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탈당 이유는 신당파와 다르다
        2008년 02월 29일 10: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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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호 비대위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어려운 문제이다. 심상정 의원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사퇴한 뒤 자신에게 비대위를 맡았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왔다는 사실을 나에게 알려줬다. 

    그때 내가 한 얘기는 안 맡는게 좋은데, 대선 후보 당내 경선에서 2위로 확인된 사람인데 당이 이럴 때 안 맡을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 이후 언론 보도 등을 보니 ‘전권을 달라’, ‘비례공천권을 달라’는 기사가 나왔다. 심 의원에게 직접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전달할 만한 사람에게 ‘신중했으면 좋겠다. 전권 얘기는 안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비대위가 비상한 시기의 지도부인데 비대위가 권한을 가지고 하면  될 일이지, 전권을 운운할 문제는 아니다. 

    비대위 전권, 공천권 요구는 잘못

    그 다음 비례 공천 문제도 마찬가지다. 내가 볼 때 당원의 권리가 제약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고, 또 몇몇 사람이 당 밖에서 들어온다고 해서 당의 외연이 확대되고 국민들이 민노당이 바뀌었다며 지지할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자칫하면 상당 부분 오해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 생각을 비대위에 전했다. 

    그런데 끝까지 전권문제, 공천권 문제가 논란이 돼 중앙위가 무산되고 이런 과정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다. 또 최기영 당원의 문제에 대해서도 ‘제명해야 한다’는 것을 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당에 현격하게 누를 끼친 부도덕한 비리, 파렴치한 문제라면 정치적 심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개인의 사상에 대한 것으로 이를 정치적 심판으로 정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니 제명은 빼고 당기위에 제소하는 것으로 하자고 얘기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대위가 그렇게 밖에 갈 수 없었던 내부 고민에 대해서는 해석하고 싶지 않다. 비대위 활동이 내 생각과는 다른 식으로 진행됐다.

    그 다음 지적하고 싶은 것은 심상정 비대위 뿐 아니라 천영세 비대위도 마찬가지인데, 끊임없이 문제 해법을 제2창당으로만 몰아간다는 점이다. 재창당하면 다 해결되나? 노동자 정치 세력화 문제에 대한 어떤 고민이나 평가 없이 제2창당을 통해 그저 외부 사람을 어떻게 끌어들일 거냐로 가있는 건 두 비대위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내가 바라봤던 것과는 다른 양상으로 일이 진행됐다. 비대위의 문제 인식이나 고민은 나도 들어보지 못해 왜 그렇게 밖에 갈 수 없었는지, 정당한지 아닌지에 대한 부분은 내가 평가할 문제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한 부분과 차이가 있었다. 

    최기영 등 제명 요구 문제 있어

    파렴치한 행위는 그래도 되는데, 최기영 당원의 행위는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그러면 안된다는 해석으로도 들리는데, 당내 인사들이 사적 정보를 넘긴 건 파렴치 행위 이상 아닌가?

    거두절미하고 얘기하면 안 된다. 솔직하게 말하자. 최기영 당원의 문제가 불거진 건 초기 신당파의 한 사람이 작성한 분당 기획 문서에서부터 촉발됐으며 이미 정치적 행위로 문제가 됐다. 나중에 비대위가 사상이나 국가보안법의 문제가 아닌 단순한 ‘행위’의 문제라고 했지만 당원들이 누가 그걸 인정하겠는가?

    이미 만천하에 분당 문서가 공개되고 그렇게 정치적으로 시작을 했는데, 행위의 문제로만 단죄를 해야 된다고 하면 누가 수긍하고 납득하겠는가. 이러한 정황을 거두절미해버리고 얘기 하면 안 된다. 

    파렴치한 행위의 경우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다 공감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과거 민주노총 고위 간부였던 K모씨가 돈을 받은 문제가 터졌는데, 이 경우 당에서 제명 결의할 때 아무도 이의 제기를 안했다. 그런 경우에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기영 건은 서로 첨예하게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 철학과 사상의 문제인데 이것이 굳이 당 대대에서 제명을 요구해야 될 사항이었나? 행위와 관련돼서 넘겨준 게 있다면 당기위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제명하면 되는 것 아닌가? (단 의원은 비대위 비판 부분에서 작심한 듯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리고 ‘자주파’ 가 좋아하겠다, 레디앙 독자들에게 욕 많이 먹겠다며 쓴 웃음을 짓기도 했다)

    사상과 이념이 자유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없다. 하지만 남한의 독자적인 진보 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 당을 같이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그건 다른 문제이다. 독자성을 인정해주면, 그쪽의 사상과 관계없이 같이 할 수 있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행위 문제로 가면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행위 문제로만 받아들이기 어럽게 출발을 해버렸다. 여기에 대해 문제 의식이 있다. 

