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지만, 여러 색깔 빛난 두 시간
    2008년 03월 03일 03:05 오후

Print Friendly

3월 2일 진보신당의 출범은 ‘새롭지’ 않았다. 회의는 30분 늦게 시작됐다. 지각 회의라는 고질병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3월 16일 창당 대회는 정시에 시작될 수 있을까. 거대 담론과 세상을 바꾸는 큰 이야기들은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지적은 이날 회의에서도 나온 얘기였다.

1시 30분 임시의장으로 선출된 이덕우 집행위원장의 진행으로 원탁회의가 시작됐다. 이날 오전에 눈이 내렸다. 회의가 시작되면서 내리는 눈(雪)을 바라보는 세 명의 눈(眼)이 비교가 됐다.

원탁회의와 창준위 결성대회 진행을 맡은 이덕우 의장은 “진보신당의 앞날을 축하해 주는 것 같다. 우리들의 전도가 앙양할 것임을 말해주는 서설처럼 보였다”는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심상정 의원의 눈(眼)은 좀 달랐다. 심상정 의원의 말. “눈이 진눈깨비로 변했다. 진보정치의 새로운 희망의 봄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받았다.”

노회찬 의원도 눈 얘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수도권에 눈이 많이 내렸다. 어느 눈송이도 똑같지 않다. 크기와 모양이 다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눈이 내렸다고 한다. 여기 모인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같지 않을 것이다. 눈이 녹아 실개천이 되듯이, 우리들의 다양한 문제의식도 녹아서 하나의 도도한 강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이날의 ‘원탁회의’는 원형이 아니라 장방형 회의장에서 진행됐다.(사진=김은성 기자)
 

눈(雪)을 바라보는 세 명의 눈(眼)

이덕우 의장이 희망과 덕담을 이야기했다면, 심상정 의원은 현실을 얘기했고, 노회찬 의원은 어려운 현실을 뚫고 희망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자세 또는 태도를 이야기한 셈이다. 세 사람의 발언이 다 각각 한 개의 눈송이가 됐다.

원탁회의는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너무 진지해서 참석자들은 ‘무겁다’는 말을 자주 언급했다. 새 출발의 즐거움보다는 자성, 반성, 성찰 등의 단어들이 많이 얘기된 자리였다.

1시 30분에 시작돼 3시 30분까지 진행된 원탁회의의 2시간은 부족했다. 그러나 2시간 동안 나온 발언들은 제2창당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 갈 것으로 예상되는 당내 논쟁의 한 자락을 살짝 보여주었다.

총선 이후, 창당 과정과 관련된 노동 쪽의 입장은 진보신당 창당 과정의 준비 부족성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을 분명한 어조로 표현했다. 신당이 총선 대책기구임을 분명히 하고, 총선 후 정당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입장은 그 동안 신당 창당 과정의 여러 가지 측면에 대해 비판적 평가를 가지고 있는 민주노조 운동의 핵심 인물들이 토론한 결과를 정리한 것으로, 총선 이후 제2창당 단계에서 논의될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적녹동맹을 둘러싼 적녹 논쟁도 제기됐다. 민주노동당 실패의 원인을 노동정치와 민생정치의 부재로 보면서 ‘녹색을 강조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한 발언이 나오자, “생태를 중요시하는 것을 우편향으로 보는 시각”과 “생태 문제를 환경운동으로 치환시키고, 환경운동을 배부른 사람이 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에 대한 비판의 발언도 나왔다.

이 주제 역시 적녹동맹의 바람직한 내용과 방향 그리고 형태를 만들어나가는 데 피할 수 없는 쟁점이 될 것이다. 이날 그 맛보기를 보여준 셈이다.

적녹동맹에 대한 시각 차이

그런가 하면 이문옥 전 감사관(민주노동당 전 부대표)은 부정부패 문제의 계급적 성격을 강조한 것도 주목된다. 그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부정부패 문제를 도덕성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생활 향상을 가로 막는 구조적 문제로 보고 대처할 것”을 간절하게 호소했다. 이 문제도 상황에 따라서는 토론의 한 주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밖에 청소년 대표는 자신들을 어른들이 보호와 지도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연대의 대상으로 보라며 ‘일갈’했고, 대학생 대표는 구석 자리에 자신들의 책상을 배치해 놓은 것은 진보신당 쪽에서 청년학생들을 동원의 대상으로 보면서 제대로 된 대접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이라며 ‘호통’을 쳤다.

