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 양당 지역구 조정해야 한다”
        2008년 02월 26일 04: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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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기간이지만,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아 일했던 최순영 의원은 지난 22일 정성희씨에게 집행위원장직을 넘겼다.

    하지만 여전히 일손을 놓지 않은 최 의원은 25일 오전에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대신 보육 간담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평소 과묵하기로 유명한 최 의원은 “이번 기회에”라며 많은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최 의원은 분당 사태에 대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를 과거 비대위와 자주파가 잘 풀지 못한 것”이라 평가했다.

    최순영 의원은 또 “나중에 다시 만날 것을 대비하여 서로 상처 주지 말자”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지역구 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노동운동 한 사람이 좌파 성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공개한 최순영 의원은 오는 4월 부천 원미을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 * *

    –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을 두고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람직한 분화라는 의견에서부터 불필요한 분열이라는 의견까지 다양한데, 최 의원은 어떻게 생각하나?

    = 내 정치 성향은 사실 좌파에 가깝다. 노동운동 한 사람이 좌파 성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예전 어떤 신문에 나온 의원 성향 조사에서도 민주노동당 의원 중 가장 좌파로 나왔더라. 그 때 그 언론사 설문에 직접 응했었는데, 개발 반대 노선 때문에 그렇게 분류된 것 같다.

    정파 아닌 사람들 무슨 죄 있나?

    여러 사람들이 “왜 탈당 않느냐, 언제 탈당하냐?”고 묻던데, 지금 이 시점에서 당을 나누는 것은 분열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같이 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민주노동당 안에서 정파는 소수다. 많은 당원들은 정파가 아닌데, 그 당원들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양쪽 정파 다 욕해주고 싶다. 정파에 속하지 않은 당원, 나 같은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나? 이런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탈당하지 않는다.

    기독교 신자라 그런지,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한 마리 길 잃은 양이 중요하다는 말을 믿는다. 집 나간 아이 기다리듯이 언제나 문 열어 놓고 기다리겠다.

    나는 탈당한 사람들보다 더 강하게 민주노동당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진보정당은 다양한 의견을 가진 그룹들이 서로 견제하면서 발전하고 부패하지 않는 것 아닌가. 분당은 그런 다양성과 견제를 없애는 것이다.

    조승수 소장의 문제 제기, 심상정 의원의 문제 제기를 함께 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평소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다. 마지막 의원 총회에 심 의원은 오지 않았고, 노 의원이 잘 해결될 것이라 그래서 그런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

    – 민주노동당은 19일 중앙위에서 천영세 혁신안을 통과시켰다. 심상정 혁신안과는 무엇이 다른 것인가? 비슷하다는 평이 있던데, 그렇다면 누가 한 것인가 만을 놓고 다른 입장을 취한 것은 아닌가?

    = 천 의원과 내가 무슨 욕심이 있겠느냐. 천 의원께 마지막 기회다, 소신껏 일하자고 했다. 그동안의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안을 냈고, 결국 그렇게 됐다. 지역구 전략공천도 시행키로 했다.

    – 그렇다면 결국 자주파가 심상정 비대위 물먹인 것 아닌가?

    = 아니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를 심상정 비대위와 자주파 양자가 잘 풀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데, 정파가 아니라 당원들로부터 힘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

    – 지금대로 간다면, 민주노총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고, 배타적 지지 원칙에도 균열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이야말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할 때

    = 민주노동당 밖에 있을 때는 하필 왜 ‘민주노동당’인가, 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민주노총 조합원 당원이 별로 없더라. 당시 민주노총의 단병호 위원장과 간담회를 하면서 당에 들어오라고 얘기했었다.

    나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더 많이, 더 제대로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잘 안 되는 건 솔직히 정파들 때문이다. 재벌도 정치를 하는데, 노동자 정치 당연한 것 아닌가.

    지난 번 대선 때 민중경선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이견이 있겠지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에 대한 현장 정치교육의 기회였다. 현장이 갈라져서는 안 된다. 당은 갈라질 수 있지만, 노조까지 갈라지면 너무 어렵다.

    – 분당을 돌이킬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총선에서의 경합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두 당이 어찌해야 할까?

    = 상호 비방해서는 안 된다. 예의를 좀 갖추자. 노회찬, 심상정 의원 나가는 데는 민주노동당이 후보 내지 말고, 잘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다시 만날 것을 대비하여 서로 상처 주지 말자.

    나는 가정 문제를 상담할 때, 사이가 안 좋으면 잠시 별거를 하라고, 꼭 이혼해야겠으면 원수처럼 헤어지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지역구를 조정하자는 말인가?

    =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협력해야 될 모든 것을 다 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문제만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민주노동당은 어떤 전략으로 총선을 준비하고 있나?

    = 심상정 의원이 민주노동당은 엘리트 정당이라고 말하던데, 진보신당이야 말로 진짜 엘리트 정당 아닌가. 민주노동당이든 신당이든 깃발 꽂고 바람 기다리는 건 잘 하지만, 바닥 다지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진짜 서민을 위한 당이 돼야 하고, 그런 상징성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내려 노력하고 있다.

    신당이 진짜 엘리트 정당

    한나라당 의석이 220석 정도로 예측되고 있던데,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의석 수를 만들어야 한다. 통합민주당과의 연대는 되지 않겠지만, 그 외의 정치세력들이 연대해서 독주를 막아야 한다. 특히 이명박의 교육 양극화 문제, 대운하 저지, 88만 원 세대 등 청년실업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 신당 쪽에서 준비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 그렇다면 왜 헤어졌나. 진짜 도로 합쳐야 하는 것 아닌가.

    – 전략공천 할 비례후보는 정리가 되고 있나? 목표 의석은 어느 정도인가?

    = 계속 찾고 있는데, 좀 어렵다. 어떤 사람들은 분당이, 양쪽이 짜고 하는 쇼라고 말하던데, 진짜 쇼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어느 한쪽이라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둘 다 어려울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전략공천은 6번까지 한다. 그 정도 선을 목표로 본다.

    – 새 진보정당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주문이나 조언 같은 걸 한다면?

    = 서로 열심히 잘해보자는 말밖에 더 있겠나.

    – 출마할 부천 원미을 사정은 어떤 편인가?

    = 괴롭지. 잘 돼야지. 물론 당선이 목표다. 경쟁 후보인 한나라당 이사철, 통합민주당 배기선이 낙천 대상으로 선정될 만큼 흠결이 있는 후보들이라 조건은 좋은 편이다.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바닥을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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