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파트너지만 대안 아니다"
    2008년 03월 31일 09: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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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진보신당은 중국의 티베트 사태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강경 진압에 항의하고, 티베트 민중들의 의사에 따라 티베트의 미래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논지였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티베트 문제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발표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두 개의 ‘진보’ 정당이 티베트 문제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한 것이다. 참고로 북한 정부는 티베트 문제에 대응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 뿌리에서 나왔으나 티베트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이것은 최근의 분당사태가 단순한 내부 권력다툼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해 준다.

티베트에 대한 입장차, 진보정당 분당과 무관치 않아

실제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총선 공약을 비교해 보면 두 당의 차이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과는 달리 북한과의 관계에서 진보적 인권 대화와 반핵평화의 원칙을 강조하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결단에 바탕을 둔 사회연대전략을 제기하고 있다.

그 외에도 생태 가치와 환경 문제를 특별하게 강조할 뿐만 아니라 동성애자를 포함한 소수자 인권 문제 등을 매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유사한 공약과 정책도 많이 있지만,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는 공약과 정책들이 진보신당의 핵심 공약에는 포함되어 있다.

이와 함께 진보신당은 ‘대안 없는 반대’가 아니라 ‘대안이 분명한 진보’를 지향한다. 그러다 보니 경부 대운하 문제, 한미FTA 문제 등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경부대운하를 반대하면서 ‘WE CaN 프로그램’이라는 복지 중심 지역발전전략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고, FTA 문제에 대해서도 양자간 FTA를 반대하면서 동아시아 경제의 연대협력협정 추진이라는 대안 모델을 제안한다. 한 마디로 대안과 비전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진보신당 당원들은 민주노동당을 통해서는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진보의 재구성’이라는 작업을 통해 구체화하려 한다.

‘제대로 된 진보’, ‘국민과 소통하는 진보’, ‘대안 있는 진보’의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려는 것이다. 진보신당의 평등, 생태, 평화, 연대라는 네 가지 가치와 이를 상징하는 빨강, 초록, 파랑, 주황색의 바람개비 로고는 바로 그런 ‘진보의 재구성’의 의지를 표현한다.

   
  ▲진보신당은 북한 개성공단의 노동권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사진=뉴시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피할 수 없는 쟁점, ‘북한’ 

이와 관련 특히 북한 문제는 진보신당의 존재를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핵심적 의미를 갖는다.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진보신당의 창당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었던 것이 바로 ‘종북주의(북한추종주의)’ 문제였고, 소위 ‘일심회’ 사건 관련자에 대한 태도 문제였다. 한 마디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차이는 북한 문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진보신당은 북한의 입장을 교조적으로 추종하거나,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북한을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태도를 용납하지 않는다.

단순히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식의 소극적 관점이 아니라 북한은 평화와 통일의 파트너이지만 진보적 대안사회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적극적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기지론’식의 통일관이나 ‘북한옹위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

오히려 진보신당은 북한을 남한 사회와 마찬가지로 진보적으로 변화, 혁신되어야 할 낡은 현실로 바라본다. 진보신당은 평화와 통일의 선순환적 과정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모름지기 현재의 남한과 북한을 뛰어 넘는 새로운 미래, 새로운 사회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 진보신당이 공약과 정책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일관된 평화주의다. 우리는 대규모 전쟁의 참혹한 역사 경험을 가진 나라다. 500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고, 1000만 이산가족의 아픔이 아직도 계속되는 이 땅에서 ‘평화’의 문제의식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200만이 넘는 엄청난 군사력이 마주하고 있는 한반도의 대치 상황은 평등, 생태, 연대의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평화라는 기초가 탄탄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웅변한다. 평화가 모든 것은 아니나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는 그런 현실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버려야 할 것들 – ‘선군정치, 자위적 핵옹호론, 벼랑 끝 전술’ 

진보신당은 냉전의 유산인 한미동맹의 공격적 재편을 반대하고,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까지도 위협하는 미사일 방어(소위 MD) 시스템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2020년까지를 목표로 추진하는 국방부의 ‘자주국방 비전’이 소위 북한위협론만이 아니라 주변국위협론에 기초한 ‘공세(격)적 방어론’임을 폭로하고, ‘방어적 방위’, ‘다자안보-공동안보’ 개념에 바탕을 둔 군비축소와 평화 형성 전략을 제창한다.

따라서 진보신당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북한의 선군정치와 핵무기 개발을 통한 힘의 균형 전략(소위 ‘자위적 핵개발 전략’)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그것은 ‘힘의 균형’을 통한 ‘현상유지 전략’이며, 한반도 전역을 ‘핵 전쟁터’로 만드는 최악의 공포 유발 전략에 다름 아니다.

북한의 입장 변화에 따라 ‘반전반핵’에서 ‘자위적 핵옹호론’으로 변신하는 즉 ‘진보의 카멜레온’을 진보신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진보신당은 북한의 주특기로 알려진 소위 ‘벼랑 끝 전술’ 즉 치킨게임식의 대미, 대남협상전술’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이것은 ‘시간’의 변수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갖는 미국의 ‘시간 끌기’ 전술에 역이용될뿐더러 북한을 더욱 더 심각한 상태로 이끌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북한의 붕괴가 가져다 줄 파국적 상황에 대해 우려한다. 오히려 북한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진보적 개혁을 이루어 내면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현명한 행위자로 재탄생하길 바란다.