소설을 쓰는 송경아씨가 말했다. “모두가 자기 색을 뽐내는 느낌이다. 민주노동당은 짙은 선팅을 한 유리를 통해 꽃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꽃들의 색깔이 한 가지 톤이었다. 오늘 이 자리는 분위기가 좀 묵직하긴 하지만, 자기 색깔들을 분명히 하는 것 같아서 바람직하다.”

이날 자기 색깔을 뽐낸 꽃들은 ‘노동꽃’, ‘장애꽃’, ‘성소수자꽃’ ‘청소년, 학생꽃’, ‘빈민꽃’, ‘상인꽃’ 등이었다.

다음은 원탁회의 발언록 요약

                                                                         * * *

심상정 : 오늘 눈이 왔다. 진눈깨비로 변했다. 진보정치의 새로운 희망으로, 봄으로 가는 길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받았다. 진보정치는 시련과 고뇌 속에서 알차게 영글어갈 수 있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대변하면서, 서로 격려하고 헌신적이고 열정적으로 정말 당당하게 서민들의 희망을 만들어 나가자.

진보 위기에 대해 많은 사람 걱정하는 것은 사실이다. 동시에 지금의 우리 현실은, 이 시대는 진보정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87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서민들은 자신들을 대변해줄 정치세력을 갈망하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무자비한 파괴로 지구의 지속 가능성은 위협을 받고 있고, 특히 이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인간성이 파괴되며 공동체는 형해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아래의 대한민국 사회는 강력한 진보가 요구되고 있다. 현재의 위기는 주체의 위기다. 87년 체제가 끝났다고 얘기한다. 그것은 민주개혁세력만 부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 진보진영에도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낡은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라는 강력한 주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87년 이전의 인식, 경험과 실천방식을 성찰하고 과감하게 자기 혁신해서, 민중들로부터 검증받고 다시 서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어가야 한다.

봉합과 안주로는 미래 없다

최근 민주노동당의 분열에 대해 우려하는 많은 분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현재 진보의 위기가 주체의 위기인만큼 낡은 틀 안에서 안주하고 타협하고 봉합하는 그런 실천은 미래가 없다. 과거에 안주하는 것이다.

아프고 고통이 따르더라도 과감하게 낡은 틀을 벗어던지고, 확대되는 진보정치의 요구를 온몸으로 껴안는 진취적 실천이 필요하며, 오늘 우리가 출발하는 이 길이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자부한다.

이제 진보정치의 모든 측면, 주체와 가치 그리고 실천 방법 측면에서 과감한 혁신이 요구된다.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가치가 선언이나 주장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실천능력으로 검증받아야 되며, 이를 위해서는 주체의 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담는 정당을 총선 전에 만드는 것은 어렵다. 우리가 가는 진보정치 길은 적극 진취적이지만, 동시에 신중하고 서민의 삶을 살피고, 그들의 다양한 요구 담아가면서 건설돼야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당면한 절박한 정치적 요구도 외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초기 리허설은 국민을 크게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런 국민 불안을 우리가 받아 안아서 뱡향을 제시하고 희망의 중심이 되는 사업을 실천하는 것으로써 창당의 첫 걸음을 떼야 한다.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하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지역과 부문 참석자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동참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빛나게 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창당의 길로 쉼 없이 거침 없이 달려갈 것이다. 오늘 이곳이 서민의 희망을 만들고, 그것을 토대로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 원탁회의가 끝난 후 열린 진보신당 창당준비위 회의 모습.
 

