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양당 지역구 중복 후보들 "괴롭지만..."
    By mywank
        2008년 03월 18일 10:30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현재까지 발표한 지역구 후보 가운데 두 당이 함께 출마하는 곳은 모두 4곳이다. 민노당은 총 84곳, 진보신당은 31곳에서 지역구 후보를 냈으며 겹치기 출마지역구 비율은 민노당의 경우 4.8%이고 진보신당은 12.9%다. 

    양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이른바 전략 지역에는 겹치기 출마를 최대한 자제한다는 입장이지만, 전국의 모든 지역을 중앙당이 나서서 조율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며, 일각에서는 과연 조율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진보양당의 18대 총선 지역구 후보 명단을 살펴보면,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지역구가 겹치는 곳은 서울 관악갑, 관악을, 부산진을, 창원갑 등 모두 4곳이다.

    서울 관악갑의 경우, 전 민노당 관악갑 위원장 출신 진보신당 김웅 후보와 서울지역 사회참여 동아리 ‘대학희망’ 박명희 대표가 출마한다. 서울 관악을은 전 민노당 관악을 위원장 출신 신장식씨가 진보신당 후보로, 김세진 이재호 기념사업회 운영위원인 엄윤섭 후보가 민노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또 부산진을의 경우, 전 부산시당 지방자치위원장 출신의 진보신당 박주미 후보와 민노당 부산시당 부위원장인 민병렬 후보가 맞붙으며, 창원갑의 경우, 진보신당의 전 민노당 중앙위원 출신인 최재기 후보와 민주노동당 창원시위원회 여성위원장 출신 강영희 후보가 겨룬다. 

    공동의 적은 이명박, 경쟁상대는 양당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각 후보들은 이명박 정부와 보수정당의 실정을 비판하고 대립각을 세우며, 선거에 임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반 유권자들이 볼 때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기 힘든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 상대하게 될 ‘현실의 경쟁상대’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아니라 상대방이다.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17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민노당이나 신당은 각 지역구에서 국민적 지지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지역에 경우, 후보 문제에 대해 일정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민노당의 전현직 의원들이 출마하는 지역에 경우, 앞으로 신당에서도 후보를 안 내는 방침을 갖고 있다”며, 진보양당의 ‘지역구 겹치기’ 현상에 대한 조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보신당과 민노당은 다른 보수정당과는 달리 ‘하향식 공천’을 통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중앙당에서 이 문제를 강제로 정리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두 당도 이런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있었다. 진보신당의 백현종 총선대책위원장은 “현재로써는 이미 진보 양당의 후보가 겹친 지역구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할 상황이 아니라”며 “어쩔 수 없이 발생된 현상으로, 굳이 민노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차별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 관계자도 “진보신당과 겹친 지역구 후보자들에 대해, 중앙당 차원에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중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지만, 각 후보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맡겨둘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괴롭지만 필요하면 대립각 세울 수도"

    결국 ‘지역구 겹치기’ 문제해결을 위한 열쇠는 각 지역구 출마 후보에게 있다. 지역구가 겹치는 진보양당 후보들의 생각은 어떨까.

    중복 지역 출마 후보들의 반응은 조심스러웠다. 일부 후보들은 ‘노 코멘트’라는 반응을 보였고, 일부 후보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관악을에 출마하는 진보신당 신장식 후보는 “진보양당이 맞붙는 현실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괴롭고 답답하다”며 “오랜 기간 몸담아 왔던 민노당에서 나온 후보에 대해, 비판을 하려니 내키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신 후보는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민노당으로 나온 총선후보와의 대립각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후보와 맞붙을 민노당의 엄윤섭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답변을 하기 곤란하다"며 응답을 피했다.

    부산진(을)에 출마하는 진보신당 박주미 후보는 “진보양당의 안 겹치면 좋겠지만, 도리가 없지 않겠냐”며 “두 정당이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서, 지역주민들에게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는 “막판에 조율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후보 사퇴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노당의 민병렬 후보는 “지금은 최악의 상황이라 안타깝다”며 “마지막에 ‘좋은 방법’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총선에 끝까지 임할 생각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