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당 무조건 참여 예단은 오산"
        2008년 02월 28일 09: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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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지금까지 운동을 하면서 서 있던 곳 중 가장 오른 쪽이 민주노동당이었다며, 새롭게 만들어지는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보다 오른쪽으로 갈 경우 자신은 신당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단 의원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레디앙>과 인터뷰를 갖고 "신당하는 사람들은 어쨌든 결국 단병호가 신당에 무조건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 그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단 의원은 또 자신의 탈당 배경은 ‘신당파’들과는 명확하게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심상정 비대위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분당에 대한 입장을 비교적 자세하게 밝혔다. 그는 최기영 당원에 대한 제명 방침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었다.

    단 의원은 심상정, 천영세 비대위를 향해 동시에 "두 비대위가 끊임없이 문제 해법을 제2창당으로만 몰아가는데, 노동자 정치 세력화 문제에 대한 어떤 고민이나 평가 없이 제2창당을 통해 그저 외부 사람을 어떻게 끌어들일거냐의 문제로 가있는 건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라며 "외부 명망가 한두 사람이 들어온다고 당이 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단 의원은 또 이번 총선 기간 동안 선거와 관련된 행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으며,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총선 기간 동안 현장을 돌며 노동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단 의원은 총선 후 실질적인 신당 창당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노동자 정치 세력화의 문제가 어떻게 토론되고 진행되느냐가 신당 참여 여부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 의원은 이날 ‘작심한듯’ 많은 얘기를 쏟아냈다. 인터뷰가 진행하는 동안 ‘오프 더 레코드’를 걸만한 내용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대목에서도 ‘오프를 걸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 전날 "어디까지 얘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결국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기로 마음을 정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는 이광호 <레디앙>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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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호 탈당의 변을 통해 ‘노동자 정치 세력화 실패’가 위기의 본질이라고 밝혔는데, 그런 평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있겠지만, 이 평가에 따르면 위기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이 단 의원에게 있는 게 아닌가?

    단병호 노동자 정치 세력화 실패에 대한 문제 뿐 아니라 이를 포함한 당이 위기적 상황을 초래하게 된 데에는 저에게 막중한 책임이 있다. 국민들이 당을 볼 때는 최고위 회의 결과나 당 대표의 발언을 평가하지 않는다. 민노당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발언이 국민에게 전달될 수밖에 없는 것이 제도권 정치의 불가피한 현상이다.

    당이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제도권 내 들어간 의원들의 활동, 정치적 성과와 한계 이런 것에 대한 평가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당을 위기에 처하게 만든 여러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커다란 책임을 느낀다. 

    최근 진보의 재구성에 대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주체의 재구성이라는 대목과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데, 단 의원은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며 이상적인 상은 무엇인가?

    노동자 정치 세력화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돼왔다. 노동자 정치 세력화에 대한 이해와 해석도 각자가 상당히 다를 수 있어 어느 것이 정형이라고 할 만큼 아직 개념적으로도 충분히 정리되지 못했다.

    다만,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노동자 정치 세력화는 자본에 의해 강요된 질서를 깨겠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적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냥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양적으로 많이 참여하는 것만 가지고는 세력화가 됐다고 말할 수 없다.

    양적인 구성과 동시에 질적으로 자본 중심의 질서를 깨고 나가겠다는 정치적 의식과 목적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구성되고 조직되느냐가 노동자 정치 세력화의 핵심이다.

    민노당의 경우 40% 가까이가 노동자이자 대부분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아쉽긴 하지만 양적으로는 일정부분 노동자 정치 세력화의 토대가 있었다. 문제는 이 부분들이 실질적인 정치 세력화로 발전했느냐인데, 거기에서 실패했다. 

    당원인 노동자들을  당 강령에 충실하게 활동할 수 있는 정치적 활동가로로 양성시키기 위해 당은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으며, 그것에 대한 문제의식과 목적의식도 없었다. 가혹한 평가일지 모르지만 나타난 현상은 그렇다. 그러다 보니 노동조합의 조합원 당원은 있었지만, 민노당의 강령을 실현할 정치적 노동자 들은 없었다. 

    앞으로 노동자 정치 세력화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된다. 이들을 당의 중심으로 세우기 위한 실질적인 활동과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노력들이 바로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탈당의 이유로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실패했으며,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평가는 당내 특정 정파에 대한 평가인가 아니면 총체적인 평가인가?

