에서 대책을 발표하고, 이러한 모습이 끝까지 가도록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이선희 – 직접 겪어 본 것이랑 겪어 보지 않은 것은 차이가 난다. ‘일산 초등학생 살인 미수 사건’의 경우 그걸 보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대해서 남자 경찰이 잘 몰랐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이 여성이었으면 즉각적으로 대응했을 것이다. 살아온 과정에서 채화된 것을 통해, 이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이미경 – 여성들은 보통 ‘성폭력’을 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항상 경험으로 느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성범죄’는 여성 검사 혹은 판사에게만 맡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든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여성들 중에도 이런 문제를 보는 시각은 각기 다르다. 즉 ‘남녀’라는 이분법적 관점을 떠나서, 이런 문제를 보는 사회 전반적인 의식 향상이 필요하다. 남자든지 여자든지 문제의식을 가진 전문 인력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여성의 정치참여

    이미경 – 정치의 무대에서 여성들의 참여가 지난 17대 국회부터 눈에 띄게 늘어났다. 제 몫을 다했는지, 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여성 정치인들이 신선한 문화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한 건 사실이다. 이번 18대 국회에서도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정치인이 남성 정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아쉽다.

    이선희 – 17대 국회를 한마디로 ‘여성정치의 원년’이라고 한다. ‘비례 50% 여성 할당제’라는 선거법개정으로 여성정치인이 전체의 13%까지 늘어났다. 그 동안의 쌓아온 역사가 있었으니까 가능했다. 특히 총선여성연대가 두드러지게 활동했다. 17대 여성 정치인들이 국회로 들어갈 때 사회 각계로부터 주문 받은 게 있었다. ‘성 평등 국회’를 만들어 달라는 점이다. 여성의 노동.사회권을 한 단계 높여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였다. 17대 여성 국회의원들은 그런 사명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민노당도 4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있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당내에서도 주문이 있었다. 여성 정치인 4명뿐만 아니라, 10명의 민노당 국회의원들이 상임위 활동을 해나갈 때, ‘여성주의적 시각’을 가지라는 주문이었다. 성과여부를 떠나서, 당시 민노당 안에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려고 노력했다.

    이미경 – 그런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사실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단점은 각 의원들이 자신의 철학 펼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그런 부분에서 국회 상임위원회를 방청해 보면 "저 사람 이런 말을 할 사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진짜 자신의 소신을 바탕으로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유권자들의 정치참여 의식이나 태도면에서 많이 달라졌다. 사심 없이 자신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국회의원들은 항상 인식했으면 좋겠다.

       
     
     

    이선희 – 여성 국회의원들이 ‘여성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성차별적 영역을 어떻게 깰까 고민을 많이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는 잘 실현되지 않고 기성 정치적 관행에 묻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이전에도 여성들의 정치 진출이 없지는 않았다. 그전에 여성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정계에 진출하기 위해, ‘기성정당’을 선택하는 모습은 볼 수 있었다. 어떤 조직을 선택하고 어떤 철학을 가지고 정치권에 뛰어드냐가 중요하다.

    예전에 민노당에서 여성위원회 활동을 했는데, 기성정당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초창기 진보정당에서도 다르지 않게 나타났다. ‘여성주의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만, 일단 정치권에 들어가면, 기성정당 논리에 매몰되게 된다. 일부 진보도 마찬가지다. 민노당 시절 몇 가지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진보정당이라서 ‘진보’인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이미경 – 진보정당이라고 내세웠으면 거기에 걸 맞는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선희 – ‘여성의 정치참여’란 전략적 목표가 있었다. 처음에는 잘 안 되고 그랬지만, 당시 민노당 안에서는 여성들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한 강령, 정책으로 만들려고 했다. 독자적으로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지 찾아내는 역할도 했다. 심지어 언어까지 조정했다.

