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아닌 청소년을 사는 인간 이야기
    2008년 03월 02일 09:00 오전

Print Friendly

   
 
 

바야흐로 청소년문학의 부흥기이다. 작년부터 크고 작은 출판사들이 청소년문학을 펴내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 청소년문학 단편선집들도 많이 출판되고 있다.

특히 상당한 규모의 상금을 내건 청소년문학상들이 제정되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세계일보에서 주최하는 세계청소년문학상이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정유정, 비룡소, 2007)는 바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당선작이다.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당선작

청소년문학이 활성화되면서 모범생들이 학교생활에서 느끼는 갈등을 그리는 데 치중하던 수준에서 더 나아가, 10대 임신(『쥐를 잡자』, 임태희)이나 성추행에 대한 기억(『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 임태희)을 다룬다든지 익명성이 보장된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성(『우리들의 스캔들』, 이현)을 다루는 등 소재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소재가 다양해지고 금기를 허물기 위한 노력이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청소년문학의 등장인물들에게 주어진 활동 공간이 집과 학교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 땅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입시지옥에 허덕이며 대부분의 시간을 집과 학교만 오가며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문학의 역할은 상상력의 나래를 펴고 현실로부터의 탈주를 꿈꾸는 것이 아니던가. 그렇지 않아도 무료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청소년들에게 청소년문학은 보다 넓은 세상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청소년문학에는 집과 학교라는 천편일률적인 틀을 벗어나는 작품에 대한 요구가 있는데,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는 바로 그러한 요구를 충족시킨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작품의 등장인물들인 준호, 승주, 정아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지만, 작품 속에 묘사된 그들의 활동 공간은 학교가 아니다. 오히려 학교 이야기는 아예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덕분에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학생’으로 그려지지 않고, ‘청소년기’라는 시기를 살아내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 그려진다.

흥미진진한 모험 소설

등장인물들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자유로이 여행하며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존재와 처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나눈다.

작품의 무대를 학교가 아닌 광활한 세상으로 확장시켜놓음으로써 거둘 수 있는 또 다른 효과로는 다룰 수 있는 이야기의 폭이 훨씬 넓어지고 다양해짐으로써 더욱 흥미로운 서사가 가능해진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렇게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는 흥미진진한 모험 소설이 된다.

모험 소설만큼 흥미로운 장르가 또 있을까. 모험 소설은 전 연령대에 걸쳐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장르이다. 특히 학업에 대한 부담과 주입식 교육의 지루함에 지쳐 있는 청소년들에게 모험 소설은 상당한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해리 포터 시리즈 같은 판타지 문학이 청소년들의 높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은 갑갑한 현실에서 탈주하고자 하는 그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준호는 친구 규환의 부탁으로 전학련 간부인 주환이 형의 해외도피를 위해 서류와 돈을 전달하는 임무를 안고 광주에서 임자도까지 여행을 나서게 된다. 집을 나서서 여행을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한데, 거기에 서슬퍼런 군사독재정권의 눈을 피해 가면서 임무 완수까지 해내는 것이 더해져 재미는 배가 된다.

또한 준호와 함께 여행하는 등장인물들도 개성이 넘친다. 그들이 함께 여행하며 빚어내는 갖가지 사건들은 탁월한 작가의 입담을 통하여 전해지면서, 독자로 하여금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특히 개성만점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데, 여행을 통하여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어루만지게 되는 과정이 독자의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빠른 이야기 전개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등장인물들이 아픔을 딛고 성장해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청소년 독자들은 상당한 공감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재미’라고 할 수 있는데, 무겁고 심각한 작품들이 가득한 청소년문학들 가운데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 나왔다는 것은 분명히 반가운 일이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빠른 전개는 요즘 청소년들, 아니 더 나아가 요즘 독자들의 기호에 부합하는 특성이기도 하다. 또한 재기발랄한 작가의 입담은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주목할 만한 이야기꾼의 등장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먼저 작품 속의 시공간이 무국적성을 띄고 있다고 느껴질 만큼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80년대라는 암울한 시절의 광주와 전남 지역을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해 놓았지만, 시대의 분위기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물론 시대의 아픔을 장황하게 묘사함으로써 작품이 짐짓 무거워지는 것을 현명하게 피해갔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굳이 80년대라는 시간적 배경을 택한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해질 만큼 시공간의 무국적성은 아쉬운 대목이다.

또한 군데군데 서사가 치밀하게 이어지지 못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의욕적으로 모험을 끌고 가려다 보니까 억지스러운 설정도 눈에 띄었다.

치밀하지 못한 서사 아쉬워

이를테면 아버지에게 쫓기던 정아가 하필 공터로 달려와서 그것도 그 많은 트럭 가운데 준호와 승주가 타고 있던 트럭에 뛰어올랐다는 점이라든지, 승주와 할아버지가 준호와 규환이 몰래 그들이 비밀스레 나누는 말을 엿듣고 준호가 탄 트럭에 오르게 되었다는 설정은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서사상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는 청소년 독자들로 하여금 재미와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게 하는 데 충분한 작품임에 분명하다.

특히 학교라는 답답한 굴레로부터 벗어나 광활한 세상을 자유로이 여행하면서 등장인물들 모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각자 성장해 나아가는 모습은,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가끔 다시 꺼내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청소년들의 지지를 받겠지만, 성인 독자층에도 상당한 호소력을 갖는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앞으로 우리 청소년문학에서 학생으로서의 청소년의 모습을 그리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기를 살아내는 인간으로서의 솔직한 면모를 그려내는 작품들이 더욱 많이 창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