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노당 안에서 노동계급 정치는 몽상"
        2008년 02월 21일 05: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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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까지 민주노동당 당원번호 7788번이었던 박유기입니다.

    저는 2000년 1월 30일 민주노동당이 창당하기 전, 1999년 9월 17일 창당 준비위 시절 창당 발기인으로 가입해서 민주노동당 당원이 되었습니다.

    저는 1997년 12월 대통령선거 당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기획실장으로서 현자노조의 결의를 모아 국민승리21 권영길 후보의 선거운동에 참여하였고, 1998년 지자체 선거에서도 현자노조 기획실장으로서 노조의 결의를 조직하여 선거운동에 참여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후 2000년 4월 총선에서 현자노조 평 조합원의 신분으로 선거운동에 결합했고, 2002년 지자체 선거와 대통령선거 당시 현자노조 사무국장으로서 ‘민주노동당 지지’에 대한 노조의 결의를 조직하여 선거운동에 참여했습니다.

    또 2004년 총선에는 회사에 휴직한 상태에서 울산 남구(을) 윤인섭 선대본의 연설원으로 뛰었고, 2006년 지자체 선거에서 현자노조 위원장으로서 ‘민주노동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노조의 결의를 조직하여 민주노동당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2007년 대통령선거에는 제가 1년 내내 수배, 그리고 구속과 법무부 보호관찰 아래 3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느라 제대로 결합하지는 못했습니다.

    10년의 노력

    그러나 저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 진보정치 실현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조합원 대중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민주노동당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민주노동당 창당 후에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의 정치방침으로 “민주노동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결의하고, 현장에서 노동대중과 함께 당사업과 선거투쟁 등에 열정적으로 참여해왔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의 고위당직을 맡거나 공직선거에 후보로 나선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평당원으로서 민주노동당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민주노동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꿈꿔왔습니다. 저와 많은 동지들이 노동현장, 민생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민주노동당을 앞세워 진보정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외치고, 조직하고, 모금하고, 지원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꼼꼼하게 뒤돌아보면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우리 모두의 바램과 염원인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정치 실현과는 무관하게 운영되면서, 당내 권력다툼, 공직선거 권력다툼, 재정운영 문제, 친북 문제, 반노동자 행동까지 치닫으며 민주노동당은 노동대중과 서민들의 관심과 지지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그 총체적인 문제들로 인해 2007년 대선에서 71만 표라는 초라한 성적표로 국민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민주노동당 실패, 참패한 선거결과의 원인은 다양하게 있습니다.

    1) 그동안 당 권력과 공직선거 후보를 장악하기 위해 위장전입에 집단적인 거수기 당원등록, 조직적인 당비대납을 통한 동원 당원까지 등장하고, 껍데기 민주주의만 내세워 오로지 표결 쪽수로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실은 민주주의와 동지적 공존의 가치를 폐기한 패권의 극치입니다.

    2) 평화와 생명존중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지향하는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이 전쟁과 파괴와 살상무기인 핵무기를 개발하고 실험까지 완료한 북한에 대해 “미국의 침탈에 맞선 자위권 수단”운운하며 옹호하는 당 지도부의 행태나 주요당원들의 신분성향을 분석하고, 이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행위조차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옹호하고 나서는 당 지도부의 모습은 이미 친북을 넘어 당의 자주성마저 내팽개친 해당행위입니다.

    한국노총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사과

    3) 2006년 노동권을 후퇴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로드맵과 비정규악법을 합의해준 한국노총의 반노동자적 어용 행위에 대한 민주노동당 대표의 비난 발언에 대해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을 찾아가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민주노동당은 지속적으로 한국노총과 연대하기를 희망한다”고 공문까지 전달한 민주노동당 지도부 행태는 노동권 확보와 비정규직 철폐, 차별철폐, 비정규악법 철폐를 위해 투쟁하는 비정규 노동자와 민주노조 진영 전체 노동자에 대한 배신행위였습니다.