    당규에서 ‘30% 여성 할당제’의 경우, 지금 우리가 만들지 못한다면 힘들다고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만들었다. 일부 민주노총 간부들이 ‘육두문자’까지 사용하며 논쟁을 부추기기도 했다. 또 당규 제정을 할 때, 일부 인사들은 "여성들이 왜 험한 자리에까지 나가려고 하는가?" 이런 말도 했다.

    이미경 – 그런 노력을 함으로써 당시 민노당 뿐만 아니라, 다른 데에도 많은 영향 끼쳤을 거라고 본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위한 밑거름이 된 일이다.

    이선희 – 민노당에서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인 여성계의 요구들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여성문제는 영역을 넘나들고 세대를 넘나든다고 본다.

    이미경 – 여성운동이 국제적인 흐름과 함께 정계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여성문제 해결이 국회의원 몇 명만이 하는 게 아니다. 각각의 여성들도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해야 여성 정치인들이 더욱 존경받는다.

    ‘성 평등’에 대한 올바른 인식

    이미경 –  ‘성 평등’이 진보신당의 중요한 가치라고 하는데, 성 평등이란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중요하다. 정부의 ‘여성공무원 채용할당제’가 바로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바뀌었다. 이런 흐름은 여학생들이 많은 교대에 입학생 정원을 조정하는 ‘남학생 할당제’를 도입을 넘어, 이제는 ‘남교사채용할당제’를 도입하자는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단지 수평적 비율, 숫자적으로만 ‘성 평등’ 문제를 판단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이선희 – 예전에 젊은 여성과 젊은 남성들 간에 벌어진 토론회가 있었다. 여성 패널이 ‘여성 할당제’의 필요성을 이야기를 꺼내자, 남성 패널들이 화를 내면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크게 진행되었는데, 여성할당제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여성 패널들이 그걸 수긍하고, 이걸 ‘양성평등’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인정하는 면에 놀랐다.

    ‘성 평등’ 문제는 단지 숫자적으로만 평등한 게 아니다. 여성이 비율적으로 전체의 반에 미치지 못해서 억압 받는 것은 아니다. 적은 수의 남성이라도 더 많은 여성들을 부리는 구조, 이런 사회적 구조를 고쳐야 하는 것이다.

    덧붙여 평소에 느꼈던 여담 하나 말하겠다. 일각에서 초등학교 교사 ‘양성 채용제’의 필요성을 말하면서, 여선생님의 역할 모델과 남성 선생님의 역할을 이야기하고 있다. 남자 선생님이 있어야 학교에서 힘든 일도 맡아서 할 수 있다는 게 이유 중 하나이다. 힘든 일은 남성들이 해야 한다는 생각은 정말 잘못된 시각이다. 또 남성들이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 역시 정말 화나게 만든다.

    이미경 – ‘군 가산점 제도’ 문제를 생각해보면, 이제는 90년대 후반과 지형이 달라져, 대응논리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내부적으로 군생활 2년 동안 장병들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고, 제대 후에도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공무원이 되려는 남성들 외에는 별 실효성이 없고, 여성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군 가산점 제도’가 아닌, 다른 적절한 방법을 통해서 하면 된다고 본다. 또 여성들도 그와 비슷한 제도를 만들어서,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이선희 – ‘군 가산점 제도’를 여성들은 반드시 반대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단지 ‘군 가산점 제도’란 방법으로만 한정 짓는 것은 잘못되었다. 한편으로 "남성은 군대를 가는 데 여성들도 가야 되지 않냐"는 피해의식에 젖은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앞으로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선희, 국회의원이 된다면

    이미경 – 18대 국회의원이 되면 어떻게 하고 싶은가?

       
     ▲ 이미경 소장
     

    이선희 – 진보적인 여성들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진보의 가치가 모호하고, 진보의 가치가 단지 주장에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생활화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되돌아보는 것을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국회에 들어가면, ‘성 평등 국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입법과정에서 성차별적인 제도를 바꾸는 역할을 하고 싶다.

