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뭔 짓이야, 나라 위해 일해야지"
        2008년 03월 21일 04: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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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영’의 중심 소망교회,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부자들의 땅 강남, 그 곳에서도 노른자라고 불리는 압구정동에 자리 잡은 이 대형교회는 대통령을 배출한 교회라 하여 최근 유례없는 교세확장기를 맞고 있다. 부활절 주간인 21일 소망교회는 200여대의 차들이 서로의 통로를 막고 주차되어 있었고 예배가 시작된지 30여분이 지났음에도 수십 대의 택시들이 쉴새 없이 ‘여사’님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 "비정규직 없는 나라가 주님의 나라입니다" 교회 입구에 서 있는 이남신 집사.(사진=정상근 기자)
     

    벤츠와 BMW의 틈바구니에서 6호선을 타고 온 이남신 진보신당 비래대표 국회의원 후보와 이랜드 조합원들은 모든 것을 아래로 내려 보듯 하늘높이 솟은 철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후보 역시 감리교 신도로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주일에 부부가 손을 잡고 교회에 가는 ‘집사님’이다.

    그런 이 후보가 이날 소망교회 예배에 참석하고자 왔다. 그리고 이명박 장로가 880만 비정규직에 연대의 마음을 갖게 해달라는 기도문을 준비했다. 하지만 세련된 옷을 입고 들어가는 신도들 사이에서 노동자 조끼를 입은 이 후보는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었다.

    “민망하고, 또 어색합니다.” 그의 말처럼 그 구도는 너무나 어색했다. 신도들은 곁눈질로 이 후보를 바라보고 이랜드 노동자들이 나누어 주는 기도문을 마지 못해 들고 가면서도 유심히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어떤 할머니은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해야지”라고 질책을 하기도 했다.

    경계의 눈총을 보내는 교회 관계자들이 지키고 있는 틈바구니를 뚫고 들어가 기도문을 읽을 수는 없었다. 이 후보는 대부분의 신도들이 나름대로의 정성을 들여 기도를 하는 순간에 소란을 피워서라도 들어가는 것은 또 다른 강요요, 폭력이라고 했다. 때문에 그의 기도는 교회 문밖에서 이루어졌다. 그는 집사님답게 어색하지 않은 모습으로 두 손을 맞잡고 진심어린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가난한 자들을 돌보고 나병환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졌던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는 신도들은 힘들고 어려운 자들의 기도를 듣지 않았다.

    이 후보는 예수님이 재림을 해도 지금의 교회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말대로 예수님이 재림한다면, 비정규직 투쟁의 선봉에 나서지 않을까?

    이랜드 박성수 회장 역시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는 사랑교회의 장로다. ‘내 몸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는 예수의 살신성인을 배우는 그는 이웃의 몸을 먹고 피를 마시며 배를 불렸다.

    오늘도 이랜드의 노동자들은 박 장로의 사랑을 느끼지 못한 채 차가운 길거리에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는 “예전에 이명박 장로의 간증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는데 감명 받은 부분이 있을 정도로 내용이 좋았다”며 “하지만 실제 대한민국 교회는 돈을 쫒고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이고 그 중심에 소망교회와 같은 일부 강남 교회들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또 “오는 7월부터 비정규직 보호법이 확대 실시되면 제2, 제3의 이랜드 사태가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재판 결과에 따라 등원해도 곧 국회의원직을 잃을 수 있지만 그 순간까지만 이라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도를 마치고 예수의 가르침을 실현하자는 복음성가가 울려 퍼지는 소망교회를 뒤로 하고 다시 6호선을 통해 노동자 투쟁에 동참하기 위해 가는 이 후보와 880만 비정규직의 소망을 예수님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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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님, 880만 비정규직의 소망을 아시나요?”
    이남신 집사가 이명박 장로가 다니는 소망교회에서 올리는 기도문

    주님, 지난 해 크리스마스 때 실종됐던 초등학생 예슬이와 혜진이는 끝내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온 국민이 두 손 모아 간절히 소망했으나 끝끝내 그 소망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두 초등학생의 죽음을 보면서 저의 벗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잊혀진지 오래입니다.

