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례대표 2년, 폭넓은 참여와 연대를
        2008년 03월 14일 10: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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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장애인위원과 예산결산위원을 맡아 활동하다가 지난 2월초 탈당했다. 대선 채무 등 해결방안을 위해 씨름하다가 당대회 이후 모든 미련을 버렸다. 진보신당 연대회의와 사회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아직 당원으로 가입하지는 않고 있다.

    진보정당 운동 8년을 되새기지만 반성을 다 못했고, 무엇이 새로운 진보인지 솔직히 방향을 잡지 못했다. 최근 진보정당 운동에 뛰어들어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박김영희 동지로부터 신당 참여를 부탁받았지만, 당장은 대중운동에 집중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생각하며 4월 총선에 얼마나 무게를 둬야하는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유일한 진보정당 이라고 주장해왔던,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린 민노당의 사고틀에서 얼마나 벗어났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전략명부를 보면서 진보신당도 그 틀을 닮아가지 않는냐 하는 우려도 앞선다. 갑갑한 마음에 진보신당 비례대표 전략에 대해 제3자의 입장에서 몇가지 의견을 드린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오류를 지켜보며

    새로운 진보를 내걸고 처음 맞이하는 4월 총선이 중요하게 다가올 수 있겠지만, 3월 16일 창당 후 대중들로부터 평가받기 어려운 짧은 기간임을 감안하면 진보신당의 진정한 출발 지점은 총선 후에 비로소 확인될 것이며, 또한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다만, 총선 전에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소개하기로 결정했다면, 진보신당이란 명함밖에는 없으므로 지역이든 비례이든 후보자들의 얼굴은 중요할 것이다. 그 얼굴들 속에는 다른 것은 몰라도 계급대표와 대중투쟁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지가 대중들에게 확인되어야만 실패한 민주노동당의 원내 경험과 오류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경험적인 지혜를 8명의 비례대표를 진출시켰던 2004년 민주노동당 총선 경험에서 찾게 된다. 장애인위원회 준비위원장을 맡아 비례대표 추천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쓰라림을 기억한다.

    그때 동료 장애인운동가 박경석 동지를 추천했지만 고사하였고 소수자 부문에 대한 아무런 당내 뒷받침이 없는 가운데 장애인 비례대표는 무산되었었다. 그때 10살 장애아동인 내 딸의 미래 조차도 대변하지 못한다고 한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사태를 막아보고자 장애인 부문 등 소수자 부문을 고려한 이른바 요즘의 전략명부에 해당하는 ‘여성, 계급 동시할당제’를 주장했었는데,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 후 장애인 등 소수자 할당 확대를 요구하며 위원장직을 사퇴하기도 했고 동료 장애인위원회 동지들과 함께 ‘장애인 비례대표 할당’을 도입하기 위해 싸워야 했다.

    과거 민노당 안에서 소수자 할당을 위해 당내 정파권력과 싸워야 했지만, 이제는 탈당한 민노당 전략명부 1번 장애여성 비례대표를 보면서 소수자 과잉 대표를 걱정한다. 2004년과 반대로 민주노동당 장애인 비례는 소수자 대표 의지만 넘치는 가운데 인물이 없어 이미 실패한 셈이다.

    장애인 위원회 동지들이 탈당한 이후 민노당 장애인 비례대표는 인물난에 쫓겨 진보 정체성마저도 포기하고 소수자 과잉 대표로 귀결되었다. 구 여권을 지지하던 대중단체 인물이 의회에 들어가서 진보정치를 보여줄리 만무하고, 그가 속한 여성장애인 대중단체에 민노당 지지를 설득할 수도 없을 것이다. 민노당 전략명부 후보자 전체가 의회에 들어가도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지 냉소를 금할 수 없다.

    진보신당 비례대표는 2년으로, 폭넓은 참여와 연대를

    진보신당은 같은 오류들을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장애인 부문을 비롯한 소수자 대표와 이에 대한 기대가 과잉되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다. 민노당 내 정파권력과 기득권 집단 때문에 소수자 대표가 절실했었지만, 진보신당은 정파권력을 타파한 마당에서 좀더 진보할 수 있지 않는가.

    진보정당 비례대표는 첫째는 계급 대표성을 통해 밖으로 자신을 알리고, 둘째는 대중투쟁을 통해 대중조직을 안으로 조직하는 과제를 핵심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의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나중 문제다.

    민노당 의원 10석의 실험으로 이미 드러났듯이 대중적 지지 공간 속에서만 의원들의 성과가 빛날 수 있었다. 창당 중인 진보신당이 원내 교섭단체 수준으로 의회를 주도할 역량을 갖추기 어렵고 원내 중심의 진보정치 전략을 세운 것이 아니라면, 원외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진보정치 세력을 규합하는게 옳지 않을까.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계급대표를 다양하게 조직하고 대중투쟁과 결합하기 위한 방법으로 비례대표 임기 2년제를 제안한다. 독일 녹색당이 하던 방식이다. 소수자 대표에 지나치게 목 매지 말고 임기 2년씩 핵심적인 계급대표를 세우자는 얘기다.

    필자도 부모활동가로서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차별받는 지적 장애인, 발달장애인을 대변하는 부모운동을 하지만, 새로운 진보정당이 우리의 몫까지 대변해달라고 하기엔 기다림과 인내심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민노당과 함께 ‘장애인교육법’ 투쟁을 하며 전국 1만여 장애인 부모운동을 조직해왔는데, 이제 새로운 진보정치와 손잡게 하기 위해 동료 부모들에게 무슨 말부터 꺼내야할지 고민스러울 뿐이다.

    둘째, 원내 1~2석 비례대표를 전략적으로 설정한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비정규 노동자 비례후보는 소중하고, 장애인 등 소수자 비례를 세운다면 복지분야 전반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하겠다.

    그리고 2년 임기로 해서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성과를 거뒀던 민생, 경제분야에서도 확실한 대타를 준비해두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2석으로 4명의 비례후보가 실천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원내 진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심상정 대표가 제안한 ‘쉐도우 캐비넷’ 을 최소한이라도 준비해보자는 얘기다.

    셋째, 진보신당 연대회의가 이름처럼 새로운 진보정당을 재창당하기 위한 정당이라면, 진보정당간 연대 비례후보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 전략명부의 경우 장애인 운동에 전적으로 결합해온 사회당과 함께 장애인 명부 1인을 추천받아 임기 2년 연대 후보 2명을 내자고 제안한다.

    이미 낡아버린 민노당이 아직도 주장하는 유일 진보, 단일 진보정당 이라는 틀에서 하루속히 벗어나는 길이다. 아무튼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진보정당이 우리네 민중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잡기를…장애아동인 내 딸의 미래를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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