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강만수-최중경 무능 3인방
    시장 모르는 '경제 대통령' 큰 걱정
        2008년 03월 20일 05: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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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개의 생활 필수품과 가격통제

    “생활필수품 50개의 물량수급을 정부가 직접 관리해 서민물가를 안정시켜라.” 지난 17일 지식경제부의 업무보고에서 나온 대통령 말씀이다. 얼굴에 ‘나는 엘리트’라고 써 놓은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난리가 났다. 결론은? “물가안정에 더욱 힘쓰라는 지시”, “상징적인 의미의 숫자”란다. 요즘 대통령 보고는 선문답으로 하는 모양이다.

       
    ▲ 17일 구미 전자정보기술원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업무보고 (사진=뉴시스)
     

    서민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필수품이란 뭘까? 서민을 가계 5분위 통계에서 1, 2, 3분위라고 한다면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의 상승이 가장 큰 부담이고 특히 1분위의 경우에는 식료품비와 공공서비스요금이 문제다(이는 통계청의 “소득분위별 가계지출 현황”에서 바로 확인된다. 단, 교육비의 경우는 노인가구 등 자녀 없는 가구가 많은 1, 2분위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다).

    즉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한 ‘물량수급의 직접 관리’는 가치재(주거,의료,교육)와 에너지 가격이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공서비스요금(철도, 전기, 수도, 개스, 우편 등), 그리고 식료품에 해당된다. 아닌게 아니라 정부는 의료보험비, 학원비, 공공서비스 요금의 동결, 즉 가격통제를 제시했고 농산물 및 가공식품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쌀라면, 설렁탕의 사리, 한미 FTA하의 농업’ 등을 제시했다.

    주류 경제학자들이 ‘21세기형 문제에 70년대식 가격통제’라고 맹비판할만하다. 규제완화와 민영화, 세금 인하 등 전형적인 시장만능론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가격통제를 들먹이니 경제학자들이 고개를 외로 꼬는 것도 당연하다.

    나는 이런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시장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화의 성격에 따라 나눠서 정부 정책을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각각의 검토 속에서 시장만능을 내세우는 이 정부가 얼마나 시장에 대해서 무지한지, 그리고 진보의 대안은 무엇인지 제시할 것이다.

    주거, 의료, 교육 등 가치재(merit goods)

    서민의 주거비 부담은 주택소유자의 경우 대출 이자, 전세가구의 경우 전세 인상금(및 해당 이자), 사글세의 경우는 집세로 나타난다.(따라서 월세만 집계한 통계청의 수치는 과소평가돼 있다)

    의료비는 의료보험비에 더해서, 보험이 보장해 주지 않는 약 40%의 본인부담금이 문제인데 중병에 걸릴 경우 서민 가계는 곧 파산을 맞을 수 밖에 없다. 교육비는 계층별 지출에 큰 차이가 나며 이 차이는 현재와 같은 학벌사회에서 아이들의 앞날을 결정해버린다.

    이 의교주(醫敎住)는 과거의 의식주(衣食住)에 해당하는 필수재이며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는 사회적 권리이기도 하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공공재는 아니지만 최소한 기회의 평등이 요구되는, 사회적 정의의 대상으로서 공공성이 대단히 강한 재화이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사적 공급과 공적 공급이 공존하는 재화이기도 하다. 경제학에서 찾는다면 ‘가치재’가 가장 근접한 개념이다.

    문제는 ‘시장’에서 공교육과 사교육,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이 경쟁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인수위와 기재부 업무보고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는 민간공급의 제약을 없앤다는 것이다.

    즉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고급 사교육 시장, 고급 의료보험 시장, 고급 민간주택의 공급이 늘어나는 반면, 돈과 사람이 고급시장으로 쏠리는 만큼 공공의 공급이 위축되고 심지어 소멸하리란 것은 이론으로보나 경험으로 볼 때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가격 상승과 양극화는 필연이다. 사교육비 부담이 급증하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는 현실은 이미 이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서민들의 불만이 끓어오를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이 곧 가격통제이다. 한마디로 모순적인 정책이다. 정책의 큰 틀은 민영화/시장화를 촉진하면서 그 부작용은 가장 저급한 수단인 직접적 가격통제로 막겠다는 것이다. 강뚝을 무너뜨리고 그 물을 바가지로 퍼내겠다는 발상이다.