    사랑스런 저의 벗 정종태(재능교사노조), 이용석(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박일수(현대중공업 비정규직노조), 류기혁(현대차비정규직노조), 김춘봉(한진중공업), 하중근(포항건설노조), 주칠민(울산건설플랜트노조)!

    그들은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회사 쪽이 동원한 레미콘 차량과 경찰 진압 등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두 초등학생과 저의 벗들이 모두 하나님의 나라에서 주님의 사랑과 축복으로 충만하기를 기도드립니다.

    비정규직들은 언제 쫓겨날지 몰라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님, 오늘 이 땅은 당신이 손수 제정하신 노동의 신성함이 상처받고 있습니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에서 노동자들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인 연간 2,300시간 이상씩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루에 산업재해로 7명 이상씩 사망하고 있으며,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200만 명 가까이 됩니다.

    거의 노예노동에 다름없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880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우리의 20대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실업자 내지 88만원 월급자로 전락했습니다. 아직도 비정규직 노동자는 화장실 지어 달라고 싸워야 하고, 식당에서 밥 먹게 해달라고 싸워야 하며, 의자가 없어서 퉁퉁 부은 다리로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합니다. 언제 쫓겨날지 몰라서 노심초사하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던 예수님의 가르침이 헛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주님의 아들, 사랑의 교회 박성수 장로는 이랜드 비정규직 아줌마 수백 명을 쫓아냈습니다. 박성수 장로는 수십억이 넘는 돈을 십일조로 내지만 정작 80만원 받았던 아줌마들에게는 사랑을 베풀지 않았습니다. 저는 생계가 끊겨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줌마들과 연대해서 열심히 싸웠지만 저의 힘이 턱없이 미약했을 따름입니다.

    주님, 박성수 장로뿐만 아니라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사랑해주십시오. ‘네 이웃을 사랑하라’던 예수님의 가르침이 이 땅에서 헛되지 않게 인도해 주십시오.

    이명박 장로의 소망과 880만 비정규직의 소망은 함께 할 수 없는 것입니까?

    주님, 저는 오늘 소망교회를 찾았습니다. 이 곳은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더욱 유명해진 곳입니다. 이명박 장로는 1% 땅 부자 내각을 만들더니 급기야 1% 부자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주님, 저는 이명박 장로가 모든 사업장을 이랜드처럼 만들 것 같아서 너무 두렵습니다.

    노동자들이 1997년 IMF 상황으로 돌아갈 것 같아서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있을 수 없습니다. 이명박 장로의 소망이 실현되면 이 땅은 ‘재벌천국 서민지옥’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왜 이명박 장로의 소망은 1%만을 향하고 있습니까? 이명박 장로의 소망과 저의 소망은 결코 만날 수 없습니까?

    정녕 이명박 장로의 소망과 880만 비정규직, 1500만 노동자의 소망은 함께 할 수 없는 것입니까?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 힘들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명박 장로가 오만과 독선에 빠지지 않고 이 땅의 모든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의 소망을 받들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십시오. 비록 이명박 내각이 1% 부자 내각이지만 그들이 모두 천국으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십시오.

    부활절을 맞아 사랑과 소망과 연대가 넘치도록 지켜주십시오.

    주님, 이제 곧 당신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2000년 전 이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어둠에 갇힌 선조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듯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예수님의 참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예수님을 다시금 십자가에 못 박고 있습니다.

    주님, 힘없고 착한 이들이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인도해주십시오. 사랑의교회와 소망의교회 신도들과 함께 이명박 장로가 내 이웃을 사랑하는 연대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부활절을 맞아 ‘사랑’, ‘소망’과 함께 연대가 넘쳐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도록 지켜주십시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였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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