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살기 위해서라도 티벳 놔줘야
        2008년 03월 25일 08: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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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9년 3월 10일, 중국의 지배에 대한 티벳 민중들의 전민족적인 항쟁이 실패로 돌아간 뒤 달라이라마는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망명길에 올랐다. 곧 이어 흐루시초프와 마오쩌뚱이 만났다. 이들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역시 티벳 문제였다.

    흐루시초프와 마오쩌뚱의 대화

    티벳 사태가 잘 해결됐느냐고 후르시초프가 묻자, 잘 해결됐다고 마오쩌뚱이 대답했다. 곧 흐루시초프는 달라이라마의 행방이 궁금했다. “그럼, 달라이라마는 잡았습니까?” 당연히 달라이라마는 인도로 탈출한 뒤였다. 마오쩌뚱의 대답은 “놓쳤습니다”였다. 그러자 후르시초프는 마오쩌뚱에게 한 마디 덧붙였다.

    “그럼, 중국은 이 싸움에서 졌습니다”

    중국이 티벳을 침공한 것은 중국혁명이 성공한 직후였다. 불교국가로서 군사력이 전무하던 티벳에 1949년 중국혁명이 성공하자마자 중화인민공화국은 곧 바로 인민해방군이라는 군대를 보내 티벳을 손쉽게 접수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치열하던 1950년부터 1953년까지는 중국도 티벳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지만 전쟁이 끝나자 다시 티벳에 대한 군사적 통치와 압력을 강화했다. 이에 반발한 티벳 민족은 중국과의 일전만 고대하고 있었다.

    1959년 3월 10일은 티벳 민족은 중국에 맞서 티벳의 독립을 외치는 전민족적 봉기를 단행했다. 티벳 민족의 봉기를 무력으로 진압한 중국은 이 때부터 티벳 민족에 대한 전면적인 통치를 시작했다. 중국이 티벳을 전면적으로 통치하기 시작한 지 내년이면 50주년이 된다.

       
      ▲’티벳을 티벳인들에게’를 요구하며 중국 당국의 폭력과 티벳 독립을 지지하는 국내 시위 모습(사진=뉴시스)
     

    히말라야를 걸어서 넘는 티벳 청소년들

    티벳을 정복한 중국은 티벳을 중국의 자치구로 만들어 ‘서장(西藏) 지구’라 부르기 시작했고, 티벳을 중국으로 동화시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6백만 명의 티벳 인구의 두 배 반이나 많은 1천 5백만 명의 중국인을 지속적으로 티벳으로 이주시켰다.

    이와 더불어 티벳의 문화적 고유성을 훼손하기 위해 중국식의 교육방식을 도입해 어린 세대들을 강제로 동화시키는 정책을 수행해왔다. 뿐만 아니라 티벳의 사찰과 승려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저항하는 승려들에게는 투옥과 고문을 일삼았다.

    수 많은 승려들을 석방된 뒤에도 사찰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든 결과, 그들은 다른 승려들과 분리되는 삶을 견딜 수 없어 티벳을 탈출해 네팔과 인도로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티벳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은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교육을 받기 위해 매년 수천 명씩 히말라야를 걸어서 넘어 네팔로 넘어가서는 그곳에서 인도의 다람살라로 넘어가고 있다.

    중국이 티벳을 정복한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티벳이 미국이나 서방세계와 가까웠던 인도와 가까워지면서 중국의 서쪽 국경지역에서 침공을 받게 될 가능성 때문이었다. 다른 하나는 강력한 불교국가인 티벳의 존재로 중국인민들의 사상성을 약화시킬 가능성 때문이었다. 세 번째로는 티벳이 몇백 년 전에 중국의 지배 하에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들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냉전구조에서 나온 산물이었는데, 냉전구조가 해소된 지금 중국이 내세울 명분은 없어졌다. 두 번째 이유로 티벳의 불교가 중국의 공산주의체제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민족이 다른 종교와 사상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이를 존중해줘야만 한다.

