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공무원 잡네"
        2008년 03월 08일 04: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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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4시 30분~5시 기상, 6시 30분 청와대 도착, 7시부터 회의 준비, 퇴근 오후 11~12시, 토일 무휴. 이명박 정부 청와대 직원들의 반복된 일상이다. 의욕 넘치는 ‘아침형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직원들의 고된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최근 “휴일에는 좀 쉬는 게 좋겠다”고 간언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은 말없이 웃어넘겼다.” – 「청와대 ‘노 홀리데이’ 강행군 언제까지」, <매일신문>, 3월 7일

    “이명박 정부의 신임 장관들이 경쟁적으로 휴일 출근을 강행하고 있다. 인수위에서부터 ‘노 홀리데이’로 내달렸고, 이를 5년 내 이어갈 태세인 이 대통령 코드에 뒤질세라 너도나도 동참하는 모양새다. … 상사들이 나오는데 부하직원들이 맘편히 쉴 수는 없는 노릇. 결국 위원장 취임식과 업무보고를 챙기기 위해서 전원 출근해야 할 판이다.” – 「장관들 ‘코드 경쟁’에 휴일 뺏긴 관가」, <이데일리>, 3월 7일

       
    ▲ 작년 6월 경부운하 기행 중 낙동강변에서 삽질하는 이명박 대통령 (사진=뉴시스)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오전 8시로 1시간 30분 앞당긴 이래 공무원들의 ‘열심히 일하기’가 대유행인 모양이다.

    장관과 고급 공무원들은 너나없이 70년대 섬유노동자들처럼 조출과 특근을 마다않고 있다고 한다.

    ‘별’이 살짝 얼굴 찌푸리면 사병은 머리 박는 대한민국의 전통에 따라, 소방관들은 비번일에도 경계 근무를 하기로 했단다.

    24시간은 정상 근무하고, 맞교대 비번일에는 경계 근무를 한다니, 이제 불날 일 절대 없을 것 같아 마음 든든하다!

    첫째, 이런 처사들은 오전 9시에 출근토록 정한 공무원복무규정과 40시간 노동을 정한 근로기준법의 위반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보좌역들은 “하급 공무원들에게 조출하라 명령하지는 않았다”고 변명할 것이다.

    하지만, 하급 공무원들의 조출을 적극 방지하기는커녕 실질적으로 종용했고, 조출한 만큼 조퇴토록 조치하지 않았으므로 이런 처사들은 위압에 의한 불법이다.

    초과근로수당 안 주면 악랄한 부당노동행위

    둘째, 초과근로수당 지급 계획을 잡지 않았다면 진짜 악랄한 부당노동행위이고, 만약 수당 지급을 계획하고 있다면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던 공약을 저버린 것이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 공무원들의 초과근로는 두 시간까지는 무급이다. 그런 구닥다리 규정을 악용하여 공무원들을 쥐어짜겠다는 심산이라면 “역시 이명박”이라고 칭찬해줄밖에….

    하지만 이 개명천지에 언제까지나 돈 안 주고 일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근로기준법 수준으로 한 시간 정도씩만 잔업수당을 지급해도 15만 명 분량의 공무원 급여가 더 나가게 된다. 요즘 이명박 정부가 밝히고 있는 공무원 감원 규모가 대략 3,500명 선이니, 결국 14만 명 넘게 공무원 늘리겠다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셋째, 돈만 더 나가는 게 아니다. 사람이 죽는다. 2006년 행정자치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5년 사이 5년 동안 전체 공무원의 0.05%인 462명이 과로사했다. 과로사의 원인이야 알려진 바대로 장시간 노동이 첫째고, 2006년 국정감사에서 공무원 과로사를 줄일 방안을 물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질문에 행자부는 ‘업무 경감’이라는 정답을 내놓았었다.

    지금으로서는 이명박 시대에 공무원들의 노동시간이 얼마나 늘어날지, 그리고 그에 의해 공무원 과로사가 또 얼마나 늘어날지 자세히 가늠키 어렵다. 하지만 벌써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과로사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함량미달의 국정철학

    “이명박 대통령이 ‘일하는 정부’를 선언하고 청와대에 입성한 지 6일로 열흘째. 청와대 직원들이 부지런한 대통령과의 ‘보폭맞추기’에 진땀을 빼고 있다. 우선 근무시간이 하루 12시간을 훌쩍 넘는 것은 물론 자정을 넘어 퇴근하고,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하는 경우도 잦아 수면 부족이나 체력 한계를 느낀다는 직원들이 생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 「靑 직원들 “MB 따라잡기 힘드네”」, <연합뉴스>, 3월 6일

    “업무의 양, 시간, 강도, 책임 및 작업환경의 변화 등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만성적으로 육체적, 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 –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과로사 인정기준, 동법시행규칙 [별표 1]의 제1호>

    상대적으로 고위직인 청와대 직원들이 수면 부족과 체력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면, 공무원 과로사의 87%를 차지하는 하급 공무원들의 형편이 어떨지는 너무도 뻔하다.

    공무원들의 대국민 서비스가 좋아지는 걸 마다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새벽 일찍 출근해 삽질 많이 하는 것은, 완공일 맞춰야 하는 ‘노가다 십장’의 작업지침이지, 관료조직의 효율화를 기해야 하는 ‘선진일류국가’ 대통령의 국정철학으로는 함량미달이다. 이명박 대통령, 공무원 죽이기 그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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