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칙한 상상력이 '명박 삽질' 끝장낸다
    대운하 We Can't-14조원 복지 We Can
        2008년 03월 26일 09: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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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운하 건설비용 14조로 할 수 있는 일들

    구구절절 많은 말 하지 않겠다. 이미 환경단체는 물론, 지식인, 종교계까지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추진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으니 두말하면 사족이 될 테니 말이다.

       
    ▲ 작년 6월 경부운하 기행 중 낙동강변에서 삽질하는 이명박 대통령 (사진=뉴시스)
     

    다만, 대운하 건설에 필요하다는 비용 14조 원(토지보상비 제외, 전문가들은 토지보상비를 포함한 건설비용은 50조에 달할 전망하고 있음)이 얼마나 큰 돈인가를 상상해보고, 좀 더 효과적인 사용 방법이 없는지 생각해 보자.

    먼저 이 돈의 규모를 상상해 보자. 이른바 헬리콥터 드롭(helicopter drop)이라는 방식으로 아무런 조건없이 1인당 1천만 원씩 14조 원을 나누어 주면 최소한 14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1년을 지낼 수 있다.

    약간의 정책적 측면을 고려하여 사용한다면, 48조(2006년 기준)에 달하는 농가 부채의 일부를 탕감하여 개방농정으로 피폐해진 250만 농민을 살릴 수 있다. 아니면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300만 명 신용불량자 일부를 구제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호혜적 분배정책으로 서민의 가처분 소득이 높아지면, 이는 결국 소비 증대로 이어져 경제성장이 달성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호혜적 분배정책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만 부추긴다거나, 배분의 공정성 문제가 있다는 식의 문제제기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러한 방식은 경제 성장기반 확충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효과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나아가 자원흐름을 왜곡하고 오히려 경제의 효율을 저해할 것이라 지적할지 모른다.

    한반도 대운하 논란을 발칙한 상상력으로 전환시켜 보자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여, 14조에 달한다는 대운하 건설비용을 서민복지를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사용한다면 어떨까?

    공공의료비율(병상 수 기준)을 현재 15% 수준에서 30%로 높이고, 국공립 보육시설 비율을 5%에서 30%로 늘리기 위해 2,000개 보육시설을 설립하자. 그리고 전국의 곳곳에 주민들이 언제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을 만들자.

    이 뿐만 아니다. 전국 1, 600여 개 지역 재래시장을 획기적으로 현대화한다면, 대형 유통업체의 진입으로 망해가는 지역 영세상인의 경쟁력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

    서울, 부산, 원주 등 대도시에 반환되는 370만 평의 미군 부대가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이유로 아파트 건설과 같이 상업적으로 개발되는 것을 막고, 이를 주민과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 공적인 생태공원으로 전환시켜 보자.

    이 모든 사업들이 대운하 건설을 포기한다면 당장 가능한 일 들이다

    이 모든 일이 실현된다면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변화될까? 비싼 의료비를 지불하지 않고도 지역 의료시설에서 편안하게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몇 개 있지도 않은 국공립 보육시설에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더 이상 새벽에 줄서지 않아도 된다.

    여가를 즐기기 위해 아침부터 도시락을 싸고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대신, 아이들은 흙냄새 물씬 풍기는 동네공원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다.

    열람실만 있는 산속의 도서관에 가기 위해 산에 오르는 수고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저렴하게 책과 CD를 맘껏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 집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동네사람들과 그림감상을 한다거나 문화교실을 열어 친목도 다질 수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모든 변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현실이다.

    모든 면에서 비교우위를 가지는 복지개발 프로그램

    이렇게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일을 만들 수 있는 사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대운하 건설이 추진되는가? 그 이유는 지난 대선시기, 대운하 건설은 ‘경제성장’의 다른 이름으로 치환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상징조작이었다.

    대운하 건설이 일자리 30만 개를 창출하고, 부가가치 창출과 물류개선 효과를 가져와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이 확충되고 경제는 1%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홍보하였다. 여러 논란과정을 거쳐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대운하 건설이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먼저 일자리 창출 부문을 살펴보자. 대운하 건설로 연간 30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계산방식은 매우 단순하다. 건설비용 14조 원에 산업연관분석을 통해 계산된 건설부문 취업유발 효과 20.8을 곱한 수치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산방식이라면 건설부문에 투자되는 어떠한 사업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결국 서민복지 증대를 위한 교육, 보건 등 복지인프라에 동일한 규모의 재정을 투자하면 동일한 수준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의 창출효과는 두 사업 간에 상이하게 발생된다. 대운하 건설 이후 필요한 인력은 운하를 관리하기 위한 1천 명 정도이나, 복지 인프라 확충사업은 2,000개의 보육시설 인력, 마을마다의 공공도서관 사서, 지역 의료인력, 공원관리 등에 필요한 1만여 명 이상의 정규적인 인력이 창출된다.

    이번에는 대운하 건설의 부가가치 창출효과를 살펴보자.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투자의 부가가치 창출계수는 0.837로 10억 원을 투자하면, 8억3천만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 한다. 반면에 교육 보건 서비스의 부가가치 창출계수는 0.894로 10억 원 투자시 8억9천만 원 수준의 부가가치가 발생하게 된다.

    즉, 동일한 규모의 재정이 투입되었을 시, 건설부문보다는 교육 보건 등 서비스 부문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문제는 대운하가 물류개선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이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운하의 물류개선 효과가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가 수질개선 효과가 있다느니, 중국 관광객 유치가 있다느니 하는 얼토당토치도 않는 근거를 들고 나왔다.

    일자리 창출, 부가가치 창출, 물류개선 효과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대운하 건설의 경제적 편익은 복지개발 프로그램보다 나은 것이 없다. 단, 한 가지 있다고 한다면, 대운하 주변 땅값 상승을 통한 소득효과가 있을 수 있는데, 이마저도 지역주민에게 돌아갈 여력은 별로 없는 듯하다.

    이명박 정부는 위에서 말한 논리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운하 건설을 ‘민간자본’에 의해 추진될 것이며,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자본이 경제적 이익 없이 사업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황 증거를 내밀고 있다.

    그러나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자본들은 대운하 주변 땅 매입과 개발을 통해 수익창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경실련이 정확하게 지적하였듯이 대운하 사업은 ‘추진방식, 절차, 시기 등을 살펴볼 때 재벌에게 특혜를 주는’ 사업일 뿐이다. 즉, 서민의 소득과 복지와는 별 인연이 없는 재벌과 토목자본 특혜 사업에 불과한 것이다.

    대운하 We Can’t! 복지개발 We Can!

    진보신당은 서민의 복지와 밀접한 의료 및 요양 시설, 공공도서관 등 지역 복지 인프라를 ‘묶음’으로 하는 지역 복지개발 확충 프로젝트인 ‘We Can’을 발표하였다. 이 매혹적인 ‘We Can 프로젝트’는 복지-교육-문화-생태 프로젝트로 Welfare(복지), Education(교육), Culture(문화) and Nature(자연=생태)의 앞 글자를 조합해서 만든 이름이다.

    앞서 살펴 본 바로 재정정책의 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지개발정책은 거의 모든 측면에서 대운하 건설보다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파급효과는 서민의 의료, 복지, 문화 등 복지와 삶의 질 제고와  쇠퇴된 지역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저러한 모든 사항을 고려해보았을 때, 이제는 대운하 건설의 반대를 넘어 그 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조직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우리는 외쳐야 할 때이다. 대운하 We Can’t!! 복지개발 We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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