이문옥 : 부정부패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서민의 삶과 직결돼 있음을 강조했다.(별도 관련 기사 참조)

홍세화 : 진보신당 예비 평당원 자격으로 말씀드리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진보정당이 우리 사회에 자리잡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흔히 위기로 표현하지만, 나는 위기보다는 진보의 미성숙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안팎의 어려운 조건에서 우리가 이 자리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은 일종의 ‘성숙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우리 사회에서 진보가 어디 서있어야 되는가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겠다. 지난 해 7월 취재를 위해 이랜드 그룹의 40~50대 아줌마, 어머니 노동자들을 만났다. 농성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나는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80만 원 월급으로 무엇을 하는가, 어느 정당에 투표했나, 이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살림에 보태쓰기 위한 것이거나, 중고등학생 자녀의 사교육비에 보태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첫 번째 질문에도 답변을 꺼려했는데, 두 번째 질문은 더 꺼려했다.

H당을 찍은 비정규직 아줌마들

나만 살짝 알고 있겠다고 했는데, 오늘 그 약속을 못 지키게 됐다. 소위 H당을 찍은 사람들이 가장 많았으며, 진보정당에 투표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저를 포함해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그들은 말한다. “내게 일이 닥치니까 세상이 제대로 보인다”라고. 그리고 이 말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우리는 그런 분들과 구체적 삶 속에서 같이 있었는지, 진보가 그들에게는 어떤 자리에 있는 것이었는지, 사후약방문으로 진보의 몫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것들을 되돌아봐야 한다.

저 자신은 경계지점에서 진보정당의 평당원으로 참여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당비나 내는 평당원이 아니라, 적극적 주체로 참여하겠다. 특히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서 앞장서겠다.

노회찬 : 아침에 수도권 지역에 눈이 왔다. 그것을 보고 원탁회의를 생각했다. 각각의 눈 한 송이마다 크기와 모양이 다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오늘 흰눈이 내렸다고 표현한다. 오늘 이 자리에는 모인 사람들의 문제의식은 다 다를 것이다. 눈이 녹아서 실개천으로 모이듯이 우리들 모두가 도도하게 흘러가는 강의 물줄기가 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진보신당의 첫 번째 문제의식은 반성과 성찰이다. 87년 투쟁 이후 20년 세월이 흘렀다. 문민정부 이후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된 지 15년이 더 흘러갔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스스로 혁신해야 하는 과제를 강요당하고 있다. 대선 결과는 일회적 결과가 아니라 20년 축적에 대한 냉정한 국민들의 평가다.

오늘 이 자리에는 민주노동당에 참여한 바 없이 원탁회의에 참가한 사람도 많다. 탈당과 여기 오는 과정은 민노당이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는 내부에서 반성 성찰 혁신을 스스로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민노당을 벗어난다고 면죄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젖어 있었던 한계가 탈당계 낸다고 사면 복권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과 민주노동당 8년의 진보정치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8년 전에 약속했던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더 이상 발전시키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민노당의 마지막 지점으로부터

민노당 벗어나 새 진보신당 만드는 것은, 민노당으로서는 더 어렵기 때문이거나 누가 싫어서가 아니다. 따라서 진보신당은 민노당을 나온 사람의 정당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여전히 민노당 성과 위에, 한계 문제의식 위에 놓여있지만, 8년 전 원점이 아니라, 민노당이 마지막 도달했던 지점부터 새로운 대장정을 출발해야 한다.

새로운 정당의 창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현 시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 새롭게 할 수 있는 광범위한 세력이 모여야 하며,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주파와 평등파 낡은 정파질서 한쪽을 대변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

21세기 민중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진보 가치를 어떻게 재구성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 대충 익숙한 대로 합의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위한, 어디를 향한 정책과 노선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새로운 진보정당을 힘있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면한 총선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우리들의 원동력을 가꿔나가야 한다. 이번의 창당은 총선을 위한 연대회의의 성격을 갖는 형태로 출범한 것이다. 정당 등록하여 총선에 임해야 한다.

오늘의 창준위 결성은 총선 전 창당 위한 기구이며, 선거를 위한 임시적 정당조직 체계이다. 각 지역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모여서 16일 창당 준비 진용을 짤 것이다. 총선 이후 준비해야 할 여러 사항에 대해 참석자들이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제안 해주면 큰 성과 얻을 것이다.

