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MB씨, 특목고 말고 일류대 늘리셔야지"
        2008년 02월 19일 02: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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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MB의 교육정책으로 말이 많다. 국민과 학생들의 불안지수는 연일 오르기 바쁘다. 반면에 사교육업체의 주가나 강남 부동산 가격은 뛰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학교 만족 두배 사교육 절반’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는데, “국민 불안 두배, 사교육업체 절반”이 되지 않을까 점쳐진다.

    사교육업체 절반? 이거 사교육비가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대상의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면서 동네 작은 학원들은 몰락하고 거대 온/오프라인 사교육업체가 득세하는 등 대형화와 프랜차이즈화가 예상된다는 뜻이다.

    동네 슈퍼가 문을 닫고 대형마트가 시장을 장악한 것과 같다. 그러므로 사교육업체 절반은 유력한 사교육업체에게는 떼돈을 의미하지만, 작은 학원이나 학생 학부모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한다’는 2MB 교육정책의 접근법

    2MB라는 용어에 대해 2메가바이트나 2밀리바이트로 부르는데, 대세는 2밀리바이트다. 생각이 짧거나 현실을 모른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 용어, 마음에 든다. 하지만 교육정책의 기본 접근법만은 2MB가 마음에 든다. 다만, 겨두는 과녁이 엉뚱한 게 흠인데, 이게 2MB 교육정책의 최대 약점일지 모른다.

       
    ▲ 이명박 이순위 최고의 역작, 이경숙 위원장의 “오렌지 아니죠, 어륀지 맞습니다” 논란.
     

    이미 발표한 영어교육 정책이나 아직 정식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대선공약으로 밝힌 바 있는 고교다양화 300 정책의 접근법은 단순하다.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한다는 거다.

    영어 사교육비가 사교육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수요가 있으니까 이를 줄이기 위해 학교에서 영어공교육을 하겠다는 거다. 특목고나 자사고에 대한 수요가 날로 커지니까 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일류고 300개를 세우겠다는 거다.

    “서민들에게 사교육비 부담은 가장 큰 고통이 되고 있어,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그 어떤 서민대책도 의미가 없습니다. … 학교 교육, 즉 공교육의 질이 높여 사교육을 찾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하지만 학교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제대로 된 방식으로 사교육을 줄여야 합니다. … 사교육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게 영어 교육입니다.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통해 영어 사교육비부터 반으로 줄이겠습니다.” – 2007년 10월 9일, 이명박 후보, 교육정책 발표 기자회견 중

    “영어공교육 완성을 통해서 그동안 사교육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영어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싶다는 거다. 영어유치원을 다니는데 100만 원 이상의 교육비가 충당되는 어려움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것을 초등학교 시절부터 영어로 자연스럽게 말하는 교육을 시킴으로써 여기에 부담하는 사교육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2008년 1월 30일, 이경숙 인수위원장, 영어공교육 공청회 인사말 중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다. 고교다양화 300은 수요의 원인을 해소하는 방식이다. 특목고나 자사고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고 그에 따른 사교육비가 발생하는데, 이건 특목고나 자사고가 너무 적어서 그렇다고 본다.

    일종의 병목현상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길을 넓혀서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것처럼, 특목고나 자사고를 300개로 늘려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지난 2007년 10월 9일의 교육공약 발표 기자회견 자료에서 “지금 시범운영 중인 6개 자립형 사립고들 때문에 부잣집 애들만 다니는 학교라는 낙인이 찍혀있다. 6개만 있으니까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고”라고 밝힌 것은 이런 의미다. 그리고 대선 당시의 각종 토론회에서 이명박 후보측 인사들이 간혹 병목현상을 언급했다.

    이에 비해 영어공교육 방안은 공급 대체다. 영어사교육이 많으니,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시켜주겠다는 접근법이다. 공급 대체이기 때문에,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가 시도해왔던 EBS 수능강의, 수준별 교육과정, 방과 후 학교와 동일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급대체가 성공한 경우는 없다. EBS 수능강의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늘었다. 공급대체는 해결책이 아니면 수요의 원인 제거가 해결책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병목구간 해소이든 공급대체이든 간에 기본적으로 2MB 교육정책의 시각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한다”이다. 교육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기분나쁘기는 하나, 신념이나 시각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므로 그렇게 바라보겠다는 사람들을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런 접근이 엉뚱한 과녁을 겨냥하고 있는 점만은 지적해야 한다.

    한국 교육의 최대 수요는 특목고도 영어도 아니다

    오늘도 엄마 아빠는 영어 사교육과 특목고 대비 사교육을 시킨다. 하지만 그건 목표가 아니라 디딤돌이다. 엄마 아빠가 최종 목적지로 바라보는 건 서울대다. 한국인 중에서 서울대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매년 60만 명의 수험생은 3,500명의 서울대를 노린다. 좀더 넓힌다면, SKY나 ‘서울’대(서울 소재 대학)를 바라본다. 그러니까 한국 교육의 최대 수요는 일류대다. 오늘도 3,500개의 서울대 진학 관문이나 2만개의 빅 5 입학을 위해 60만명이 밤을 지새며 공부하고 사교육을 받는다. 전형적인 병목구간이다.

    따라서 2MB 교육정책은 특목고나 영어가 아니라 대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교육비 수요의 원인인 대학서열체제를 과녁으로 삼아야 한다. 6개 뿐인 자사고를 늘려 병목구간을 해소하는 방식은 고등학교 단계가 아니라 대학에 적용해야 한다.

