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보드 좌파가 되자”
        2008년 03월 19일 06: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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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홍보대사 진중권 교수와의 인터뷰는 그의 연구실이 있는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부터 상암동 디엠씨(Digital Media City)까지로 이어졌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진보신당 비례후보 좌담의 사회를 보기 위해 택시를 잡아타고 <레디앙>과의 인터뷰를 할 정도니, 적어도 19일 하루 그가 홍보대사의 직분을 충실히 수행했음은 분명하다.

    진중권 홍보대사는 진보신당의 홍보대사가 된 이유를 “시키면 해야지”라고 간명하게 밝히며, “선거 기간 중에는 진보신당 이름 건 칼럼을 많이 쓰고”, 선거 후에는 영상 홍보 일에 간여하고 싶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진 홍보대사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그냥 내버려 두면 저절로 망할 것”이라고 비판적 예측을 하고, 조직노동운동 중심의 진보운동에 대해서도 “전통적 노동운동 모델은 끝났다 … 이제 좌파는 키보드 좌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홍보대사는 이명박 정권에 대해 “객관적으로 좀 모자라는 것 같다 … 아예 기본적 감각도 없다”고 혹평하며, 진보신당이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안세력으로 올라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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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신당 홍보대사를 맡은 계기나 이유 같은 게 있는가?

    = 당에서 전화가 왔다. 시키면 해야지. 돈 보내라면, 돈 보내고.

    – 홍보대사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 다른 홍보대사들도 그럴 텐데, 각자 알아서 하고 있다. 원래 하던 일 하면서 당 얘기하면 되는 거니까. 선거 기간 중에는 진보신당 이름 건 칼럼을 많이 쓰려 한다.

    – 가장 먼저 분당을 주장하고, 이른바 선도 탈당이라는 것도 했다. 그 이유를 다시 들어보자.

    = ‘그 사람들’ 받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었다. 그 사람들은 다른 목적이 있다. 진보정당이 아니라, 북한 정부 위해 일하는 것 아닌가. 그들이 바뀔 거라 보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국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상황까지 온 것 아닌가.

    – 들어오는 걸 막을 도리도 없는 것 아닌가?

    = 들어오라고 권유도 했잖은가. 그들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했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운동권을 통해 외연을 넓히려 했다. 운동권 힘 얻는 게 당장 도움이야 되겠지만, 결국에는 좋지 않다.

    – 그렇다면 ‘그 사람들’과 갈라선 지금은 흡족한가?

    =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민주노동당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거나 진작에 헤어졌어야 한다. 이제 와 갈라서니 아직도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의 상징 자본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두 번째 시도이기 때문에 열정이 떨어진다든가 아무래도 불리한 면이 있다.

    내버려 두면 저절로 망할 것

    – 그토록 해악스런 세력이라면 이제라도 적대한다든지 망하도록 해야 하는 건가? 그렇다면 요즘 얘기 나오는 지역구 조정 같은 건 옳지 않은 것인가?

    = 아니, 적대도 아무 것도 없었으면 좋겠다. 진보신당이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내는 게 원칙이지만, 지역에서 어쩔 수 없이 조정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 할 일도 많은데, 그쪽에 신경 쓸 여유 없다. 그냥 내버려 두면 저절로 망할 것이다.

    이명박은 노무현과 다른 게 없다. 더 심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노무현에 실망해 이명박으로 돌아선 사람들은 금방 떨어져 나갈 것이다. 그럴 때 대안세력으로 올라설 수 있는 세력이 누구인가. 진보신당은 대안세력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경쟁할 필요는 없다.

    – 진보신당 창당 과정에서 성소수자 문제나 마약 문제 같은 게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었고, 새로운 이미지 형성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반면 노동 문제나 민생 문제는 잘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 대학 등록금을 기업에 부담시키자는 진보신당의 정책은 좋은 것이다. 기업이 맞춤형 인재를 원한다면 당연히 그 교육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쌓아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영어 문제를 건드린 것은 영어 사교육비에 관련된 국민들의 욕구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대안이라고 내놓은 방법이 좋지 않지만, 그 지점을 짚은 것은 옳았다. 진보신당은 이런 문제에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자사고는 사교육 많이 받는 부자집 아이들만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좋은 걸로 안다. 서민 관점에서 그런 게 나쁘다는 걸 알리고, 치고 들어가야 한다.

    – 요즘 진보신당은 서유럽의 급진적 리버럴 정당 같이 보이지 않나?

    = 그렇게 가야 한다고 본다. 전통적 노동운동 모델은 끝났다. 지금 우리는 산업혁명 시대가 아니라, 정보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조직 노동자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혁명적 잠재력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재화의 생산 유통보다는 정보의 생산 유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예전에 ‘키보드 좌파’라는 말은 비아냥이었다. 그런데 이미 노동자들은 키보드로 일하지 않는가. 이제 좌파는 키보드 좌파여야 한다.

    예전에 조직이란 건 시공간적 동일성에 기초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조직은 그런 데서 벗어나 네트워크에서 형성되고 있다. 거기에 맞춰 당이 변모해야 한다. 더 리버럴해야 한다.

    물론, 노동운동이나 농민운동 같은 전통적 조직 기반을 버리자는 말은 아니다. 그런 조직운동에서도 계속 좌파운동이 생산돼 나올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에 포석을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미래정당, 문화정당이어야

    – 미학자로서, 칼럼리스트로서 진보신당이 어떤 당이길 바라나?

    = 진보운동은 문화에서는 어느 정도 힘을 얻었다. 조중동도 좌파를 빼면 문화면을 만들지 못할 정도다. 영화판도 그렇고.

    미래의 생산은 예술 쪽으로 변해갈 것이다. 기술과 예술이 통합되고, 창조적이지 못한 기술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인문학에서 컨텐츠가 나오고, 아티스트가 그것을 형상화하고, 엔지니어가 그것을 실현시키는 것이 미래의 생산 형태가 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이런 미래 비전이 없으니 과거로 돌아가 7% 성장이니 운하니 하는 박정희 시대 얘기를 떠드는 것이다. 경제를 경기로 착각하고 있다. 이럴 때 우리가 미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진보신당은 미래정당, 문화정당이어야 한다.

    – 이명박은 노무현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 신자유주의라는 점에서는 똑같고, 사실 다른 점은 없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70년대 공사판 스타일이라는 거.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컴퓨터 비밀번호를 몰라 열흘 넘게 사용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컴퓨터 전원은 켜셨나요”라고 칼럼에 썼다.

    며칠 지켜 보니, 객관적으로 좀 모자라는 것 같다. 땅을 사랑한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소리 하는 이명박 정권 사람들, 아예 기본적 감각도 없는 것이다.

    – 홍보대사가 총선 때까지만 하는 건 아닐 텐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려는가?

    = 당에서 홍보팀을 꾸렸으면 좋겠다. 지금 같이 문서로 내는 논평 말고, 플래시나 영상 같은 걸로 논평을 만들어 인터넷에도 뿌리고 핸드폰에도 보내고. 레이저 영상을 청와대에 쏜다든지, 그런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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