장상환 : 진보신당은 2004년까지의 민주노동당을 계승하고 내용을 다시 채우는 의미를 가진 정당이다. 나는 상당히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2000년 창당 당시 외부 조건은 외환위기와 자본주의 모순이 국민에게 알려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1만 명이라는 주체들 모여서 창당했다.

오늘 객관적 상황은 그때보다 더 어렵다. 세계적 경제 침체로 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주체적 조건과 관련해서는 우리들의 오류를 포함해서 실천 경험이 있다. 학계는 그 동안 강령과 공약을 만드는데 지식을 동원했다. 이제 이것에 그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상황에서 먼 목표로 가는 프로그램 상에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본격적 연구를 해야 한다. 선의에 맡길 일이 아니라, 실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학계의 일이다.

평등이 중심 가치이며, 거기에 생태 평화 연대 추가됐다. 그 중에서 연대가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연대 없이 평등도 없다. 비정규직 위한 임금, 복지 연대를 넘어서 조직연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분당의 아픔을 빨리 떨쳐버리고, 열심히 창당에 임하자.

양경규 : 오늘 이 원탁회의가 유감스럽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토론하는 자리였기를 바랐는데, 제안 연설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해야 할 만큼 한가한 자리 아니다.

준비는 오래 전부터 했는지 모르나, 오늘이 당을 만들기 위한 첫 자리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하고, 창준위 준비 상황을 하나하나 검토해야 되는 자리다. 그런데 그런 형식으로 회의가 진행되지 않아 원탁회의로 이름 붙인 것이 이해가 잘 안 된다.

3월 16일은 진정한 창당 아니다

어제 전국적 노동모임에서 논의를 했으며 입장이 정리됐다. 오늘 회의가 새로운 정당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다. 새 정당 창당이 올해가 될 지 내년이 될지 알 수가 없다.

여기가 출발의 자리이지만, 총선이라는 건너 뛸 수 없는 걸 만나서 불가피하게 이에 대응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자리다. 따라서 3월 16일 창당은 새로운 정당의 창당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노동계(원탁회의 참석 노동계-편집자)의 입장이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것은 총선 대책기구 수준의 기구라는 것을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16일 당을 강조하면, 당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동 쪽의 입장이다. 앞으로 만들어질 진보신당은 지역과 부문에서 민주노동당과 노동정치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통해 밑으로부터의 창당이 돼야 한다.

총선 대응기구에 과도한 의무를 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처럼 당을 만들어나가면 도로 민노당, 아니면 민노당보다 더 협소한 정당이 될 것이다. 총선 연대기구임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박김영희 : 장애 쪽에서 볼 때 진보정당은 낯선 곳이 아니다. 마음이 항상 가 있었던 곳에 민주노동당이 있었다. 희망도 실망도 많았다. 소수자 정치세력화를 얘기하면 효율성이나 효과성을 이유로 장애나 사회 소수자 정치세력화는 차후로 밀려났다.

소수자 정치세력화가 진보정치의 기본이다. 민주노동당 때의 처음 약속 그대로 가지고 가서 장애인이 비례대표 1번이 돼야 한다. 이런 원칙을 지키는 진보신당이 되길 바란다.

이인선(충북 지역 당원) : 충북 탈당자들의 생각이 전국 당원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일 수 있다. 364명 탈당했는데, 이는 10%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추가 탈당도 있겠지만 대부분 탈당자는 진보신당으로 오지 않았다. 잘 하나 보자, 하며 지켜보는 관망파도 있지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민주노동당의 실패 원인은 노동정치와 민생정치의 실패 때문이지, 종북주의를 과도하게 강조하면서 생태 가치 같은 것을 무시했기 때문이 아니다. 진보신당에서 생태가 강조되고 있는데 노동과 민생이 강조돼야 한다.

지역과 당원을 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앙이 앞장 설 테니 따라오라 하지 말고, 같이 갈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지원을 해주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녹색은 진보 핵심 그 자체

한재각(생태) : 분위기가 무겁다. 뭔가를 하긴 해야 하는데 힘이 안 나는 자리인 것 같다. 새로운 정당에서 생태 가치를 핵심으로 하겠다고 말한 것의 의미는 진보의 재구성, 진보적 가치의 다양화의 하나의 상징이다.