    다른 사상이나 종교를 지닌 민족이 국경을 접하고 있다고 침략하고 정복한다면 전세계는 전쟁만이 지배할 것이다.

    중국의 상식 이하 논리

    이에 더하여 지금은 중국인들 누구도 공산주의자로 생각하지 않고 중국도 스스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리고 과거 수백 년 전에 티벳이 중국의 침공을 받아 지배를 받은 적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중국의 지배하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아예 상식 이하의 논리다.

    그러면 과거에 한민족이 만주나 산둥반도를 지배한 역사가 있으니 만주를 점령해도 중국은 아무런 주장도 할 수 없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티벳의 망명정부가 중국에 원하는 것은 티벳의 독립이 아니라 문화적 자치를 허용해달라는 정도의 요구다. 티벳 망명정부 측은 중국이 이룩한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인정했고 중국에서 독립할 뜻이 없음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럼에도 중국정부는 지금까지 티벳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해왔고 달라이라마와의 만남을 거부해왔다. 이 때문에 티벳 측에서는 중국정부가 고령의 달라이라마가 죽기만 기다린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중국정부는 달라이라마만 죽고 나면 티벳이라는 민족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티벳문제로 들어가면 중국은 미국이나 서유럽, 러시아처럼 제국주의적인 범죄국가의 범주에 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 미국 등 지금도 국제무대에서 강대국으로 행세하는 국가들의 역사를 면밀히 살펴본다면 지금까지 수백 년 동안 소수민족들을 정복하면서 세운 국가임을 알 수 있다.

    강대국들의 정치체제가 무엇이든지 간에 여전히 팽창주의적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소수민족들을 정복하고 통제하기를 원하고 있다.

    광주와 티벳

    올림픽이 몇 달 남지 않은 지금, 중국은 티벳 문제로 인해 치부를 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외부세계와의 교신을 끊어 현지소식을 봉쇄하면서 군대를 동원해 폭력적인 방식으로 티벳인들의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광주학살 당시 군에서 광주를 고립시켜 진압했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고 중국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다. 사실상 도덕성이 존재하지 않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무슨 짓을 한다 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티벳 민족이나 달라이라마가 외교적으로 가장 의존하고 있는 미국도 이라크와 다른 나라에 대한 침공문제,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로 인해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마찬가지로 단지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폭력적인 대응자제만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한국 정부야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국정부는 달라이라마측에 비자조차 발급하지 못할 정도로 중국에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제국주의국가들의 식민통치에 맞서 싸우는 식민지 민중들의 투쟁을 지원하는 것이 국제사회주의의 원칙이며 사회주의의 기본적인 원칙이다. <아리랑>의 김산을 비롯한 전세계의 혁명가들이 중국혁명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으로 모여들었던 것도 바로 이 원칙의 정당성 때문이었다.

    전세계 혁명가들이 중국 혁명을 지원한 이유

    외세의 압박 아래 신음하던 중국의 민중들이나 전세계민중들이 당시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혁명을 지원하고 목숨을 걸었던 중요한 이유가 있다. 정권을 잡은 뒤 중국공산당은 절대로 다른 민족을 침략하거나 억압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동의와 약속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티벳을 침공하면서 중국민중들과 전세계 민중들과의 약속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티벳민중들에 대한 압박과 폭력적인 진압을 보면서 중국이 소수민족의 저항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군대를 ‘인민해방군’이라 부르고 소수민족을 침공한 국가를 ‘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 부른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울 정도다.

    중국공산당의 티벳 침공은 실책이며 티벳에 대한 통치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실책이다. 티벳은 중국의 일부분이 절대로 아니며, 티벳은 중국과는 다른 민족으로서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티벳민족은 자주적인 국가를 가질 권리가 있고 중국은 이를 존중해줄 의무가 있다.

    흐루시초프의 말처럼 달라이라마를 놓치는 바람에 중국이 티벳에 진 게 아니라, 티벳을 침공하는 순간에 벌써 중국은 졌다. 이제는 중국이 살기 위해서도 티벳을 놓아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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