    여기저기 일류대를 많이 만들어 대학서열체제를 완화하거나 해소해야 한다. “우리 동네 대학만 나와도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일류대를 가고자 하는 이유, 즉 과수요의 또다른 원인이 학벌사회 때문이라면, 그걸 손봐야 한다. 학벌과 학력이 기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 사회규범으로서 학력학벌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래서 “어디에서 공부하든 간에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2MB는 대학서열체제나 학벌사회를 겨냥하고 있지 않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한다’는 시각이면서도 가장 많은 수요가 있는 일류대는 그냥 내버려둔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의 원인을 손봐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3불마저도 해체하는 입시자율화 방안을 통해 대학서열체제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이 점이 2MB 교육정책의 최대 약점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서울대 폐지’ 공약을 채택하지 않았으나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라고 불렀든 대학평준화라고 불렀든 대학서열체제의 해소를 주장해왔다. 그리고 학벌사회의 해소를 이야기해왔다. 2MB 식의 접근법에 따르면, 한국교육의 모든 문제는 일류대 진학 수요에서 비롯되었고, 일류대 진학 수요는 병목현상이니 길을 넓히거나 학벌사회를 손봐서 해소해야 한다는 거다.

    2MB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민주노동당은 줄기차게 이야기했고, 지금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학벌사회와 대학서열체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은 그 전까지의 선거와 달리 ‘서울대 폐지’ 공약을 채택하지 않았다. 서울대 학부를 폐지하고 남은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평준화하겠다는 게 기존 공약의 얼개였는데, 대선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서울대 폐지’라는 슬로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고려해서이다. 또한 고교평준화가 경기고 등 특정 학교를 없애면서 실시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 한국 대학은 폐지가 아니라 보다 많은 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래서 대선에서는 국공립대 등 다른 대학들을 서울대 수준으로 만든 후 대학평준화를 하겠다는 단계적 접근을 제시했다.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이 워낙 적고 그마저도 서울대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점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서울대에는 조금 더, 다른 대학들에는 그보다 더 많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재정지원을 전체적으로 늘리면서도 대학간 형평을 제고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렇게 토대를 마련한 후,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평준화에 동의하는 대학들부터 평준화하면서 차츰 평준화를 확대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집집마다 배달되는 책자형 공보물에는 ‘서울대 폐지’라는 표현이 실려 있다. 정책자료집 그 어디에도 ‘서울대 폐지’가 없는데, 공보물에만 나와 있다. 정책의 기본 방향이나 구상에 배치되는 일이 벌어진 게다.

    당시 강경 자주파 위주로 구성되었던 훌륭하신 미디어홍보위원회의 작품이었다. 정책라인은 ‘보다 많이 지원하면서 대학평준화’를 공약으로 제시하였지만, 홍보를 맡으신 명석한 분들은 정책공약 자료를 보면서도 버젓이 ‘서울대 폐지’ 문구를 집어넣었다.

    둘 중의 하나다. 생각이와 별거중이거나 난독증이다. 그럼, 공부를 더 하든가 병원에 가야 하는데, 불행히도 그럴 생각은 없지 않을까 판단한다.

    민주노동당이 대학평준화 입장을 계속 고수할까

    “코리아연방공화국이 국가비전인데, 대학평준화가 말이 됩니까? 북한의 대학도 서열화되어있는데, 남쪽의 대학을 평준화하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는 질문이 대선 당시 가장 우려스러웠던 물음이었다.

    “북한은 북한이고 남한은 남한입니다”가 답이긴 한데, 당내의 강경 자주파들이 원하는 답이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질문은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올 질문이다. 어쩌면 강경 자주파들이 주도할 당에서 대학평준화 입장은 미리미리 사라질지도 모른다. 남한에 SKY가 있다면, 북한에는 3김(김일성종합대, 김형직사범대, 김책공업대)이 있다.

    물론 북한에는 대학 입시문제나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는 제3의 방안이 있다. 유럽처럼 대학을 평준화하는 방안도 아니고, 미국이나 2MB처럼 철저히 서열화된 학교체제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하나하나 일류대를 포기하는 방안도 아니다.

    북한은 당이 대학 지원 단계부터 손을 댄다. 그래서 입시경쟁이 없다. 사교육비도 없다. 다만, 당에 대한 충성 경쟁, 성분 경쟁, 뇌물 경쟁이 있을 뿐이다.

    강경 자주파가 득세하는 당에서는 대학평준화가 위태위태할 수 있으나, 무상교육은 끄떡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무상교육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처럼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중학교로 통합하는 방안도 제시될 수 있다.

    2MB에 제대로 대항하기 위해서는

    2MB의 교육정책에 대한 불안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제대로 대항한다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항은 말만 가지고 하면 안 된다.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교사를 학생들은 아예 무시한다.

    민주노동당은 심심하면 임금을 체불해왔고 아직까지 해결이 난망하다. 지역의 교부금도 틈날 때마다 늦게 내려 보내거나 주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의 ‘잃어버린 4년’은 한국 교육에 대한 발언을 주저하게 만든다.

    한국의 교육재정이 적고 제때 교부하지 않는 게 핵심 문제 중의 하나라고 전반적으로 진단하는데, 민주노동당이 그 대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어쩌면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교육재정 확충은커녕 몇몇 총애받는 학교를 제외하고는 재정문제로 학교들이 대거 문을 닫게 된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어쩌면 “민주‘노동’당이라구요? 임금체불당이죠. 전 국민의 임금을 체불해서 그 돈으로 무상교육하면 되겠네요”라는 비아냥이 들릴지도 모른다. 집 나간 개념이와 기본이를 빨리 찾아야 한다. 아니면 새 술을 담을 새 부대가 필요하다.

                                                               * * *

    * 필자 송경원은 조만간 민주노동당 교육분야 정책연구원을 사직할 생각이다. 요즘 급여는 나오지 않는데, 전세값이 올라 근심이 많다. 2MB와 민주노동당이 그의 거친 입을 즐겁게 해주는 걸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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