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 후 한나라 의원 모두 침묵”
    2008년 02월 25일 04: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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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비준안의 졸속 상정과 비공개 공청회에 항의하며 단식에 돌입한 강기갑 의원은 “한미FTA 비상시국회의에서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난 후부터는 공천 문제가 걸려 있어 모두가 침묵한다”면서 “이번 총선에서는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물어 18대 국회 입성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 단식 14일째를 맞고 있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25일로 14일째 단식에 접어든 강 의원은 벌써 17대 국회에서만 5차례의 단식을 했다.

강 의원의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카락은 만지기만 해도 부서질 듯 푸석했으며, 힘이 부친 듯 천천히 한 마디씩 말을 어어가는 강 의원의 목소리는 깊이 잠겨 있었다.

게다가 이명박 당선자 취임식으로 인해 본회의장 앞 농성장에서 끌려나와 의정지원단으로 농성장을 옮긴 강 의원이 혹 사고라도 칠까봐(?) 국회 경비마저 강 의원의 화장실까지 쫓아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강 의원은 “올해는 단식을 안 하고 넘어가나 했는데… 단식을 해도 상대 쪽에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메아리가 고스란히 다시 되돌아오는 부분이 많이 힘들다”면서도, “농민들의 절규나 비정규직 등의 처참함을 받아 안아 이런 식으로라도 민중의 절규를 국회 안에서 대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한미 FTA 비준안 통과 전망에 대해 4, 5월 총선 직후 17대 임시 국회 말기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관측하며,   미국 의회 비준 및 대선 등에 따른 변수에 대한 희망도 저버리지 않았다.

강 의원은 또 민노당에 종북, 친북당이라는 이미지가 생겨 총선 대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면서도, 당을 떠나는 일은 ‘배신행위’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현 당내 상황에 대해 “분당은 기정사실화됐다. 서로 시간 끌지 말고 상처 주는 일 없이 헤어져야 한다”면서 "나중에 제각각 민중을 위해 복무를 충실히 하는 과정에서 서로 또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 단식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이 드나?

= 단식의 효과나 성과가 나타나거나 목적이 달성돼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상대쪽에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메아리가 고스란히 다시 되돌아오는 부분이 많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몸짓이 민중 진영에게 함께 투쟁할 수 있는 불씨가 되고 국민들에게 민중의 절박함을 알린다는 차원에서 힘이 되기도 한다.

– FTA 국정조사에 서명한 의원들이나, 비상시국회의 등 다른 의원들과의 연대가 이뤄지지 않는 것 같은데?

=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의원들이 모두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에 내려가 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을 하자고 해도 올라올 시간이 없어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올라오지 못했다. 지역구 선거 운동 때문에 그럴 겨를이 없다고 하는데, 과연 한미 FTA에 대해 얼마나 절박함을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겉으로는 반대한다고 해도 실제 실천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다. 단순히 농촌 지역 출신 의원이라서가 아니라, 전체 국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온몸으로 막겠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회의적이다. 

특히, 한미 FTA 비상시국회의에서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했던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난 후부터는 당내 공천 문제가 걸려 있어 모두가 침묵하며 정말이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권력이 공천권을 쥐고 있는 한나라당의 중앙에 몰려 있는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물어 18대 국회 입성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 한미 FTA 비준 통과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나?

= 정부는 총선 직후 4, 5월경 임시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지금 이명박 당선자의 기세만 봐도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이며, 그 시기가 고비가 될 것 같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물갈이가 많이 되고 미국 의회의 반대가 심하면 18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18대 국회에서 다시 또 비준안 절차를 밟게 되면 미국은 대선을 치르느라 한미 FTA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한미FTA에 대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기만 해도 대세는 바뀔 수 있다. 

– 죄송한 질문이지만, 또 ‘단식이냐?’는 지적도 있을 것 같다.

= 단식을 밥 먹듯이, 업으로 하냐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수당의 의견을 존중해주지 않는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의사 표현이란 결국 평화적인 비폭력 시위일 뿐이다. 농민들의 절규나 비정규직 등의 처참함을 받아안아 이런 식으로라도 민중의 절규를 국회 안에서 대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지역구인 경남 사천 준비는 어찌 되고 있나?

= 나도 사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웃음) 지역 보좌관이 활발하게 준비를 잘 해주는 것 같다. 상대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의 2인자인 이방호 후보여서 만만치 않으나 털보 강기갑에 대한 인지도나 민심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누가 이명박 대통령 2인자가 아니라고 할까봐 무자비한 환경 파괴 공약들을 내걸고 있어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털보 강기갑을 지지하며 맞서고 있다. 다만 현재 당 상황이 최고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이든 어르신들이 저에게 빨갱이라는 소리를 갑자기 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민노당에 종북, 친북당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는데, 이를 극복할 길이 없어 인물 중심의 구도로 가야 할 것 같다. 탈당하는 분들이 민노당에게 종북, 친북 이미지를 입힌 것은 정말 큰 잘못을 한 것이다. 주변에서는 차라리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다른 당으로 출마하라는 제안을 많이 하는데 그럴 수도 없지 않은가.

– 무소속 출마를 고민해 본적은 없나?

= 많이 고민했다. 주변으로부터 “민노당만 아니면 도와줄텐데”라고 정말 많은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배신행위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민노당이 아니었으면 난 정치권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국회 배지 10개를 갖다 준다고 해도 그럴 수는 없다.

– 현 당내 상황에 대에서는 어떻게 보나?

= 분당은 기정사실화됐다. 그렇다면 서로 시간을 끌지 말고 상처 주는 일 없이 헤어져야 한다. 큰 아들이 장성해 분가하듯 자식 내보내는 심정으로 정리해야 한다. 나중에 제각각 민중을 위해 복무를 충실히 하는 과정에서 서로 또 함께 하기를 바란다. 

–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 그간 민노당에서 4년간 일하면서 자주파나 평등파가 뭔지도  몰랐다. 노회찬 의원이 국보법 철폐 농성을 하거나 단병호 의원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투쟁할 때도 우리 모두가 함께 했으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같이 해왔는데, 대선에서 표를 적게 받다보니 민노당으로는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 앞에 이 핑계 저 핑계를 찾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한나라당이 집권한 마당에 어떻게 통일운동을 같이 했던 사람에게 빨갱이 용어 같은 친북이나 종북이니라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난 처음에 종북이라고 하길래 북한의 종소리를 말하는 줄 알았다.

민주노동당도 파벌적 패권주의, 국민과 유리된 통일운동, 아래로부터의 민중을 끌어안지 못하는 조직의 경직성 등을 반성하고 거듭나야 하는데, 시기가 촉박하다 보니 이번 총선에서 새롭게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제는 깨진 그릇이 됐다. 냉철하게 이성을 찾아 서로 상처 주지 않으며 더이상 진보 진영의 쪽박을 깨는 일들을 다시는 반복하지 말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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