    한 곳에서 터지면, 전국적으로 터진다

    행위와 사상이 다른 문제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인가. 당내 정보를 넘겨 준 행위도 어떤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 아닌가?

    평가를 할 때는 행위로 평가해야 된다는 말이다. 행위가 사상이나 이념과 연관성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가할 때는 행위를 평가해야지 사상 자체를 평가하면 곤란하다. 

    심상정 비대위가 종북 자체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지 않나? 

    초기에 비대위 관련 기사를 보면 종북이미지 친북이미지를 확실히 벗겠다고 선언했다. 나중에 가면서 고쳐졌지만 누가 봐도 적절하지 않았다. 밖에 있는 소위 말하는 주사파가 아닌 진보 학자들이나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민주노동당에 종북 이미지 혹은 실체가 있다면 걷어내는 게 진보정당의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아닌가?

    그건 평가를 하면 되는 문제이지 척결은 적절하지 않다. 도대체 척결이라는 용어가 뭔가? 

       
     
     

    이번 총선은 두 진보양당이 현실적으로 같은 표밭을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나?

    서로 겹치는 일이 없어야 하나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당이 나눠진다고 했을 때 이미 예견된 부분이다. 상대가 안 돼야 내가 잘 되는 그런 구도 속에 갇혀버렸다.

    방법은 냉철한 이성으로 돌아가 대응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후 하나로 가기 위해 불가피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 시킨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 운동에서 한번 갈라서면 만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이번 총선에서 이성적으로 될지 우려가 많다. 창원에서도 권 후보에 맞서 후보가 나올 거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건 상당히 위험하다.

    표밭이 똑같은데 이명박만 욕하면 표가 오나? 상대보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얘기해야 하는데 부드럽게만 가기는 어렵다. 어디든 한 곳이 터지면 다 터진다. 어느 한 곳이라도 터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총선은 서로가 냉철하게 대응했으면 좋겠다. 

    나의 탈당이유는 신당파와 다르다

    권영길 의원의 출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솔직히 개인적 생각으로는 출마를 안 하시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출마에는 거기에 따른 나름의 이유가 다 있는데 이를 전면 부정하고 용납할 수 없다고 얘기할 수도 없다. 당내에서 후진들 양성시키고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정치인으로서 총선 과정에 아무것도 안하고 비껴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불출마 선언도 그런 맥락에서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번 총선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내가 출마를 하지 않아 할 일이 없다.(웃음) 나름의 근거를 갖고 비판하는 사람들과 논쟁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내 나름대로는 포항에서 작년 5월에 사무실을 내고 1년 가까이 지역 주민을 만나며 민노당을 자랑스럽게 얘기해왔다.

    지난 3일까지 그렇게 계속 얘기를 했는데, 어느 한 순간 갑자기 민노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나오겠다는 것은 어떤 정치적 논리를 갖다 붙이더라도 국민들에게 해명할 수 없는 일이다.

    또 탈당은 해야겠다고 심정은 굳혀왔지만 탈당의 배경과 이유가 신당파들과 명확하게 다르고 신당이 진행된 모습에 흔쾌히 동의도 안 되고 내가 지향하는 정치적 목표와 부합되지도 않았다.

    지금 신당은 총선을 대비한 정당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얘기 할 수 있는 그런 조건과 상황이 아니다. 사실상 총선 관련 활동은 안 한다. 그 기간에는 민노당에 있던 기존 노동자뿐 아니라 두루 두루 편하게 다니면서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보겠다.

    신당 창당 전반적인 과정에서 논의가 공유되지 않을 것 같은데, 섭섭할 것 같다. 

    심 의원이 전화도 하고 의원실에 오기도 했지만, 사실 내 쪽에서 오히려 굳이 상의를 해야 될 이유를 못 느꼈다. 이미 모든 것이 정해진 틀로 굴러가고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얘기를 한다고 한들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거기에 같이 얘기를 해야 될 필요성을 못 느꼈다. 내가 소극적으로 했다. 나와는 생각이 틀렸다.

