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자들에게 교육을 맡겨야 하나?
        2008년 03월 12일 11: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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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무릎팍도사’에 추성훈 선수가 출연해 화제가 됐었다. 사회자인 강호동이 추성훈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해달라고 했다. 그때 추성훈의 질문이 걸작이었다.

    첫 번째 질문이, “영어몰입 교육을 한다는데, 그게 잘 되면 좋은데, 잘 될 수 있을까요?” 이런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이, 문제유출 사건이 있었다는데 어떻게 됐느냐는 것이었다. 작년 말에 있었던 김포외고 문제유출 사건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정말 이상하다. 너무나 이상한데 우리 국민들은 거기에 잘도 적응하면서 살고 있다. 밖에서 보면 정말 황당할 거다.

    서울시교육청이 문제유출로 ‘딱 걸렸다’. 완전한 유출은 아니고 그와 유사한 짓을 했다. 지난 중1 진단평가를 출제한 곳은 서울시교육청이다. 그 문제로 전국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치렀다.

    왜, 자기 아이들에게만?

    그리고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 학생들에게만 진단평가 예상문제집을 뿌렸다. 문제집 제목은 ‘내 실력 스스로 점검해요’. 이 문제집의 일부가 이번 진단평가와 겹쳤다. 서울시교육청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며 의혹을 부정하고 있다.

       
    <한겨레>, 3. 11
     

    <예상문제 1번>
    단군왕검이 청동기 문화를 바탕으로 건국한 우리나라의 최초 국가는 (고조선)입니다.

    <일제고사 1번>
    다음 글의 밑줄 친 ‘나라’에 해당하는 것은?
    “…단군왕검은 아사달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세웠다”
    ① 가야 ② 백제 ③ 신라 ④ 고구려 ⑤ 고조선

    <예상문제 7번>
    다음은 국민이 지켜야 할 의무들입니다. <보기>에서 찾아 기호를 쓰시오.
    국가 경비를 조달하기 위하여 자신의 소득에 따라 세금을 낼 의무 (납세의 의무)

    <일제고사 16번>
    다음 글에서 설명하는 국민의 의무는?
    “부모님은 월급을 받으면 세금을 낸다. … 나라에 필요한 돈은 국민이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① 교육의 의무 ② 국방의 의무 ③ 근로의 의무 ④ 납세의 의무 ⑤ 환경 보전의 의무

    – 이상, <오마이뉴스>, 3. 11

    우연의 일치이건 아니건 문제를 출제한 측에서 자기 관할 학생들에게만 예상 문제집을 배포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이번 일제고사의 공식명칭은 ‘진단평가’다. 아이들의 수준을 ‘진단’해 거기에 맞는 학습을 시켜주고, 뒤처지는 아이에겐 더욱 좋은 교육을 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 그 명분이었다. 아이들을 점수서열화시키려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왜 예상문제집이 필요할까? 예상문제집을 통해 나온 성적으론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다. 이거야말로 교육판 분식회계 아닌가. 진단평가의 명분을 스스로 때리고 있다. 통렬한 가격이다.

    진단평가 명분 스스로 버려

    이것은 놀라운 사건이 아니다. 일제고사의 필연적인 결과다. 교육당국자들이 아무리 일제고사의 교육적 목표를 암송해도, 현실은 점수 경쟁이고 점수 서열화다. 사교육을 통해 점수를 잘 받은 쪽은 귀족트랙이 되고 못 받은 쪽은 버려진다.

    만약 뒤처진 쪽에 교육역량이 투입될 예정이라면 각 교육청들은 평가 점수 낮추기 경쟁을 벌일 것이다. 있는 그대로 진단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사전 준비 없이 평가하고 사후 교육에 집중할 것이다.

    그런데 한 교육청에서 예상문제집을 배포했고, 다른 지역에선 그에 반발하고 있다. 타 지역의 진단이 잘못된 것에 반발할 이유가 없다. 결국 애초부터 진단이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점수 서열화가 목적이었던 것이다.

    일제고사 서열화의 압력은 모든 교육기관으로 하여금 점수 경쟁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정정당당하게’ 점수교육으로 아이들을 잡는 한편, 이번처럼 편법까지 써가며 아이들에게 부정을 부추기게 된다. 과정의 정당성? 교육적 가치? 한가한 얘기다.

    “운동부와 특수학급 학생들은 시험을 봤다 하더라도 재적수에서 빼주시고, 답안지도 걷은 후 알아서 폐기 부탁드려요.(학교 평균을 높이기 위한…)”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교사에게 전달된 메시지다. ‘진단’은 ‘농담’이었다. 성적서열이 목적이었을 뿐이다. 일제고사를 통해 교육청들이 성적경쟁에 돌입하고 학교가 뒤를 따를 때, 아이들은 죽어난다. 부모는 사교육비를 들고 뛰어들어야 한다. 일제고사 대비 사교육 시장이 새로 생긴다.

    결국은 부잣집 아이들

    영국에서도 일제고사를 치르자 학력향상은커녕 양극화만 심화됐다. 각 학교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 저소득층이나 저학력 학생들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교육이 필요한 국민들이 배제당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일제고사는 양극화 확대로 귀결됐다. 시험 성적 경쟁에 교육이 좌지우지 되면, 각 학교는 점점 더 성적 우수자를 우대하게 되는데 성적 우수자란 결국 부잣집 아이들이다.

    교육보다 성적우수자에게 집착하는 교육기관. 바로 일류학생 선발에만 몰두하는 한국 대학의 모습이다. 10여 년 만에 재개되는 일제고사는 초중등 학교에도 이런 기풍을 ‘권장’하게 된다.

    이번에 치러진 초등학교 일제고사엔 영어 듣기평가까지 등장했다. 과연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진단’ 받은 것으로 만족할까? 설마! 한국에서 건강진단과 성적진단은 매우 다르다. 교육청과 일선 학교가 진단 성적을 올리려 편법을 마다 않는 판인데 학생의 불안감이야 오죽할까. ‘친절한’ 문제유출 서비스를 못 받으면 기댈 곳은 사교육 시장 뿐이다.

    진단의 목표가 원래 사교육 뻥튀기였다면 달리 할 말은 없다. 정말 효율적인 정책이었다. 아, 혹시 예상문제집 배포는 사교육 고통을 헤아린 배려였을까? 그렇다면 감사합니다, 예상문제집. 병도 주고 약도 주고.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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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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