우리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동의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다른 카드, 예를 들면 중국이나, 남한, 그리고 EU 등의 국가를 활용하는 평화주의 카드를 무력화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은 일관된 평화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이다. 남한과 북한의 민중들 모두가 평화롭게 진보적 대안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추구하는 정당이다. 평화는 평화적인 수단에 의해서 달성되어야 하며, 그래야만 공포를 동반한 ‘무장평화’가 아니라 가장 강력하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가 가능한 것이다.

낡은 진보의 금기, ‘북한 인권’, ‘개성공단 노동권’ ‘납북자’ 문제를 넘어

진보신당은 또한 남북관계에서 ‘인도주의와 인권’을 특별히 강조한다. 민주노동당과는 다른 진보신당의 입장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진보신당은 남과 북 사이에서 ‘진보적 인권 대화’를 실현함으로써 북한 인권을 개선하려 한다. 이와 함께 남한에서의 다양한 인권 문제도 남북이 함께 논의할 수 있다.

진보신당은 더 나아가 국제적인 의미를 갖는 ‘새로운 인권 레짐’을 만들어 나가려 한다. 힘의 논리와 자의적 기준에 바탕을 둔 미국식 인권 레짐이 아니라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인권을 개선해내는 ‘상호상승효과’를 지향하는 진보적 인권 레짐의 형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 동안 진보진영에서 거의 손을 놓고 있었던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 등에서도 진보신당은 관심을 기울인다. 진보신당은 이를 이산가족 문제와 마찬가지로 인도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87년에 납북된 동진호 선원 최종석 씨의 문제에서 드러나듯이 북한조차도 그 존재를 인정하는 분들의 경우부터 시작하여 남과 북의 과거 역사 속에 숨겨져 있는 분단의 상흔을 치유하고, 남과 북 모두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밝혀 나가려고 한다.

인도주의적 가치와 관점은 이데올로기와 정치 대결을 뛰어 넘어 보편적 인간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소중한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경제주의, 개발주의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남북경제협력에 대해서도 진보신당은 노동인권의 문제와 생태친화적인 경협의 원칙을 제시한다. 특히 개성공단 사업에서 확인되듯이 임금지불방식과 노동조건에 대한 남한 정부, 기업가들과 북한 정부의 묵시적 공조는 남북관계 발전에서 노동인권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점에서 진보신당은 북한과 북한 정부, 북한 노동자를 일체화시켜 접근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북한 노동자의 문제를 정책적 사고에 포함시키려 한다. 남과 북의 노동자와 민중들의 삶을 개선시키고 진보시키는 것이 평화와 통일에 대한 진보신당식의 접근이자 민주노동당과의 대표적인 차이이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 – 말로 해결하되 할 말은 하자

진보신당은 남북 모두가 연관돼 있는 인도주의 문제나 노동인권 문제만이 아니라 북한이 안고 있는 소위 ‘북한 인권’의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를 피력한다. 더 이상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진보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또 인권에 대한 상대주의적 관점을 근거로 “있지도 않은 인권문제를 침소봉대하려 한다”는 식으로 외면하는 입장도 북한 인권 문제를 근거로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미국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극복되어야만 한다.

인권 문제의 보편성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특수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고려하고 해결해 나가는 수준 높은 정치력이 필요하다.

탈북자 문제, 아사자 문제, 심각한 영양상태에 놓여 있는 아동인권의 문제, 공개처형제도 및 강제수용소 문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 등 현재 북한이 안고 있는 인권 문제는 인권 억압의 주체이며 동시에 개선의 주체라는 ‘야누스적 양면성을 갖고 있는 북한 정부’를 고려하면서 제기해야 한다.

분명하게 할 말은 하되 어디까지나 말로 해결해야 한다.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대화를 제기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를 미국이나 이명박 정부처럼 북한을 공격하고 해체시키기 위한 정치 공세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현재 북한은 형식적으로나마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아동권리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가입국, 당사국이다. 다시 말해 미국식 인권공세가 아닌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인권 논의에 대해서는 북한 스스로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적극적이지는 않더라도 북한 역시 대화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진보신당은 북한의 인권 문제가 북한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남한,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인권 상황 및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남한의 국가보안법 문제는 그 상징이다. 또 중국, 러시아, 일본과 연관된 문제들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남북간의 진보적 인권 대화가 단지 북한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한의 인권 개선과 연동되어야 하고, 나아가 중국, 러시아, 일본의 인권 문제와 연동된 새롭고도 진보적인 인권 대화, 인권 레짐의 형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 길만이 미국의 자의적이고 일방주의적인 인권 공세를 견제, 극복하는 진보적이고 현실적인 길일 것이다.

18대 총선은 진보신당에게 고난의 터널이 될 가능성이 높다. 3월 16일 창당한 뒤 불과 1주일만에 정당이 감당해야 할 가장 큰 행사라 할 ‘총선’을 치르기 때문이다. 당의 존망을 좌우할 수도 있는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폭주하는 토건 신자유주의를 저지하고, 한반도 평화와 평등, 생태, 연대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진보신당의 시도는 좌절될 수 없다. 그것은 진보의 새로운 희망이며,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소중한 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꿈틀거리고 있고, 진보 세력 스스로 자신을 진보하려는 운동 역시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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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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