    진보의 대안은 공적 공급의 강화이다. 종부세, 누진적 보험료 및 세금 투입, 사교육세 등 기존 자산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여 공공의 공급의 양과 질을 향상시키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양극화를 조장하는 정책기조 속에서 대중의 불만이 터질 때마다 자의적이고 일시적으로 가격통제를 한다는 것은 사회정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다. 규제완화를 내세워 법과 제도는 무력화하고 자의적으로 공무원이 직접 통제하는 것만큼 저열한 정책은 없다. 교육과 부동산, 의료정책에서 이명박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시장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철도, 전기, 수도, 개스, 우편 등 네트워크서비스(network service)

    네크워크 서비스의 요금을 우리는 흔히 공공요금이라고 부른다. 즉 이런 서비스는 공공이 공급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온 것이다. 정부는 공공서비스에 대해서 지방자치단체 등에 가격동결을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 서비스는 경제학 교과서도 독점화의 위험, 교차보조의 필요성 때문에 공공이 공급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는 물론 민영화이다. 이는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교차보조금 폐지’로 표현된 바 있다.

    교차보조금은 시장에 의해 공급될 수 없는 지역이나 산업에 대한 보조금이다. 예컨대 민영화한 철도회사나 수도회사는 벽지의 서비스를 중단하는 게 이익이다. 농업에 대한 유류, 전기 보조금 역시 민영화한 에너지 기업이 택할 리 없다.

    결국 네트워크 산업의 민영화가 초래할 결과는 독점으로 인한 전반적인 가격 인상, 유지보수 비용 및 인력 감축에 따른 서비스 질 저하(교통사고, 수질 악화 등), 벽지나 보호산업에 대한 서비스 중단 등이다.

       
    ▲ 네트워크 서비스의 변화는 서민경제에 곧바로 반영된다.
     

    서민들의 아우성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해답은 또 다시 가격통제이다. 그러나 가격통제나 새로운 규제의 도입에 대해 민간 기업은 격렬하게 저항할 것이고, 정부는 결국 이들에 대해 보조금을 주게 될 것이다. 정부예산을 아끼기 위해 민영화한다지만, 민자 고속도로에 대한 정부 보조금에서 보듯이 결국 국민의 부담은 마찬가지이다.

    영국 철도나 미국 아틀란타 시의 수도 민영화는 가격 상승, 서비스 질 저하로 실패했다. 이 역시 정책기조와 보완 정책이 맞바로 모순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과연 이명박 정부는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진보의 대안은 공기업 체제를 유지하되 노동시간 단축과 재교육 등에 의해 서비스의 양과 질을 제고하는 것이다. 공공서비스 노동조합 등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비로소 국민은 안전하고도 쾌적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들 공기업의 이사회 등에 서비스 소비자와 노동자들이 참여하여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 질을 결정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에너지와 식량 등 안보재(security goods)

    최근 물가 상승의 대부분은 외부에서 비롯됐다. 현재의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곡물 가격 상승은 세계경제위기를 불러왔던 70년대초와 아주 유사하다. 세계경제가 산업이든 소비든 에너지 다소비 체제로 구성돼 왔고,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원자재에 대한 파생상품 시장이 가격 등락폭을 확대시키고 있으니 이 또한 정부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가 할 일은 많다. 이명박 정부의 해법은 코미디에 가깝다. 우선 곡가 상승에 대해서 대통령의 단기 해법은 밀가루 값이 뛰면 쌀로 라면을 만들고 설렁탕에 들어가는 사리를 원래의 밥으로 대체하면 된다는 것이다.

    별 것 아닌 예 같지만 이 사례는 대통령이 일반적인 재화 시장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은 혼분식을 장려하면서 도시락 검사를 하던 박정희 시대의 발상이다. 쌀로 라면을 만들어서 수익이 날 것이라면 라면회사들이 벌써 만들어서 팔았을 것이다. 설렁탕에 사리를 넣을지, 밥을 넣을지는 음식점 주인이 결정할 문제이고 결국 소비자들이 선택할 문제이다.

    이야말로 정부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현장에서 전봇대 뽑고 음식의 재료까지 ‘현장 지도’로 뭔가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시장을 부정하는 일이다. 박정희를 추종하다 못해 이제 북한의 지도자까지 닮으려고 하는 것일까?