    비대위에 대한 비판적 입장, 종북에 대한 문제제기 등에 대한 말씀을 들어보면 민노당에 남아 후보로 나와야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

    민노당에서는 노동자 정치 세력화 문제에 대해 고민을 같이 나누며 가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신당이 만들어지면 단병호가 무조건 참여할 거라고 판단하는데 이는 오판이다. 총선 이후 신당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노동자 정치 세력화의 문제가 어떻게 토론되고 진행되느냐가 신당에 참여할 수 있고 없고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내가 서 있었던 곳 중 가장 오른쪽에 있었던 조직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보겠지만 신당이 민노당보다 더 우축으로 가는 정당이면 나는 참여하지 않는다. 신당하는 사람들은 어쨌든 결국 단병호가 신당에 무조건 갈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는데 그건 정말 큰 오산이다.(이 대목을 재차 강조했다) 

     오른 쪽으로 갔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무언가?

    자로 재듯 얘기하기 어렵다. 총선 이후 실질적인 창당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정치 세력화에 대해 열어놓고 충분히 논의하겠다

    신당이 오른쪽으로 가면 단 의원과 입장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또 다른 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나.

    그건 지금 얘기할 게 아니다. 뭐가 되면 하고, 안 되면 안 하고, 이런 식으로 미리 대비해 놓고 일을 추진하는 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도 아니다. 최선을 다해보고, 그래도 실현되지 않는다면 그 다음 판단할 문제이다.

    신당에는 좌파 가운데에서도 오른쪽과 왼쪽이 함께 할 가능성이 크고, 그럼에도 정당이라는 틀 안에서 폭넓게 같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리더로서 확고한 자신의 입장을 갖는 것이 주요한 덕목이지만 정치적 리더십은 다양한 세력을 포괄해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그런 리더가 필요할 때가 있고, 사람에 따라 해야 될 역할이 있고 할 수 없는 역할이 있다. 

    왼쪽 오른쪽을 폭넓게 끌어들여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과 민노당 보다 더 오른쪽으로 가면 같이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상당히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요즘 생태, 환경, 여성, 이주 노동자, 성소수자 등의 문제가 거론되며 21세기 진보의 재구성 얘기가 많이 나온다. 이런 문제 제기는 필요하고 내용도 확장되야 한다. 그간 민노당이 그런 부분에 대해 제대로 하지 못했고 문제 인식도 상당히 낮았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경우 그런 것들이 자본의 문제, 노자 문제와 수평적인 무게를 가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물론 환경 문제도 매우 중요하고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하지만 외연 확장은 정치적 의제의 수평적 나열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다.

    중심은 명확하게 자본의 문제로 해야 한다. 나중에 얘기 하다보면 구체적으로 얘기가 되겠지만 바로 그런 문제 의식이 있다. 

    끝으로, 이명박 시대 노사 관계 문제가 상당히 심각할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 방향은 이미 명확하게 나왔다. 모든 것은 경제를 최우선에 역점으로 두고 나머지 부분은 종속 변수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노동은 상당 부분 희생이 강요될 것이다.

    87년 이전의 노동 환경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쪽과 그것에 저항하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전선을 구축하게 될 것이고, 이게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될 것이다.

    한국노총은 과거로 회귀하면서, 이명박 정부 쪽으로 급속하게 편입돼 들어갈 것이다. 민주노총의 경우 고민스러울 것이다. 정부는 끊임없이 노동자들의 양보와 희생을 강조할텐데 이를 수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면으로 부딪치기에는 상당한 한계가 노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상층부의 인식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5년이 몰고 올 노동 정치의 후과에 대한 대중적 공유가 시급하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대응도 이뤄지지 못한 채 상층부 차원의 소수 저항으로만 나타나 희생은 크고 성과는 없는 양상으로 갈 것이다.

    탈당 및 불출마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집사람은 억울하다고 한다.(웃음) 지난 12월부터 두 달 포항에 내려와 있었는데, 남한 최대의 지하 조직(단 의원의 부인은 지하 수퍼에서 야채를 팔고 있다. 이들이 자신들을 우스개 소리로 부르는 표현이다)에서 모처럼 지상의 다른 세상에 나왔는데 이게 뭔가 싶어 억울해 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포항에서 되겠는가 싶었는데 차라리 고생을 빨리 접었다고 시원해하는 것도 같다.(두 달 동안 야채를 팔아서 남은 수익만 가지고는 가게를 봐주던 두 명의 아줌마들에게 줄 월급도 안돼, 1백만원 이상이 추가 지출됐다고 한다)

    딸은 묵묵 부답이다. 탈당 기자회견을 하는 날 ‘파이팅’이라고 문자가 왔는데, 잘 했다는 뜻인지, 힘을 내라는 뜻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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