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설계, '서민지옥도' 나왔다
    2008년 03월 11일 11: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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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유일한 미덕 – 예측가능성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경제평론가가 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내 경우만 보더라도 대통령 선거 시기 이명박 후보의 공약을 분석한 글("이민 가세요. 아니면 시골로…" <레디앙> 2007년. 11월. 2일)이나 인수위 시절에 썼던 경제전망은 대동소이하다.

기획재정부의 ‘세부 실천계획’을 보며 지금 쓰는 글 또한 새로울 것이 없다. 이들은 일관되게 ‘시장만능=재벌천국=서민지옥’의 계획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재벌-모피아(현재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조중동의 오랜 기획이 원형 그대로 실천되고 있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때 끼어 들어갔던 부분적인 복지정책이나 양극화 해소정책과 같은 ’티끌‘은 깨끗하게 제거되었다.

거침없는 재벌화, 시장화

정책의 예측가능성은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유일한 미덕인 셈이다. “모든 규제를 제거하고 투자를 북돋자. 공기업은 민영화하라”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금과옥조가 노골적으로 실천된다.

기획재정부는 10일, 대한민국이 ‘당신들의 천국’임을 천명했다. 재벌들의 투자를 부추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다 동원하였다. 법인세를 당장 3%포인트 인하하고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를 1년간 연장하며 R&D 시설투자의 세액 공제율을 확대한다.

또한 재벌들은 금산분리의 완화로 바야흐로 금융회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도 재벌들의 손을 빌려야 한다. 영리법인을 허용하며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한다.

이 정도론 성에 차지 않아서 ‘지속성장’의 명목으로 재벌들의 오랜 숙원을 다 들어주었다.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했으며 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한다. 물론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해야 한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도 약속했다.

농지 소유규제도 풀었고, 개발대상지 주변 보전산지에 대한 이용제한도 완화한다. 농업인도 땅을 출자하는 형태로 골프장, 승마장 건설에 적극 나서도록 한다. 이 땅의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기 위해서는 공기업도 동원된다. 이제 도로공사와 토지공사 등은 자산유동화 증권을 발행해서 민간의 돈을 끌어들여 땅과 도로에 대한 투자를 선도한다.

당신들의 천국이 가져올 멋진 신세계

이제 대한민국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설비투자가 갑자기 증가할 이유는 별로 없다. 법인세 인하나 임시세액공제제도 등으로 대기업은 더 많은 현금을 손에 쥐게 되었지만 그 동안 투자가 부진한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2005년 현재 1000대 기업의 사내유보는 무려 364조원이다. 여기에 8~9조원을 더 쥐어 준다고 해서 설비투자가 급증할 리 있겠는가? 위험이 상존하는 설비투자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투자’가 있다면 재벌들이 이를 외면할 리 없다. 바로 부동산 투자이다. 기획재정부는 ‘6% 내외’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부동산/건설 경기에 석유를 들이붓는 ‘묘방’을 선택했다.

수도권 규제와 농지소유 규제가 풀렸으니(‘수도권 규제 합리화’, ‘토지이용 규제완화’, ‘광역경제권 구축’) 수도권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땅값이 오르면 물론 재벌 등 부자들의 손아귀 안으로 땅은 집중된다. 돈 걱정할 필요도 없다. 세금 인하로 챙긴 돈은 말 그대로 푼돈일 뿐이다.

‘금융의 글로벌 스탠더드화’라는 목표 아래 ‘자본시장 통합법의 차질없는 시행‘, ’금융회사 진입 요건과 절차 개선‘, ‘헤지펀드 도입’, ‘금융감독의 개선’, ‘금융허브 구축’ 등 정책이 나열되고 있으니 한마디로 “산업자본이여, 어서 금융 분야에 진출해 달라”는 얘기다.

세금깎아 준 돈으로 부동산 투기 활짝

이제 재벌이 금융기관을 마음대로 소유, 통제할 수 있게 될 테니, 부동산의 매매에 필요한 돈 걱정은 전혀 없다. 도로공사와 토지공사는 이들의 땅에 기반시설을 해 줄 것이고(‘공기업 투자 확대‘, ’민자사업 규모 확대‘) 그 비용은 나중에 요금으로 받아내거나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세금을 투입하면 그만이다.

   
▲ 작년 12월, 당선 직후 재벌 총수들과 간담회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 (사진=뉴시스)
 

금융과 부동산만 서비스업이 아니다. 여기 마지막 황금 시장인 의료와 교육이 있다. 외국 환자나 학생들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공공서비스 시장에도 대기업의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 요는 영리를 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제 대형 병원과 민간 보험회사는 돈 많고 건강한 사람들을 위한 고급 보험상품을 내놓는다(이른바 크림 스키밍). 이들 병원과 부자들이 건강보험을 거부하는 순간 우리의 건강보험은 무너지고 만다. 이제 감기를 앓아도 당장 손가락이 잘려도 병원을 가는 것이 무섭다.

의료, 교육, 주거 등 가치재 산업은 공공 부문과 사적 부문이 경쟁하고 있다(공교육 대 사교육, 공공의료 대 민간의료, 공공주택 대 민간주택). 이들 부문에 시장원리를 도입해서 사적 부문에 돈이 몰려 들게 되면 공공분야는 자연스레 도태된다. 이것은 영국이나 미국, 유럽, 일본 어디에서나 발생한 일이다.

신세계는 영원할까?

재벌들의 소원을 들어주면 경제가 성장하고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떡고물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기획재정부의 오랜 믿음이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장로답게 이 나라를 그 오랜 신앙에 봉헌했다. 양극화가 심해지더라도 경제성장은 이뤄질까?

천만의 말씀이다. 물론 앞으로 1~2년간 경제성장률이 증가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유가 및 곡가의 급증, 미국경제의 장기침체 등 외부 여건이 아무리 좋지 않아도 이번 기획재정부의 ‘실천계획’이 한꺼번에 실행된다면 경제는 마약을 맞은 것처럼 조증에 빠질 것이다.

땅값, 집값 등 자산가격의 상승은 단기적으로 소비를 부추길 것이고 건설을 중심으로 한 투자도 급증한다. 그러나 단기 성장의 대가는 참혹할 것이다. 에너지와 곡물가격의 상승은 외부적인 요인이라고 하더라도 각종 버블에 더해서 공공요금, 대학 등록금은 물론 학원비 등이 따라오르고 서민들의 삶은 직접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전 국민에게 물리는 세금이다. 부자들에 대한 감세는 결국 모든 국민의 증세로 메꿀 수 밖에 없다.

이런 성장은 얼나마 지속 가능할까? 절대로 2년을 넘기지 못한다. 미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진 상태에서 중국경제마저 최소한 조정국면을 맞는다면 ‘나 홀로 거품’은 결국 붕괴하고 만다. 이제 한국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고 말 것이다.

외부여건과 국내 정책 방향을 고려해 볼 때 위기의 심도는 97년 외환위기를 능가할 전망이다. 시장만능의 광신이 불러올 비극이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 총선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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