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파 구조와 운동권 문화 해소해야”
        2008년 03월 11일 08: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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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노당의 위기 원인(3) : ‘노동계만 대변하는 편협한 이미지’

    민노당은 태생부터 민주노총과 함께 했고, 노동조합과의 이미지 중복이 매우 높은 편이어서 민주노총 관련 사건들이 민노당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노조 비리 및 폭력 사건은 민주노동당 지지율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비리사건 등의 도덕성의 위기는 탈당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렇다 보니 민노당 지지자 중 44.2%, 잠재지지층 중 50.5%는 민노당이 노동계 내부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것을 주문하고 있다(진보정치연구소, 2006년 11월). 역으로 민주노총 또한 민노당의 내부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였다. 양자간의 ‘생산적 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또한 일부에서 제기된 소득연대전략이나 사회연대전략은 민노당과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청년, 서민의 대변자로서,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대안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 소득연대전략에 대한 국민의 공감도는 70%를 넘어섰다. 그렇지만, 이러한 전략들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것 또한 아쉬운 점이다.

    이 전략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되었더라면 민노당과 민주노총의 대국민 이미지가 개선되었을 것이다. 또한 이 전략들이 핵심적인 대선의제로 부각되었다면, 민노당과 민주노총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생산하고 이 대안을 선도적으로 구현하는 세력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민노당의 위기원인(4) : ‘민족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친북이미지’

    민족문제는 오랜 동안 한국 정치사에서 중요한 균열 축이었으나 현재 진보성을 더 이상 심화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평화화해정책은 남북간의 오랜 대치를 대화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 청년실업, 여성문제 등 사회문제에 대해 정책적 우선권을 부여하지 않았고, 사회문제에 관한 한 민노당 역시 그리 진보적이지 않았다(강명세, 2008).

       
     
     

    국민과 당지지층이 민노당에게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핵심 과제는 민족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이다. 국민들은 국회에서 민노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분야(1+2순위)로 서민경제활성화(68.6%), 복지확대와 양극화 해소(48.1%)를 지적하였다. 반면 남북관계 개선(6.7%)이나 전시작전권회수(4.8%)에 지적은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노당은 민족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친북이미지를 벗으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하였다. 앞에서 보았듯이 일심회 사건은 당 지지율 하락 및 탈당의 가속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더군다나 일심회 사건에 대한 당 일각의 주장(조작설)은 당지지층에게조차 제대로 공감을 얻지 못하였다(공감 25.0%, 비공감 54.2%, 잘 모르겠다 20.8%). 또한 대선 시기 당 내부에서 논란이 되었던 ‘코리아연방공화국 건설’은 권영길 후보의 공약 중 가장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공약이었다. 오히려 가장 공감하는 공약은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무상교육 무상의료였다.

       
     
     

    민노당의 위기 원인(5) : ‘경직된 운동권적 정파구조와 조직문화’

    위에서 제기한 네 가지 문제, 즉 현실적인 대안부족, 정치지도자 육성 부족, 정규직당, 민족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은 민주노동당에 내재한 ‘경직된 운동권적 정파구조 및 조직문화’와 긴밀한 상관성을 가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내부에는 민족문제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일부 ‘자주파’와 비정규직/청년실업 문제 등에 대한 실현가능한 대안제시를 하지 못한 채 경직되게 접근하는 일부 ‘평등파’의 목소리가 매우 큰 편이었다.

    일부 ‘자주파’의 민족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북한에 대해 지나치게 호의적인 태도는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핵심 이슈인 ‘사회문제’에 대한 정책적 우선권의 배려에 저해 요인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친북당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부 ‘평등파’의 비정규직/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경직된 접근방식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대안제시와 유연한 문제 해결을 통해 대안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 저해 요인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규직당’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운동권적 관성에서 기인하는 중앙의존적인 활동방식과 집회 중심의 사업방식은 지역사회 내에서의 창의적인 실험 및 다양한 사회단체와의 연대활동을 새롭게 풀어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운동권적 정파구조와 조직문화는 대중적인 정치지도자 육성에도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후보 및 당직자들은 주로 정파 수장이나 정파의 인맥 틀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적 훈련 및 검증 과정과 ‘외부정치’를 통해 정치적 지도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후보 및 지도자로 나서야 하지만, 현재와 같은 왜곡된 정파구도 속에서 정파간 대립 중심의 ‘내부정치’만 과잉될 뿐 ‘외부정치’를 통해 지도력을 인정받는 대중적인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구조가 제대로 안착되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태어나는 진보신당의 혁신 과제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진보신당이 풀어야 할 핵심적인 혁신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대안없는 비판세력의 이미지를 넘어서서 구체적인 실현가능한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대안세력’으로 서는 것이 혁신의 핵심 과제이다. 이는 결국 ‘사람’과 ‘조직’의 문제이다.

    이러한 정책역량과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선발 육성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 성과관리시스템, 교육훈련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인재선발 과정에서 ‘해당지역의 당원’만 고집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사회연대전략을 통해 ‘정규직’을 넘어서서 진정으로 노동자/서민/사회적 약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당 내부 및 당과 노조 간의 관계 속에서 과거 사회연대전략이 실패한 원인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비정규직/청년실업/영세자영업자 문제에 대한 다양한 지역 활동방식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감동’을 줄 수 있는 대중적인 정치지도자를 육성하고 더 세련된 언론활용 및 홍보방식을 갖추어야 한다. 정치지도자를 육성하는 교육훈련시스템과 대중적인 정치지도력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넷째, ‘민족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탈피하여 당의 핵심 이슈와 사업을 ‘사회문제’로 이동시켜야 하고 친북당의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다섯째, 앞에서 제기한 네 가지 과제를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직된 운동권적 정파구조와 조직문화를 조속히 해소하고 대중정당에 맞는 새로운 정파구조와 조직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총선 이후 새로운 창당 과정에서 기존의 정파조직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비판이 있어야 하고 특정 정파가 낡은 정파라고 판단된다면, 즉각 해소하면서 새로운 창당에 임해야 한다. 정파조직의 ‘기능전환’ 등으로 정파조직의 해소를 회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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