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회찬씨가 될 거예요”
    By mywank
        2008년 03월 31일 01: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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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총선 최대 격전지 중에 하나인 서울 노원병. 지금까지 실시된 8차례의 여론조사 중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모두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와의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결국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곳이다.

    진보신당의 노원병 집중유세가 벌어진 30일. 현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노회찬 후보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일요일인 이날 그의 하루를 동행취재했다.

       
    30일 오전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앞에서 선거활동 중인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 (사진=손기영 기자)
     

    [장면 #1 – 7호선 수락산역 앞]

    오전 9시 45분. 아침부터 근처 수락산을 찾는 등산객들로 수락산 역 앞은 붐볐다. 그 틈을 비집고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의 유세차량 한 대가 들어왔다. 확성기 요란한 소리. 지나가는 시민들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그리고 홍보영상의 문구가 귓가를 스쳤다.

    “오늘 제 목소리를 듣는 분은 4년 간 행복하실 겁니다” 

    일요일 아침의 달콤함을 방해 했던가. 정치가 미웠던가.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의 반응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시끄럽다며 귀찮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진정한 서민후보’를 외치며,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노회찬 후보는 이런 사람들 마음 속까지 파고들어가야 된다. 오전 10시 본격적인 선거유세가 시작되었다.

    “저의 아버님은 ‘노 씨’ 어머님은 ‘원 씨’ 그래서 노회찬은 노원의 아들입니다”

    냉랭하던 분위기 속에, 홍보영상 문구 하나가 다시 귓가를 스쳤다. 잠시 전까지만 해도 무표정했던 시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위트 넘치는 노회찬 후보 특유의 화법에 시민들의 마음이 열리고 있던 것이었다.

    잠시 후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유세장에 도착했다. 진보신당 김석준 공동대표, 김혜경 고문도 지원유세에 동참했다. 또 이날 노회찬 후보의 유세에는 이금희 아나운서가 함께 했다.

       
      노회찬 후보는 연설에서 "이명박 정부에 맞설 서민후보를 뽑아달라"고 말했다.
     

    노회찬 후보는 수락산을 찾는 등산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노원지역 주민들이 아닌 이들은 “별로 관심 없다”며 무심하게 지나가기도 했다. 이어 노 후보는 선거차량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노 후보는 “저는 8차례의 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지만, 이런 지지가 단지 인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막고, 서민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정치인이 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어 “얼마 전 이명박 정부는 밀가루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는데, 애꿎은 중국집 자장면 값만 올리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서민들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정부”라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또 “소속된 당은 쪼금한 당이지만, 삼성비자금 문제를 터트린 노회찬은 힘이 있다”며 “청량 고추는 조금만 넣어도 맵듯이, 진보신당은 작지만 맵다”고 말했다.

    [장면 #2 – 순복음 노원교회· 상원교회 앞]

    오전 11시 15분. 노회찬 후보 선거유세팀은 장소를 교회밀집지역으로 옮겼다. 첫 방문지는 이 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교회인 순복음 노원교회였다.

    노회찬 후보는 수락산역 유세 후 잠시 노원 배드민턴 클럽을 방문하고 있어, 아직 이곳에는 도착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진보신당 김상봉 비례대표 후보도 지원유세에 합류했다.

    11시 예배가 막 시작되었던 터라, 교회 앞은 한산했다. 선거유세팀도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시간보다 가만히 서있던 시간이 많았다. 그러던 중 신당 선거유세팀 옆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던, 노원구 거주 이랜드 노동자들과 노원구 중앙선관위 직원들과의 작은 승강이가 벌어졌다.

    ‘이랜드 사태해결 진보신당을 믿어요’

    선관위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이랜드 노동자들이 들고 있던 피켓에 ‘진보신당’이란 정당명이 들어가 ‘선거법 93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랜드 노동자들은 “지금이 박정희 시대처럼 의사표현도 못하나"라며 따져 물었지만, 결국 진보신당이라는 명칭을 가리고 시위하게 되는 해프닝을 벌였다.

       
      노회찬 후보가 자신의 마스코트인 ‘호빵맨’과 나란히 서있다. 
     

    오전 11시 50분 선거유세팀은 다시 합류한 노회찬 후보와 함께 장소를 근처 상원교회로 옮겼다. 빡빡한 유세일정 때문인지 노회찬 후보의 표정에 피곤한 기색이 엿보인다. 

    “선거운동 하느라 힘드시지 않냐”는 질문을 던지자, 노 후보는 “오늘도 새벽 5시에 일어났지만, 힘든 건 잘 모르겠다”며 여유를 보였다. 잠시 후 예배를 마친 교회신도들이 밖으로 삼삼오오 나왔다.

    한 신도는 노 후보에게 다가와서 “옛날에는 ‘데모’해서 싫어했는데, 이젠 좋아하려고 노력 중이예요”라며, 변화된 심경을 말한 부분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또 이곳 유세부터는 노회찬 후보를 지원하러 나온 아나운서 이금희 씨의 인기가 폭발했다.