    당을 그간 운영했던 전반적인 사고와 인식이 그랬던 거지 특정한 사람이나 세력의 문제가 아니다. 소위 말하는 배타적 지지라든가 이런 것들은 당이 초기에 안정화되기에는 상당히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지만 당은 배타적 지지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노동자들을 영원한 우군이라고만 생각했지 이들을 당의 정치적 중심으로 재무장 될 수 있도록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노동자들을 확실하게 당의 중심으로 만드는데 대해 다른 판단을 갖고 있던 부분도 없지 않다. 나 자신이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한 것이 없다는 점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애기들을 당 지도부들과 공식, 비공식으로 안한 건 아니다. 몇 차례 했었지만 그 발언이 크게 호응 받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문제 인식이 있는 것 같았다.

    또 이런 문제로 굳이 부딪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해 나도 너무 편하게 생각했다. 그게 그간 당 활동에서 가장 많이 반성을 해야 될 부분이다. 

    노동자 정치 세력화의 주체 형성 문제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는데, 그렇게 형성된 주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메시지나 정책을 갖고 노동자 대중이나 일반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된다고 보나?

    두 가지 얘기를 하겠다. 민주노동당에는 강령이 있다. 이는 현재 자본 질서를 상당 부분 부정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들이 단 한 차례라도 일반 당원들을 통해 자신 있게 국민들에게 얘기된 적이 있나. 그렇게 얘기된 적이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강령은 있되 그저 문서로만 존재한다. 어떤 사회로 만들어가겠다고 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국민이나 현장에 있는 노동자에 알려지고 소통되는 계기가 없다. 이것은 언론이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어떠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하는 그런 상들을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설득하고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며, 당원들이 바로 이 일을 해야 한다. 노동자가 정치 세력화 되면 현장에서, 또 지역에서는 주민으로서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

    현안 문제와 관련해 당이 비정규직 투쟁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민주노총이 조직을 하긴 했어도 당이 중심이 돼 투쟁을 조직거나 동원하지 못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중요하게 보면서도 당은 의회 내 국회의원에게만 목을 매달았지 실제 당이 목적하는 바대로 관철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대중적 힘을 조직해 내지 못했다. 제도 내 활동과 이를 뒷받침할 힘이 맞물려야 하는데, 바로 그런 힘을 조직하는 역할이 당원의 몫이다.

    현장에서 민주노총 간부가 조합원으로서 일정 부분 활동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민노당 당원으로서 그러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활동한 사람은 없다. 민노당 내 민주노총 조합원은 있지만 민주노총 내 당원은 없다는 문제 진단은 이런 생각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실질적으로 진보정당이 자기 위상과 힘을 갖고 추구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생활인들이 많은 당원들이 움직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구체적 방안이 없는 원론적 수준의 이야기로 들린다. 

    물론 구체적 대안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 문제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게 쉬운 문제 같으면 누가 고민하고 그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겠는가.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아무리 더뎌도 해야된다. 어렵기 때문에 되겠느냐 안 되겠느냐가 아니라 해야 될 문제이다. 문제는 해야 될 어떤 노력이나 시도가 당에서도 없었고, 나 자신도 그러지 못했다.  

    단 의원은 기본적으로 분당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분당은 무책임성, 특히 대중조직에게 대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가.

    대선 이후 분당의 필요성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고 문건도 나오고 논의가 진행될 때 나는 강하게 반대했다.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일을 진행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반대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어쨌든 한국에서 진보정당이 출범해 7년을 경과 했는데, 이 시점에 분당이 될 경우 가지고 올 정치적 파급이 상당히 크다. 그리고 그것이 진보정당만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조직까지 상당 부분 확대될 수밖에 없다.

    대중조직이 이명박 정부 등 외부와의 전선을 강화시키지 못한 채 조직의 내부 전선만 강화돼 첨예한 갈등과 대립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대중 조직의 무기력한 모습들이 너무나 우려됐다. 

    또 하나는 분당 논쟁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종북이니 친북이니 하는 이런 논쟁은 적절하지 않다. 진보정당에서 사상의 문제를 놓고 ‘척결’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벌인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구체적 행위를 놓고 하나하나 사업적으로 평가를 해야 할 부분이다. 소위 종북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것도 아니고, 이미 다양한 사상이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진보정당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배척하고 척결할 문제가 아니다.

    만약, 자신과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다면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하며 비판해서 대중들에게 판단 받으면 되지 진보정당 안에서 척결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분당 문제가 처음 촉발될 때 이것이 미치는 운동적 파급의 부정적인 측면을 봤을 때도 분당은 적절치 않다고 봐서 반대했다.

    예를 들어, 북핵 문제는 종북, 친북을 떠나 평가하고 비판 할 수 있고, 최기영 당원의 문제도 당의 정보 유출이라면 사실적 행위를 갖고 평가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분당 도구 명분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만한, 그런 식의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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