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 바꾸는 데는 정치가 최고”
        2008년 04월 01일 08: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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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군 헬기 조종사, 유방암, 강제 전역, 소송 승소, 진보신당 비례 3번… 피우진은 언론에서도 정치에서도 ‘상품성’이 큰 인물이 분명하지만, 그리고 그의 인생에서 자신의 소신과 의견을 분명히 밝혀온 인물이지만, 정작 <레디앙>이 준비한 대담에서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녹차 한 잔 마실 때나 술자리에서도 남들 말을 경청하는 모습이었고, 간혹 꺼내는 말은 요즘 같이 유세 다니는 여군 사관학교 동기생이 군의 비합리적 문화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었는지,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얼마나 훌륭한지 등 남 챙기는 이야기였다.

    얼핏 보기에 그에게서는 예비역 중령보다는 군에 가기 전에 몸담았다는 교사의 냄새가 더 많이 났다.

    그러나 피우진 후보는 석유를 아끼기 위해 사병 목욕을 줄이겠다는 군의 발상에 대해 “이명박 정권 들어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려는구나’라고 느꼈다”고 가혹하게 평가했다. 그리고 피 후보는 군과의 소송에서 이길지라도 이미 정년이 되어 실질적인 군 생활은 어려울 것이라며 “요즘에는 스스로 진보정치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피 후보와 대담을 한 평화재향군인회 표명렬 대표는 “피 중령은 군의 잘못을 직접 느낀 분이기 때문에 굉장히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피 중령께서 당선되시면 군 개혁운동은 백만대군을 얻는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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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이 피우진 후보, 오른쪽이 표명렬 대표
     

    피우진(진보신당 비례후보, 이하 ‘피’) 바라보지도 못할 정도로 대선배이신 표 대표님 뵈어 영광이다. 군에서는 멀리서만 지켜보고 직접 뵙지는 못했다. 대표님 글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장군 출신이 어떻게 이런 글을 썼을까. 그래서 평화재향군인회 사무실로 찾아 갔었다.

    군대 바꾸는 데는 정치가 최고

    표명렬(평화재향군인회 대표, 이하 ‘표’) 그 때 찾아온 피 중령은 현역이었다. 아주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여군에서 각 병과로 파견 나가는 식이었는데, 제가 정훈감이었을 때 그런 제한을 풀고 정훈 여군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육사에서도 여성을 뽑고 하더라.

    피 중령은 남자 군인이 있는 곳에서도 교육자 역할을 할만큼 대단한 분이다. 그러기 위해 군의 비합리적인 요소에 저항할 수밖에 없었을텐데, 일반 장교가 피 중령 부대의 교장을 할 때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육사 출신이 교장으로 오고 나서는 그 부대가 굉장히 권위주의적으로 변하더라. 그래서 합리적인 피 중령과 충돌한 듯하다.

       
     
     

    책을 읽고 뭔가 아는 것은 체험을 통해 절실히 느끼는 것을 넘어서지 못한다. 피 중령은 군의 잘못을 직접 느낀 분이기 때문에 굉장히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군을 바꾸는 데는 언론에 문제제기하는 것도 좋지만, 정치가 최고다. 군이 정치 말은 잘 듣는다. 저도 정치를 하려다가 실패했는데, 진보신당이 빨리 정권을 잡아라. 국방부 장관이나 국회 국방위원이 명령하면 군은 바뀔 수밖에 없다.

    피 중령께서 당선되시면 군 개혁운동은 백만대군을 얻는 것이다. 피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겠다. 군 개혁정책 준비는 다 해놨다.

    당연히 국방위에서 일하고 싶다. 당에서도 거기에 쓰려고 데려온 것 아니겠느냐. 대구시당 유세에 참석했다 올라오는 길에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외신에서 ‘남한에서 유류 절약을 위해 사병 목욕(‘shower’로 보도했다 ‘bath’로 정정함 – 편집자)을 주 1회로 줄인다’고 보도하는 것을 보고, ‘아직도 이렇구나’라고 놀랐다.

    그동안 군 인권을 얼마나 많이 얘기해왔냐. 그리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며 개선도 꽤 많이 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들어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려는구나’라고 느꼈다.