    “이금희 씨 너무 이쁘시네”
    “저 이금희 씨 왕팬이예요”

    교회신도들이 노회찬 후보를 지지하러 나온 아나운서 이금희 씨를 보기 위해 너도 나도 몰려들었다. 손을 꼭 잡고 반갑다는 사람·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는 사람·싸인을 부탁하는 사람….노회찬 선본의 ‘이금희 홍보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너무 몰리자 이금희 아나운서는 “나말고 저기(노회찬 후보)도 봐야지”라며 사람들을 달랬다. 노회찬 후보가 “아침마당 노회찬입니다”라며 위트로 화답했다. 오후 12시 30분 장소를 다시 순복음 노원교회로 이동했다.

    잠시 이금희 씨에게 인기를 ‘빼앗긴’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를 돕기 위해, ‘호빵맨’이 달려왔다. 호빵맨은 노회찬 후보의 별명이기도 하다. 호빵맨의 지원유세는 위력을 발휘했다.

    아이들과 어머니들은 호빵맨과 노회찬 후보 옆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들었다. 노 후보는 교회 주변을 돌며 예배를 마친 신도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기호 6번 노회찬’을 알렸다.

    [장면 #3 – 7호선 마들역· 4호선 당고개·노원역 앞]

    오후 2시. 오전까지 한산했던 주변거리에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지하철 7호선 마들역 앞에서 진행된 노회찬 후보의 오후 유세에는 오전에 비해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곳에는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인 김상하 변호사가 지원유세에 동참했다.

    노회찬 후보에 대한 지역주민의 생각은 어떨까. 마들역 유세장 주변을 지나던 몇몇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지하철 7호선 마들역 앞에서 벌어진 노회찬 후보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지역주민들.
     

    노원병 지역에 사는 오기환 씨(51)는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는 귀족 이미지고, 우리하고 다른 삶을 살아온 것 같아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원구는 서민동네이고 서울에서도 제정자립도가 열악한 편인데, 서민들의 삶을 모르는 ‘귀족후보’가 우리지역 국회의원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노원병 지역에 사는 유광석 씨(44)는 “노회찬 후보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그동안 일한 것 같다”며 호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우리 동네 나온 후보들 중에 제일 괜찮고, 진보신당이 이 지역에서 한 석을 얻을 것 같다”며 노회찬 후보의 당선을 예상했다. 

    임채정 국회의장의 출마를 지지했던 박태석 씨(47)는 “예전에 선거유세를 하던 노회찬 후보에게 ‘왜 노원병에 출마했나’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며 “그 때 ‘서민들을 위해 고생하러 왔다’는 말을 듣고 감동받아, 이 지역출신이 아닌 노 후보를 다시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7호선 마들역 유세는 오늘 벌인 유세 중 지역주민들의 호응이 가장 좋았다. 노회찬 후보 특유의 말솜씨에 여기저기서 박수가 쏟아졌고, “재미있다”, “시원하게 말 잘한다” 등 격려의 말이 이어졌다.

    오후 3시. 노회찬 후보는 장소를 당고개역 옆 ‘수락산 당고개 공원’으로 옮겼다. 휴일을 맞아 공원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와 공돌이를 하는 아빠들, 배드민턴을 치는 학생들, 장기를 두는 노인들까지 평온한 일요일 오후의 모습이었다.

       
      노회찬 후보가 당고개상인연합회 회원들을 만나고 있다.
     

    이곳에는 노회찬 후보를 보기 위해 당고개 상인연합회 회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창 장사를 해야 할 시간이지만, 상인들은 가게 문까지 걸어 잠그고 나왔다고 한다.

    성낙구 당고개 상인연합회장(60)은 “요즘 하도 장사가 안 되고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달라고 이야기하기 위해 여기까지 나왔다”며 “서민들은 하루가 급한 사람들이고 노회찬 후보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원을 지나가던 노원병 지역주민 이윤섭 씨(52)는 “상계동 사람들은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어, 서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면 뽑아주는 곳”이라며 “그동안 그런 사람이 없어 실망스러웠지만,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는 분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4시 반. 노회찬 후보는 노원역 근처 롯데백화점 앞으로 이동했고, 진보신당 피우진 비례후보가 지지유세에 합류했다. 이곳은 노원구에서 젊은 층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젊은 층의 정치적 무관심을 보여주는 것일까. 노 후보 유세장 주변을 무심코 지나갔다.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와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의 포스터가 나란히 걸려있다.
     

    이곳에서 만난 젊은 유권자들은 “정치에는 전혀 관심 없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고, 그나마 인터뷰에 응한 한 대학생도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김요섭 씨(27)는 “평소 정치에는 관심이 없지만, 한나라당 홍정욱 씨가 노원의 발전을 위해서 당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읽은 홍 후보의 책 내용이 기억에 남고, 홍 후보처럼 젊은 나이에 성공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오후 5시 40분. 노 후보는 오늘의 마지막 유세지인 수락산역에 도착했다. 아침까지 카랑카랑했던 노 후보의 목은 어느 덧 많이 쉬어있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의 유세열기가 너무 뜨거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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