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청춘 빚지고 갚는데 다 빼앗겼다"
    By mywank
        2008년 03월 05일 07: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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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일 국회에서 열린 ‘고액등록금 피해사례 증언대회’에서 고려대 안영호씨가 발표하고 있다.(사진 = 손기영 기자)  
     

    ‘등록금 1000만원 시대’

    요즘 대학등록금 문제의 현실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말이다. 비싼 등록금은 서민 가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또 대학생들의 무리한 학자금 대출은 청년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각종 사회적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다.

    등록금 마련하지 못한 대학생들은 학업 대신 ‘알바시장’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교육권이 차별화되는 불평등 구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러다간 부잣집 자식이 아니면 대학을 다니기조차 어려워질 지경이다.

    등록금 문제로 인해, 대학생과 학부들의 상심이 가득해지고 있지만, 올해도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들의 등록금 인상률은 가파르다. 연세대에 경우 작년보다 8.9% 올랐다. 의대와 치과대의 한학기 등록금은 610만4000원, 공대 470만2000원, 인문사회계열 356만8000원이다.

    고려대의 경우도 5.9% 인상되었다. 또 이화여대(7.7%), 서강대(6.65%), 한양대(6.03)%, 성균관대(6.5%), 중앙대(6.8%), 동국대(9.0%) 역시 등록금이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게 올렸다.

    5일 오후 1시 국회 소회의실에서는 민주노동당 주최로 ‘고액등록금 피해사례 증언대회가 열렸다. 매년 오르는 비싼 등록금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대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해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행사장을 찾은 학생들은  옆에 친구들과 수다떨고 장난치기에 바빴다. 또 이들의 모습은 ’20대’ 답게 해맑았다. 하지만 행사가 시작되고 등록금 문제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영상에 나오자, 이내 얼굴에는 안타까움과 걱정이 가득했다.  

       
      ▲ 행사에 참석한 대학생들의 표정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사진 = 손기영 기자)
     

    첫번째 사례발표를 한 진승로 씨(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04학번)는 이제 등록금문제가 단지 사립대 학생들의 고민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학자금 대출로 빌린 돈을 제때 값지 못해 현재 현재 휴학 중이다. 

    "저는 국립대를 다니고 있습니다. 국립대라고 하면 등록금 걱정이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반드시 그런 건 아니죠. 저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 학교에 다녔는데, 한 달에 이자만 6만원이 넘었죠. 이마저 제대로 내지 못하면 다음 학기 부터는 학자금 대출이 힘들게 됐습니다."

    진 씨는 ‘성적 중심’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현재의 제도 아래에서는 장학금이 가난한 학생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학교 장학금의 경우 가정형편보다는 주로 성적 중심으로 지급되는 게 현실이죠. 돈 없는 학생들은 학비를 스스로 벌기거나 대출금을 값기 위해, 보통 ‘알바’ 2~3개 정도를 해야 하죠.  이러면 몸도 피곤하고 학과생활에 집중하지 못해 좋은 성적을 받는게 힘들죠. 청춘을 돈 벌고 갚는데 빼앗긴 것 같습니다."

    광운대에 다니는  안중현(산업심리학 04학번) 씨는 차라리 지금 학교 다니는 것보다 군대에 있을 때가 더 행복했다고 한다. 제대 후 엄청나게 오른 등록금 때문에 집안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가 입학할 당시에는 등록금이 200만 원대 였죠. 그 때도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그나마 다닐만 했죠. 하지만 군대를 갔다 오니까 300만 원대로 올랐어요. 제가 복학하면서 집안이 빠듯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항상 불편합니다." 

    "입학 전만해도 부모님께서 걱정말고 공부만하라고 하셨는데, 이제는 힘든 이야기 한 두 마디씩 꺼내놓으시면서 저보고 이해해달라고 하시죠. 돈 때문에 부모님이 다투시는 모습도 가끔 봅니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미안합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친구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참석자.(사진 = 손기영 기자)
     

    이번 행사에는 ‘고려대 출교사태’를 겪고 있는 안영호(국어교육 02학번)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연신 부모님께 미안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저도 학자금을 대출받으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죠. 그런데 학교로 부터 일방적인 출교 조치를 받고, 그 기간동안 알바 등 학비를 벌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되었죠. 다시말해 빌린 돈을 값을 길이 없어지게 된거죠. 출교 조치를 당해 부모님께 상처를 줬는데, 등록금 문제로 부모님께 또 다시 상처 주고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

    다른 단과대학에 비해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는 의과대학 학생인 이혜민(우석대 한의대 06 ) 씨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또 등록금 문제에 대해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는 총학생회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의대 등록금은 다른 단과대학에 비해 더욱 비싸죠. 의대에 들어간 기쁨은 잠시뿐, 비싼 등록금 때문에 걱정부터 들었습니다. 저는 등록금 문제를 바라보는 총학생회의 모습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저희 학교 총학생회는 ‘어용 총학’이죠. 학생들의 등록금 요구는 무시하고 있죠.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측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습니다."

    등록금 문제에 대한 고민은 단지 대학생들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들의 부모들은 더욱 큰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었다. 남들처럼 못해주는 미안한 마음은 발표내내 부모들의 눈앞을 가렸다.

    염창동에 사는 강봉구 씨는 작년 체대에 입학한 첫째 아들과 내년 대학진학을 앞둔 고 3 둘째 아들을 두고 있다. 그는 첫째 아들의 이번 학기 등록금 고지서를 직접 보여주며,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발표 내내 강 씨의 표정은 현실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다. 

    "저는 15톤 덤프 한대를 몰면서 살고 있죠. 요즘 기름값도 엄청 올랐고 사는 게 정말 힘듭니다. 첫재 아들이 작년에 용인대 체육학과 들어갔죠. 등록금 뿐만 아니라 도복비, 차비, 식대 등도 많이 듭니다.  자식 등록금 때문에 주변사람에게 4000만 원 빌렸죠."

    "이제 고3짜리 둘째 아들이 대학에 들어간다고 할텐데, 너무 답답합니다. 이제 집이라도 팔아야 겠습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있는 사람만 교육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없는 사람들도 대학에 마음편히 다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신용불량자가 되도 좋겠지만, 제 자식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건 정말 못 참습니다." 

       
     ▲ 작년 체대에 입학한 첫째 아들과 내년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둘째 아들을 둔 강봉구 씨가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사진 = 손기영)
     

    이어 영등포에 사는 박행란 씨가 단상에 올랐다. 박씨는 대학생인 두 딸을 두고 있다. 

    "저는 ‘IMF’를 싫어합니다. IMF 때문에 서민들이 얼마나 어려워졌습니까. 그리고 교육도 마음대로 시키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희 집도 마찬가지 입니다. 등록금 때문에 손벌리는 게 미안했는지, 큰 애는 용돈을 아낀다고 점심도 안먹고, 작은 애는 친구들이 자주 보는 영화도 안 보고 그럽니다. 부모로써 정말 마음 아프죠."

    이날 행사는 학생과 부모들의 사례 발표와 함께, 올해 주요대학의 등록금 인상률, 학자금 대출의 문제점,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 투쟁계획 등을 알리는 설명회도 있었다.

    행사를 준비한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올해도 등록금 문제 때문에 여러분들이 거리에 나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 평균임금의 12분의 1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등록금 상한제’와 학생들이 원하면 후불로 지금하는 ‘등록금 후불제’를  발의했다"고 말했다. 

    또 최 의원은 ".각 당에서는 등록금 문제가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이를 현실화 하자는데는 소극적"이라며, "국회에서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도록 최선의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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