    사병 목욕비 줄이겠다는 이명박 정권

    제 아버지가 사회주의자였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무능하가고 생각하셨지만, 저는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옳은 일을 위해 노력하신 거라 생각했다. 그런 분들이 억울하게 돌아가시는 걸 보고, 초등학교 때 나중에 커서 저도 저렇게 되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래서 바꾸는 데 나름대로 평생을 바쳤다. 피 중령도 군에서 세뇌된 것을 더 벗으려 노력해달라.

    노회찬 의원의 영입 제안을 받고 많이 고민했다. 제가 군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과연 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물론 제가 군을 좋아한다는 것은 군대 문화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군 자체다.

    병사들에 대한 장교들의 인식, ‘아랫것’으로 본다든가 사람을 도구화하며 마구 부려먹는 태도 같은 것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그런 문제의식을 같이 가지고 의논해볼 사람이 없어 더 어려웠다. 결국 제가 가진 힘과 영역 안에서라도 병사들을 즐겁게 해주자고 노력했고, 그로 인해 군에 더 애착을 느끼는 것 같다.

       
     
     

    진보 쪽에서는 군이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기 때문에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군은 전쟁에 대비한 조직이다. 따라서 전우애라든가, 서로에게 생명을 맡기는 인간적 집단이어야 한다. 지금 같이 서로가 서로를 경원하는 군 문화로는 안 된다.

    강제전역당했기 때문에 그동안은 “군으로 돌아간다”는 말만 했다. 1심이 빨리 진행됐고, 이겼다. 2심(3월 28일부터 시작됐다 – 편집자 주)에서도 승소할텐데 노 의원의 제안이 곤혹스러웠다.

    국회의원 되지도 않으면서 이미지만 버리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노회찬, 심상정 같은 몇 사람 뺀 국회의원들은 사람으로도 안 보였다.

    그래서 저를 도와준 인권단체 활동가 열 명 정도한테 진보신당 비례 제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분들에게 제가 큰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모두들 진보신당으로 가라고 하더라.

    이제 정년이 다 됐기 때문에 복직되더라도 상징적일 수밖에 없고 노 의원 말대로 더 큰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국민이 의원들에게 권력을 부여만 했지 감시를 안 하니 파병하는 따위 짓을 하는 것이다. 피 중령은 정치를 혐오하기보다는 만나는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도록 말씀하여야 한다.

    미군의 목적은 외국에 자기 나라의 이익을 강제하기 위한 것이지만, 한국군의 목적은 외침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침략 위협이 있나? 손자병법에서도 국력의 차이가 있으면 전쟁 하지 말라고 한다. 남한과 북한의 국력은 25:1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군의 목적은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 군 사상, 군 구조, 무기체계가 모두 평화에 맞추어 바뀌어야 한다. 육군을 줄이고 공군력과 해군력을 늘이자는 요즘의 군 개혁 방향, 이지스함 같은 무기 시스템은 방어가 아니라 침략에 맞추어진 것이다.

    이제는 진보정치인

    장기적으로는 모병제로 간다 할지라도 당장은 병력 감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병력 감축은 어느 선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 주변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2030년 정도에 30만 정도가 이야기되고 있던데?

    국방개혁 2020(노무현 정부 때 발표된 국 개혁 방향 – 편집자)에서의 병력 감축은 무기 더 살 돈 마련하려는 것이지 진짜 줄이는 것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는 병력 줄여봐야 미군 군수산업 돈 퍼주어 주는 꼴밖에 안 된다.

    피 후보, 당선 가능성 높다. 당선 가능성 없으면 제가 이런 자리에 오지도 않는다(웃음). 국회의원 되면 안 만나줄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달라. 설혹 안 되더라도 더 공부 많이 해서 군을 바꿔달라. 군이 바뀌면 우리 사회가 바뀐다. 진보를 위해 노력해달라.

    요즘에는 스스로 진보정치인이라 생각한다. 표 대표님이 국회의원 되셨으면 더 재미 있었을텐데. 표 대표님 말씀대로 평화재향군인회의 염원을 담아서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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