얘기를 듣다보니 걱정되는 것이 있다. 생태를 얘기하는 것이 당의 우편향으로 이해된다든지, 녹색정치가 노동정치와 대립되는 별개의 어떤 것으로서의 얘기되는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녹색은 진보의 핵심 가치 그 자체다. 환경 문제가, 배부른 한가한 사람 얘기 아니다. 환경 문제에 가장 직접적 피해자가 누구인가? 공장 안에 있으면 산업안전, 밖에 있으면 환경, 이런 식의 분류는 과거 얘기다.

공장 안의 문제도 녹색 가져와야 하며,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녹색을 말하는 것은 가난한 자,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 받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생태 환경 얘기할 때 강물 살리기 등 환경 문제로 좁혀서 이해하면 안 된다. 녹색은 노동정치와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이원교(장애) : 진보정당의 위기, 진보진영 전체 위기 반영이라는 인식이 무엇을 근거로 했는지 모르지만, 이런 안이한 생각 가지고 신당 만드는 것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당이 진보진영에 해악을 끼쳤다. 자기 비판해야 한다. 민노당이 없었더라도 진보운동은 계속 됐을 것이다.

진보의 생명은 연대이다. 기득권 패권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 비롯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민중을 대변하는 정당만이 진보정당이다.

김병일(경북) : 노동 쪽 얘기에 많이 동의할 것 같다.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총선대응기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선 이후 광역 단위는 추진위가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재정이다. 당비를 중앙당에서 CMS로 걷는 부분에 대해서 이는 당을 만드는 것이라는 지적을 했는데, 이 문제는 창당대회 이전에 지역과 부무 대표들이 모여서 구체적으로 논의하면 될 것 같다.

오기민(영화) : 영화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 10% 조직하겠다는 애기도 하는 신나는 자리였으면 했는데 분위기가 무겁다. 제안하고 싶은 건 이원화된 조직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총선 전 창당도 해야겠고, 그러나 그것이 당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것에 대해서 우려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진보신당의 성격이 어떠해야 되는지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별도의 논의기구를 총선대책기구와 병행 운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분담금 같은 문제는 조직된 대중을 중심으로 얘기되는 것으로 일반 미조직 대중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별도의 기구를 구성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왜 청소년은 구석에?

또또(청소년) :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과 지도의 대상으로 봤지, 연대의 대상으로 본 적이 없다. 진보신당 안 그랬으면 좋겠다. 또 진보신당이 약자 소수자의 정당이 되기 바라고, 동시에 계급성 갖춘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

유성민(대학생) : 학생과 청소년 자리를 구석으로 몰아넣은 것부터 우리들에 대한 당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총선 전 창당의 불가피성은 인정하지만, 학생 쪽에서는 평당원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를 ‘몸빵용, 동원용, 당비납부용’으로 삼지 말라. 88만원 세대인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정책 나와야지, 유행어 하나 가지고 학생들이 대변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동원이 아니라 실절적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최현숙(성소수자) : 노동 쪽 발언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총선용 대응기구라는 것은 불만족스럽지만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충분한 준비가 없어서 난감하긴 하다.

진보의 가치를 위계화하는 모습을 경계한다. 노동 또는 사회주의가 주체 또는 사상 차원에서 가장 위에 있는 것으로 하면 안 된다. 사상의 위계화 서열화는 진보진영의 한계다.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 운동을 부문 운동으로 취급하는 한계도 보여준다. 이런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송경아(소설가) : 총선 대응기구 성격에는 동의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색깔들이 통일되지 않고 각자 자기 색을 뽐내는 느낌이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민노당은 짙게 썬팅한 유리로 꽃을 보는 느낌이었다. 색깔이 한 가지 톤으로 보인다는 느낌이었다.

이 자리 분위기가 다소 묵직하지만 자기 색깔들을 분명히 하는 것 같아서 바람직한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들이 연대를 해야 하는 것 또한 숙명이라는 점이다. 자기 색을 죽이지 않고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이나 원칙이 결정돼야 한다.

이영남(빈민) : 여러 주체들이 언급돼 있는데, 상인 부문이 명시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상인을 명시해서 주체로 세워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