    4) 정부지원금, 노동자-서민인 당원들이 몇 천원, 몇 만원씩 매월 꼬박꼬박 낸 당비와 수많은 노동자들이 모아준 후원금 등 수억, 수십억의 당 재정을 운영하면서 2중, 3중 장부까지 만들고, 차명계좌까지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이런 근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예산집행 현실을 알게 된 평 당원으로서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노동자 계급 중심성을 상실하고, 진보의 가치마저 망각하고, 내부의 민주주의와 투명성이 훼손된 현재의 민주노동당 본모습이 국민들 앞에 그대로 드러난 것입니다.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이렇게 외쳤던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당력을 총 동원한사업은 무엇입니까?

    국가보안법 문제, 주한미군기지 이전 문제, 나아가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FTA저지투쟁이 아니라 반미를 앞세운 한미FTA저지(한-EU, 한-칠레, 한-중, 한-아세안 이러한 자유무역추진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에서 유추함), 일관성도 집중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형식에 치우쳐 진행된 비정규직 투쟁 등입니다.

    이라크 파병을 반대한다면서 북한 핵은 용인(?)하고, 노동자를 위한다고 하면서 비정규직법-노동법개악을 합의해준 한국노총에게 머리숙이고, ‘정책연대’하자고 나서는 민주노동당.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모습을 보면서 서민들과 노동자들의 기대는 점점 더 멀어져갔던 것입니다.

       
      ▲박유기 전 위원장이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유인물.
     

    결국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심판이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내려졌습니다. 국회의원 한 명도 없는 가운데 치뤄진 2002년 대선 때 98만표, 2004년 총선에서는 13%의 정당 지지를 보냈던 국민들이, 9명의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2007년 대선에서 고작 3%에 불과한 71만 명밖에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노동자, 서민들로부터 지지와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진보정당, 노동계급 정당을 지향해 온 민주노동당은 그 자체로 총체적 위기에 빠진 것입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위기로부터 탈출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위기의 원인을 찾고, 그 대책을 올바로 세워 새로운 혁신의 길로 나서야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마저도 쪽수를 동원한 표결로서 좌초시켜 버렸습니다. 지난 2월 3일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에서 “대선참패”라는 문구조차 쪽수를 동원한 표결로 부정해버리고, 심상정 비대위 혁신안도 쪽수를 앞세운 표결로써 무산시켜 버렸습니다.

    민주노동당에서 노동계급 정치는 몽상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민주노동당에 남아서 진보정치, 노동계급 정치를 꿈꾼다는 것은 허망하기 짝이 없는 몽상이라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조합원동지 여러분.

    저는 더 이상 지금의 민주노동당을 “일하는 사람의 희망”이라고, 그래서 “민주노동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하자”고 말할 자신도, 양심도, 용기도 없습니다. 더 이상 현장의 노동자와 서민들 앞에 나서서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와 서민의 희망이다”라는 말을 꺼낼 수가 없습니다. 지금의 민주노동당을 보면서 제가 또다시 그리한다면 그것은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사기’치는 것이나 그분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의 현실을 보면서 지난 8년간 “민주노동당만이 희망이다. 민주노동당을 도와달라”고 조합원동지들에게 그토록 매달렸던 저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에 희망을 걸고, 지지하고, 지원하고, 힘을 모아주신 우리 조합원 동지들에게 민주노동당을 제대로 된 진보정당, 노동계급 정당으로 만들지 못한 책임이 저희들에게도 그만큼 있다고 인정하고, 정말로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에 가졌던 저의 애정과 기대와 희망을 이제는 모두 접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와 함께 그동안 민주노동당을 위해 정치 사업을 해왔던 많은 동지들과 뜻을 모아서 지금의 민주노동당을 떠나고자 합니다.

    그러나 노동자와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 노동자가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진보정치 사업은 중단없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 길에 저와 저의 동지들이 미력이나마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민주노동당을 떠나서 새로운 희망으로 노동자 서민을 위한 진보정치, 노동자계급의 정치권력 장악을 위한 정치사업 방향에 대해서 현장에서부터 조합원동지들과 함께 모색하고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2008년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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