    지난 17대 국회의 성과인 ‘호주제 폐지’가 기억난다. 하지만 이후에 대안으로 나온 후속 법안은 문제가 있다. 사실 진보정당에서 주장한 바도 아니다. 그것을 가족중심의 편제가 아닌 ‘일대 일’로 적용하는 형태로 바꿔내고 싶다.

    성매매 방지법 제정 같은 경우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법의 내용을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 쪽으로 바꾸고 싶다. 여성발전기본법도 그 동안 많은 역할을 했지만, ‘양성평등 기본법’으로 바뀐다는 게 아쉽다. 우리가 남성과 똑같아지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입법 문제는 아니지만, 2000년 민노당을 만들 때, 진보정당에서 여성활동을 해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여성위원회에서 세미나를 열었던 적이 있었다. 여기서 굉장히 많이 배웠다. 또 여성운동을 하는 분들에게서도 시사점을 받았다. 이런 시사점을 망라해서 진보정치와 여성정치는 무엇인지, 국회의원이 되든 안 되든 간에 앞으로 진보신당의 여성부분에서 핵심과제로 했으면 좋겠다.

    이미경 – 요즘 정치권에 ‘부패정치’ 등 온갖 안 좋은 접두어들이 붙고 있는데, 그만큼 여성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돌봄의 가치’ 등 여러 가지를 끄집어 내야 한다. 17대 여성 국회의원을 보면 역사의 장을 쓰신 분들 같이 느껴진다. 정치인이 된다고 하는 것은 힘든 일 같다. 그 길을 가시는 이 선생님을 응원하고 싶다.

    이선희 – 진보와 여성정치 모두 ‘풀뿌리’라고 생각한다. 저희도 아직 풀뿌리 정치에 다가가 있지 못한 것 같다. 그들과 같은 언어로 이야기 못한 만큼, 그들의 삶에 가까이 가지 못한 것이 과제이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과 생활 속에서 소통하는 것이 사명이다. 다시 말해 그 결과로 유권자로 만나는 게 상식이다. 이번에 못되더라고 처음부터 다시 가겠다.

    그 동안의 반성, 앞으로 나아갈 길

    이미경 – 여성문제하면 ‘가족’이라고 많이 생각하는데, 예를 들면 ‘건축 분야’ 같은 생소한 부분도 포함되어야 한다.여성문제의 범위를 너무 좁게 잡으면 안 된다.

    이선희 – 노무현 정부 시절에 여성 단체들의 활동이 많았는데, 주로 정부 프로젝트의 외주사업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힘든 부분도 있었고, 그 동안 해오지 않았던 관료적인 일이어서 어려움을 많이 느낀 것 같다. 또 본말이 전도되어, 에너지 쏟아야 할 곳에 쏟지 못한 것 같다. 소위 말하는 활동가들은 정부 수발 드느라 정신 없고, 선배들은 국회 활동하느라 여성계의 총체적인 역량을 제대로 집결시키지 못한 것 같다.

    이미경 – 모두가 가서는 안 된다. 필요한 사람은 정치참여를 할 수도 있지만, 여성단체(NGO)에 남아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가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또 원칙을 깨뜨리고 가서는 안 된다. 그런 식의 노력들을 해야 한다. 진짜 가서 잘 할 수 있는 건지 성향도 잘 고려해 봐야 한다.

    이선희 – 어쨌든지 NGO는 본래의 역할이 있고, 관료들은 나름의 역할 있다. 그리고 학자들의 역할도 있다. 적절하게 균형을 갖고 역할 분담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면 노무현 시대에 여성단체 사람들이 정계 관계로 많이 들어갔어도, 문제 없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 아주 유기적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경 – 최근에 여성 학계나 여성운동 부문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많고, 이에 대한 논의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여성주의’라는 나무가 굳건한 거목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유기적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그들끼리의 리그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한 데 모은 힘이 지역사회로 퍼지고 내 자신을 바꾸자는 움직임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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