    에너지와 식량에 관해서 국가가 할 일은 따로 있다. 이 둘은 말 그대로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 한다. 나보고 이름 지으라 한다면 안보재(security goods)라고 부르겠다. 비상시의 국가안보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 미래의 삶까지 걸려 있다는 의미에서 이들 재화는 우리 삶의 안전보장에 직결돼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밖에서 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단기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당장은 국외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이지만 결코 외부 의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처럼 가격이 오를 때마다 관세를 낮추고 수입을 늘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원유 도입처를 다변화하거나 해외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식량 비축에 가까스로 성공한다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피크 오일 등 화석연료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제조업이건 농업이건 생활이건 에너지 다소비의 삶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다소비와 그에 따른 엔트로피 증가는 우리 삶 최후의 근거인 자연까지 완전히 거덜낼 것이다.

    우선 단기 정책으로는 가격통제가 아니라 가격 시스템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 최소의 필수량은 지금보다 더 싸게 공급하지만 그 이상의 소비에는 기하급수적으로 가격을 높여야 한다. 이것은 소비량에 따른 교차보조를 의미한다. 우리 국민의 에너지 및 물 1인당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두 번의 석유위기를 겪었음에도 산업의 에너지 과소비 역시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필수 소비량 이상의 소비에 대해 부과한 요금으로 거둬 들인 수입은 재생에너지, 친환경 농업에 투입해야 한다. 예컨대 소비를 줄인 만큼 원자력 발전을 줄이고 늘어난 수입은 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입해야 한다. 소비를 줄이고 공급 방식을 생태적으로 바꾸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농림수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100조 원이나 투입한’ 농업에 대해 “보상이나 받고 지원이나 해주는 농림부 시절 발상으로는 농촌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한미FTA를 받아들임으로써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공무원들에게 농심을 가지라고 주문했는데 그 농심이란 “1차산업에 국한되지 말고 스스로 2차, 3차산업 마인드로 바꾸”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도 매출 1,000억원 이상의 유통회사를 만들고(3차산업), 국가식품클러스터(2차)를 장차 140개나 만들 계획이다. 또한 농업진흥지역을 6만2,000ha를 해제하는 농지법 개정안을 제출한단다. 결국 농심은 1차산업으로서의 농업을 포기하는 것이란 말이다. 세계적 곡물위기도 수입을 늘려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에너지를 최소로 사용하여 땅을 살리는 농업, 기존의 식품 규제를 강화해서 안전한 농업이 우리의 살 길이며 도농 직거래에 의해서 상대적으로 비싸더라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박정희시대 이래 한번도 바뀐 적이 없는 대농, 기계농, 화학농 육성은 확실히 폐기해야 한다.

    경지면적만 100배 이상 차이가 나는 미국이나 중국과 직접 경쟁하겠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는 제조업에서 임금을 낮춰서 중국과 경쟁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농촌을 지키는 일은 나라경제 전체에도 매우 중요하다. 군단위의 풀뿌리 공동체는 일거리의 보고이다.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 농업, 공동체의 돌봄 노동은 무한한 인력을 필요로 한다. 공동체의 사회경제(social economy)를 GDP의 10%까지 늘리는 것이야말로 공동체와 국가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길이다.

    한반도 전역의 아름다운 숲과 길을 이어서 걷고 쉬는 관광을 개발하는 것도 생태적인 동시에 경제적이다. 농촌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농업과 자연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최상의 방법이다. 풀뿌리 공동체에 일자리도 있고 성장도 숨어 있으며 미래도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주장대로 1차산업으로서의 농업을 포기한다면 거기에는 아무런 미래도 없다. 에너지나 식량도 잘 수입해서 가공수출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제대통령’의 인식은 정확히 6-70년대 제조업 수출전략의 응용이다. 전직 건설회사 회장이 안보재 개념을 이해하기 바라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까?

    왜 원화 가치만 폭락했을까?

    이제 가장 경제학 교과서의 완전경쟁모델에 가깝다는 금융시장에 관해서 말할 때가 되었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금융시장을 이끄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무능 3인방이다.

    이병박 특검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대통령은 30대 애송이에게 금융사기를 당해서 수 많은 사람을 파산시킨 사람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97년 외환위기의 책임자 중 하나이고 최중경 차관은 2004년 민간 투자자의 팔까지 비틀면서 역외 시장에 개입했다가 1조8천억원을 날린 사람이다.

