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등-연대-생태-평화의 정당으로
        2008년 02월 24일 03: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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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권이 출범했다. 인수위 정책 내용대로 실천하면 서민들의 생지옥이 된다. 이명박의 ‘토건형 자유주의’는 전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들 것이며, 시대를 역주행하는 그의 정책은 향후 3~4년 후 97년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최대 규모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 2중대이고, 손학규의 통합민주당은 3중대이다. 손학규가 말하는 ‘새로운 진보’는 신자유주의의 막차에 불과하다. 시장 만능의 시대가 가고 진보가 자신의 역량을 한껏 펼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80년대의 과거에 묶여있는 민주노동당은 자멸하고 있다. 지난 2월 3일 임시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은 최소한의 혁신도 거부한 채 ‘자폐적 면역결핍증’ 정당이 돼버렸다." 

       
      ▲발제자 정태인.
     

    위 내용은 24일 진보신당 대토론회에서 ‘진보신당의 국가비전’이란 제목으로 발제한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전 민주노동당 FTA저지 사업본부장)의 발제문 내용의 일부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덕우 진보신당 집행위원장의 ‘진보신당 창당 계획’과 정종권 전 민노당 비대위 집행위원장의 ‘민주노동당 평가’도 발제됐으며, 홍세화 한거레 기획위원이 토론 사회를 맡아봤다.

    진보세력에게 호기, 신당이 가능성 열어야

    그러면 진보진영은 무엇을 해야 하나. 정태인은 이명박 정권에 제대로 맞설 수 있는 세력은 ‘진보신당’일 수밖에 없다며,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핵심 정책역량과 함께 시민사회의 진보적 지식인, 시민사회의 역량을 묶어 이명박 정부를 정책으로 압도”하고 “특히 비정규직, 청년의 정당으로 출발”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정당은 평등과 연대, 생태와 평화를 주요 가치로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태 문제와 관련 그는 ”더 미룰 수 있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절박한 당면 문제”라며 한반도 대운하를 파고 수도권 규제를 풀어 건설경기를 일으키려는 토건업자가 대통령으로 있는 나라에서는 더욱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환경규제의 강화를 예고해서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성공하는 지름길”이며 “세제 및 공공요금 체계를 개편하여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동시에 재생에너지 산업을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자 홍세화
     

    정교수는 또 “평등은 진보 고유의 가치이다. 그러나 과잉금융화와 거품경제의 시대에 과거의 소득재분배 정책만으로는 평등의 과제를 수행할 수 없다”며 “자산재분배를 통해 최소한 교육, 의료, 주거라는 삶의 필수재를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통일, 민족주의 아니라 남북 민중 관점으로

    그는 이어 “연대는 진보의 목표인 동시에 진보의 유력한 무기이기도 하다”며 연대를 위해 사회연대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는 “사회연대전략은 서민을 이루는 각 집단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전체의 이익을 가져오는 지름길임을 증명할 것”이며 “연대의 실천과 성공을 통해서 비로소 천박한 이기주의가 판치는 사회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평화 역시 진보가 달성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며 “남북문제는 철저하게 평화라는 가치 아래서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교수는 이어 “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할 것이 틀림없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주의를 동시에 무력화하는 외교 전략이 필수적”이라며 “평화와 통일의 문제는 이제 민족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남북 두 국가와 한반도 민중이라는 구체적 수준에서 민주주의적 관점으로 재정의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 역시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보편의 가치에 입각해서 평가받아야 하며 경제협력은 오직 북한 민중의 삶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자 정종권
     

    정 교수는 “진보신당은 생태, 평등, 연대, 평화을 중심 가치로 삼아, 중앙의 정책형성과 더불어 그 정책을 풀뿌리에서 실현해 나감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며 “풀뿌리 공동체는 ‘생활 속의 푸른 진보’의 터전이며 ‘아래로부터의 성장’의 기관차”라고 강조했다.

    정태인 교수의 이날 발제문은 진보신당 내부 논의 결과 모아진 공식 입장이 아니라 발제자 개인 입장에서 발표된 것이라고 주최 쪽은 밝혔다.

    2단계 창당 과정에서 정책 논쟁 뜨거울 듯

    진보신당 쪽은 구 민주노동당을 기준으로 해서 이념과 정책적으로 그리고 인적 충원 차원에서도 좌우 방향으로 스펙트럼을 넓혀 가겠다고 밝혀왔다. 이는 대선 이전 진보대연합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노동자 힘에서 미래구상 좌파까지’라는 구호와도 맞물려 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정태인 교수의 발제는 정책 강조점이 오른쪽으로 한 클릭 이동했다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구체적 대안 부족과 사회연대전략의 강조는 진보신당 내부의 정책 논쟁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 교수가 비정규직 해법과 관련해 고용의 완전한 보장과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을 연동시킨 대목이 특히 눈에 띈다. 그는 “기업은 노동자의 장기 일자리를 무한으로 보장하여야 하고 노동자는 생산성 향상에 노력해야” 하며 “이러한 생산성 타협을 전제로 비정규직을 해소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발제자 이덕우
     

    이는 같은 날 ‘민주노동당이 평가’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정종권 전 민노당 비대위 집행위원장의 입장과는 강조점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정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이 실패한 노동자정치세력화의 기치를 다시 분명히 하고 노동자, 민중 중심의 민주적 사회경제체제 건설"을 강조해 정책 차원에서 시민세력과의 연대를 강조한 정 교수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진보신당은 본격적이고 실질적인 창당 과정으로 삼고 있는 총선 이후 2단계 창당 과정에서 내부의 다양한 정책과 이념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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