    최근 환율폭등, 즉 원화 가치 폭락의 원인 역시 외부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요소는 경상수지 적자가 3개월 전부터 적자로 반전된 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점, 조선산업 등이 환율하락을 우려해서 선물환을 매수했다 매도로 돌아선 점, 해외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선물환 매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회수와 이익송금 등을 이유로 든다.

    조선산업과 자산운용사들의 선물 거래를 제외하고는 모든 나라에 동시에 해당되는 요인들이다. 물론 이 선물거래도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 절상되는데 원화가치만 폭락한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경상수지의 적자 전환이 환율 움직임의 방향을 바꾼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왜 외환시장이 패닉에 빠질만한 움직임이 나타났을까? 특별히 우리나라의 제도에 문제가 없다면 그것은 투기공격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다. 바로 강만수-최중경 팀의 신념이 문제가 된 것이다.

    “환율이 경상수지 동향과 괴리되게 하지 않겠다”고 호언한 경제수장, 그리고 오로지 수출만이 살 길이라며 달러당 1,200원 수준에서 거액을 투입하여 환율을 방어하려 했던 차관이 투기자들의 오버슈팅을 부른 것이다. 무능 3인방이 공유하고 있는 수출지상주의가 건재하는 한 한국은 언제나 투기공격의 대상이 될 것이다.

    물론 작금의 금융위기는 세계적인 문제이다. 미국에서도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규제를 새롭게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도 경험한 바 없는 새로운 시장의 규제를 미리 만들 수는 없기에 본보기로 희생양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진정한 문제는 우리의 3인방이 금융허브를 내세워 개방과 규제완화를 미국 수준으로 하려 한다는 데 있다. 바로 그 희생양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위기에 빠져도 우리는 능히 헤쳐나갈 만한 능력을 이들이 가지고 있다고 믿어도 될까?

    때늦은 위기타령 – 한반도 대운하, 수도권 규제 완화야말로 진정한 위기를 만든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만으로도 7%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바로 그 대통령이 갑자기 “세계경제의 위기”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누가 그걸 몰랐는가? 우리는 작년 초부터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누누이 지적했다. 물론 그들은 완강하게 부정했다. 인수위 시절만 해도 그랬다. 다들 외부 사정을 들어 5% 성장도 힘들다고 했을 때 “이명박이 하면 다르다”고 했다. “일해 본 사람은 다르다”고 했다.

    나는 7% 성장이 아직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수도권 규제완화, 금산분리 완화, 농지규제 완화에 한반도 대운하를 더하면 7%를 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의 거품을 더 큰 거품으로 대체할 뿐이다.

    2년여의 흥청망청이 끝났을 때 전 세계의 침체 속에서 그 거품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이명박 정부가 대불공단 전봇대 뽑듯 이들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한다면 97년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대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불행하게도 거의 100%이다.

    마지막 질문. 한미 FTA가 이미 발효돼 있었다면 위의 모든 사태는 어떻게 되었을까? 답. 아무리 위기를 맞는다 해도, 서민들의 아우성이 하늘을 찔러도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결코 되돌릴 수 없게 된다. 미국은 위기에 빠질 때 마다 다른 나라에 상식을 벗어난 보호주의적 조치를 강요한다.

    80년대 중반 미일반도체협정(미국 반도체의 시장 점유율을 보장하라)과 플라자 협정(엔화를 절상하고 동시에 금리를 내려라)이 딱 들어맞는 예이다. 한미경제안보협정이라는 FTA를 맺었는데 미국이 우리에게 어떻게 할까? 이미 강요는 시작됐다.

    예컨대 당장 미국이 어려우니 광우병이 우려되건 어쩌건 미국 쇠고기를 원하는대로 수입해야 하고 미국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을 보장해 줘야 한다. 또 과연 미국제도=선진화=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정부의 주장을 우리는 계속 믿어야 할까? 마이클 무어의 <식코>를 꼭 한번 보시기 바란다. 그것이 미국이다.

    시장도 모르는 시장만능론자들의 정부. 법과 제도로 이뤄진 규제를 없애고 언제라도 자의적으로 시장에 명령을 내리는 정부. 누가 이 정부에 브레이크를 걸 것인가? 똑같이 한나라당 출신 시장만능론자인 이회창, 손학규의 당이, 한미 FTA와 규제완화를 앞서서 주장한 선진한국당이나 통합민주당이 과연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지금 국회는 정말 진보적 경제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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